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첫 이탈리아 출신 외인 마에스트리
이태리어에 영어·스페인어·일본어 구사
"오~ 이탈리아노! 아이 라이크 밀라노".

한화 캡틴 정근우가 이탈리아 출신 새 외국인 투수 알렉스 마에스트리(31)를 보고는 특유의 언어구사능력으로 반갑게 다가갔다. 6개 국어를 구사한다는 정근우이지만, 진짜로 4개 국어를 구사하는 선수가 바로 마에스트리다. KBO리그 최초 이탈리아 출신 선수로 등록된 그는 이태리어에 영어·스페인어 그리고 일본어까지 구사한다.
지난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이탈리아 대표팀에서 눈에 띄어 시카고 컵스와 계약한 마에스트리는 더블A에서 더는 올라가지 못했다.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다 2012년 일본 독립리그로 향했고, 그해 7월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와 계약을 맺었다. 지난 4년간 오릭스에서 계속 뛰었고, 올해는 또 다른 아시아 국가 한국의 한화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남다른 야구 인생을 통해 마에스트리는 총 4개 언어를 구사하는 특별한 능력이 생겼다. 모국 이태리어에 미국 마이너리그 시절 영어·스페인어를 몸으로 익혔고, 일본에서 4년을 지내며 일본어도 익숙해졌다. 마에스트리는 "일본에서는 학원에 다니며 일본어를 배우기 위해 공부했다. 한국에서도 학원을 다닐 수 있다면 한국어도 한 번 공부해 보고 싶다"고 의욕을 나타냈다.

마에스트리는 이탈리아에서 태어나고 자란 정통 순혈 이태리인으로 처음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한 선수이기도 하다. 축구가 절대적인 인기를 누리는 이탈리아는 여전히 야구 불모지다. 일본프로야구 데뷔전 첫 승을 거뒀을 때 화제가 된 글러브도 이탈리아의 열악한 야구 환경과 마에스트리의 뜨거운 야구 열정을 보여준다.
마에스트리는 이탈리아 대표로 2010년 대만에서 열린 국제대회 중 글러브를 구입했는데 가격이 약 5000엔 수준으로 헐값이었다. 글러브에는 '一生懸命(일생현명)'이라는 네 글자가 자수로 들어가 있었다. 일본어로는 '잇쇼켄메이(いっしょうけんめい)'라고 '한 생애 목숨 걸 만큼 열심히 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마에스트리는 "대부분 선수들은 글러브나 용품을 협찬 받는데 이탈리아는 야구 보급이 잘 안 되어있다. 대만에서 좋아 보이는 글러브를 샀는데 가격이 얼마 안 되더라. 글러브의 글자는 한자로 쓰여 져 처음에는 무슨 의미인지 몰랐었다. 나쁜 말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었는데 알고 보니 좋은 의미였다"며 웃었다. 글러브는 지금도 이탈리아 집에 소중히 보관해두고 있다.
KBO 데뷔전이었던 17일 대전 SK전 시범경기에서 마에스트리는 2이닝 6피안타(1피홈런) 6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돼 호된 신고식을 치렀지만, 150km 강속구에 탈삼진 4개로 가능성도 보였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일본에서도 화려하지 않지만 특유의 적응력을 바탕으로 4년이라는 적잖은 시간을 버텼다. 한국에서도 일생현명의 정신으로 임한다면, 마에스트리가 5개 국어를 구사할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