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야수 '수비 범위 감소' 한 목소리
전력 질주 힘들어 수비 범위도 줄어
고척스카이돔(이하 고척돔)에 뜬공 주의보가 발령됐다. 어쩌면 단순히 공을 한 두 번 놓치는 것보다 경계해야 할 것은 수비범위 감소다.

지난 17일 고척돔에서 벌어졌던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시범경기에서는 외야수들이 플라이 처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외야 수비에서 직접적인 실책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다른 구장이었다면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타구들이 여럿 있었다.
그나마 익숙한 넥센 선수들보다는 원정경기를 하는 선수들에게 좀 더 어려움이 있다. 지난해 WBSC 프리미어12 대표팀에 선발되어 삿포로돔과 도쿄돔을 이미 경험한 민병헌은 이날 경기 전 “불편이 없을 수는 없다. 야간에는 괜찮은데 낮에는 조금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쿠바와의 슈퍼시리즈를 통해 고척돔에서 야간경기도 해본 경험이 있다.
박건우는 “계속 보고 있으면 괜찮은데, 잠깐 뛰다가 다시 보면 공이 없어져 있다”고 이야기했다. 계속해서 타구를 지켜볼 수 있는 환경이면 큰 문제가 없지만, 타구가 떨어지는 지점이 현재 위치와 먼 곳이라면 문제가 생긴다는 뜻이다. 타구를 계속 바라보면서 가면 전력 질주가 힘들어 수비 범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서는 민병헌 역시 생각이 같다. 그는 “수비 범위가 줄어들더라도 끝까지 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여러 선수들의 말을 종합하면 고척돔 외야수비에서 야수들이 보는 손해는 단순히 근접한 공을 놓치는 것만이 아니다. 오히려 그보다 따라가지 못해 잡을 수 없는 타구도 많이 나올 것으로 짐작된다.
공이 제대로 보이지 않기는 주자들도 마찬가지다. 17일 경기에서 6회초 1사 2루에 나온 오재일의 중월 투런홈런 때 박세혁은 2루 방면으로 귀루했다. 2루와 3루 사이 절반 정도까지 갔다가 타구가 잡히면 돌아와도 될 정도로 멀리 뻗은 타구였지만 낙구지점을 확실히 판단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루 주자 기준으로 중견수 플라이는 자기 머리 위로 빠르게 지나가는 공이라 뒤돌아서 다시 봐야만 한다. 순간적으로 공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겠지만 시각적으로 야수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있다. 김태형 감독은 “의자(관중석)가 좀 진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지금의 관중석은 푸르기보다 하늘색에 가깝다. 지금보다 좀 더 어두운 색이라면 공이 더 선명하게 보일 수 있다.
민병헌은 “차라리 광고(외야 광고 현수막)가 좀 더 있으면 편할 것 같다”고 밝혔다. 아직은 외야에 서울시 광고 외엔 광고 현수막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데, 좌석 색깔을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어렵지만 광고 현수막으로 외야 일부를 덮어주는 것은 이른 시일 내에 해낼 수 있는 부분이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