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력은 물론이고 심리전에서도 완패다. 박종천 감독의 입담이 우리은행에 전혀 통하지 않고 있다.
부천 KEB하나은행은 17일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벌어진 KDB생명 2015-2016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춘천 우리은행에게 57-71로 패했다. 1,2차전 모두 대패를 당한 KEB하나는 궁지에 몰렸다. KEB하나는 부천에서 열리는 3,4차전을 모두 이기지 못한다면 그대로 시즌은 끝난다.
입담이 좋기로 소문난 박종천 감독은 숱한 어록을 만들었다. 이번 챔프전에서도 박 감독의 선전포고가 빠질 수 없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되로 주고 말로 받는' 모양새다. 박 감독의 심리전은 우리은행에 전혀 통하지 않고 있다.

시즌 개막 미디어데이부터 박종천 감독은 “할머니는 가라”는 유행어를 남겼다. 결과적으로 이는 노장들을 자극해 벌집을 쑤신 격이 됐다. 챔프 1차전 승리 후 임영희는 “주변에서 내가 박종천 감독님 '할머니' 발언에 발끈해서 잘한다는데 그렇지는 않다. 내가 봐도 난 할머니가 맞다”면서 웃어 넘겼다. 임영희가 평정심을 잃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심리전은 실패다.
박혜진도 박종천 감독에게 의문의 1패를 안겼다. 챔프전 미디어데이서 박 감독은 “매일 같은 반찬을 먹으면 맛이 없지 않느냐? 우리은행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새로운 상대가 올라오길 바랄 것이다. 우리가 밥상을 차려서 들고 가겠다”고 선언했다.
2차전 승리 후 박혜진은 “하나외환이 PO 3차전까지 치르고 와서 (밥상의) 양이 좀 적은 것 같다”고 받아쳤다. KEB하나은행이 싱거운 상대라는 말이다.
1차전을 이긴 뒤 양지희는 “모스비를 상대로 연습한 수비가 있는데 아직 보여주지도 않았다”고 했다. 이 말에 자극 받은 박종천 감독이었다. 그는 2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새벽 2시까지 비디오를 보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오늘은 우리은행이 준비한 수비를 한 번 보고 싶다. 위성우 감독이 현대시설 제자다. 전주원 코치도 선수시절 내가 지도했었다. 제자들에게 한 수 배우겠다”고 맛깔스럽게 대답했다.
이 말을 전해들은 위성우 감독은 “난 어제 잘 잤다. (껄껄) 사실 그렇게 특별히 준비한 수비도 없다. 양지희가 괜히 있는 척을 한 것”이라며 웃었다. '허허실실' 작전이라도 박종천 감독 입장에서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청출어람’이었다. 2차전 박종천 감독이 여러 카드를 들고 나왔지만, 위성우 감독의 압박수비를 깰 방법은 없었다. 위성우 감독은 오히려 크게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도 선수들을 들들 볶았다.
과연 3차전은 다를까. '묘수'를 생각하는 박종천 감독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WKBL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