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 대한야구협회, 창립 후 최대 위기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3.17 06: 39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대한야구협회가 사실상 '식물'이 됐다. 요원한 정상화 속에 '사고단체' 오명은 피해갈 수 없을 것을 보인다. 창립 후 최대 위기에 놓였다는 허탈한 목소리까지 나온다.
최근 박상희 회장이 사의를 표명한 대한야구협회는 어수선한 분위기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리더십이 실종됐고, 곳간도 비었다.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모습이다. 상급단체인 문화체육관광부도 야구협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고단체 지정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라는 게 야구계의 우려다.
사고단체로 지정되면 문체부의 지원금을 받지 못한다. 야구협회가 문체부에 지원받는 금액은 1년에 약 20억 원으로 알려져 있다. 마땅한 수익원이 없는 야구협회로서는 생명줄과 같은 돈이다. 여기에 쌓아뒀던 돈도 이미 임원 비리와 체계적이지 못한 관리로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다. 대한야구협회는 전임 집행부의 비리로 수차례 감사를 받았다. 문체부도 "더 이상은 봐줄 수 없다"라는 분위기다.

지금도 야구협회는 약 10억 원 가량의 자금이 '펑크' 상태다. 지원금을 받지 못하면 협회 운영 자체가 어려워진다. 이에 협회 일각에서는 "직원들의 월급도 주지 못할 수도 있다"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가뜩이나 전임 집행부와 현 집행부 사이의 갈등이 커 반쪽 신세나 다름 없었던 조직 내부의 사기는 땅바닥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사고단체로 지정되면 '인적' 문제도 한바탕 폭풍이 지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사고단체 지정시 현재 임원들은 모두 자리를 반납해야 한다. 그러나 기득권의 충돌장이 된 대한야구협회의 상황을 고려하면 이 또한 진통이 있을 것이라는 게 절대적인 시각이다.
이런 상황을 재빨리 수습해야 할 리더십도 보이지 않는다. 당장 회장 자리가 공석이지만 누가 나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사람이 없다. 내부에서는 '감'이 없다라는 게 중론이다. 으레 있었던 정치권 등 낙하산 투하 가능성마저 현격하게 떨어진다는 평가다.
한 관계자는 "사고단체 지정 가능성이 있는 만신창이 협회에 어떤 정치인이 자원하겠는가. 총선을 앞둔 시점으로 모두가 몸을 사리고 있다"라면서 "현실적으로는 (협회 운영비로 쓸) 돈도 가져와야 한다. 마땅히 나설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한야구협회의 행정은 사실상 마비 상태다. 임원들은 여전히 남 탓을 하며 손을 놓고 있다. 애꿎은 직원들이 운영비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지만 펑크 난 자금을 모두 메우기는 역부족이다. "차라리 사고단체로 지정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한탄은 최대 위기에 몰려 있는 대한야구협회의 현 주소를 그대로 시사하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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