‘할머니’ 임영희의 투혼, 우리은행 투지 깨웠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6.03.17 06: 00

맏언니가 가장 열심히 뛰니 어찌 이기지 못할까. 
춘천 우리은행은 16일 오후 7시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벌어진 KDB생명 2015-2016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부천 KEB하나은행을 66-51로 눌렀다. 역대 챔프전 중 1차전 승리 팀이 우승한 사례는 64%에 이른다. 우리은행은 17일 펼쳐지는 2차전서 2연승에 도전한다. 
우리은행은 초반부터 강력한 압박수비와 함정수비로 KEB하나의 예봉을 꺾었다. 가드진이 최대한 백코트를 못하도록 지연한 효과를 봤다. 다급해진 KEB하나는 골밑의 첼시 리와 모스비에게 공 투입도 제대로 못했다. 결국 KEB하나는 쫓기듯이 외곽슛을 쏴서 적중률이 더 떨어졌다. 

승기를 잡았지만 우리은행은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2쿼터 중반 임영희는 루즈볼을 쫓다 1층 관중석의 책상을 덮쳤다. 다행히 부상은 없었다. 임영희는 훌훌 털고 일어나 다시 경기에 임했다. 우리은행은 전반전을 36-18로 크게 이겼다. 18점은 챔프전 역사상 전반전 최소점이었다.
임영희는 공수에서 활약하며 12점을 올렸다. 경기 후 임영희는 “하나은행이 플레이오프를 힘들게 해서 몸이 아닌 것 같았다. 체력적으로 우리가 앞섰다. 점수 차가 좀 났고, 쉽게 경기를 했다. 상대가 플레이오프 때 힘들게 한 덕을 봤다”고 겸손하게 평했다. 
위성우 감독은 “임영희가 잘했다. 들어가는 선수들마다 잘했다. 김단비가 임영희 체력을 세이브 해줬다”며 경기내용에 만족했다. 
노장 임영희는 수비까지 잘했다. 임영희는 “내가 막혀도 스트릭렌이나 박혜진 등 공격할 수 있는 선수가 많다. 내 공격이 안되도 다른 스크린을 해서 동료들이 공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감독님도 잘되는 선수 있으면 그 선수들 위해 플레이하라고 했다. 그래서 잘됐다”며 동료를 위해 헌신했다. 
양지희는 “영희 언니가 책상에 부딪친 뒤 한참 있다가 일어났다. ‘언니가 안 뛰면 어쩌지?’라고 걱정했다. 제일 먼저 괜찮냐고 물어봤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임영희의 활약에 그를 ‘할머니’라고 발언했던 박종천 감독도 1패를 당했다. 임영희는 “사실 할머니가 맞다. 나도 할머니라고 생각한다. 다들 그 말에 자극받아서 잘하느냐고 하는데 글쎄. 그 말 때문이라기보다 오늘 경기는 마음먹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계속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이 웃긴 것 같다. 그래도 틀린 말씀은 아니다”라며 노장다운 여유를 보였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춘천=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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