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는 우리나라 공동 주택의 대명사다. 그러나 통용 되는 ‘아파트’에는 주상복합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주거형태도 포함돼 있다. 상업용지니 용적률이니 하는 법률적 차이를 떠나 주상복합의 출현은 전통 아파트 일색의 공동 주거 환경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엄밀하게 주상복합이 아니면서도 주상복합의 생김새와 구조를 따온 아파트들이 속속 생겨났다.
르노삼성이 절치부심하고 내놓은 야심작 ‘SM6’는 아파트 일색의 주거 형태에 혜성 같이 나타난 주상복합 같은 개념의 차다. 르노삼성자동차는 그래서 SM6의 출시를 앞두고 ‘세그먼트 브레이커’라는 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기존의 중형차에 대한 관념을 바꾸겠다는 각오로 출발한 차가 SM6다.
수십 명의 기자가 동일한 코스를 달리는 미디어 시승 행사 때 느끼지 못했던 SM6에 대한 새로운 생각들이 개별 시승에서 오감을 파고 들었다. 이 차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 내려야 하나? ‘중형차는 이럴 것이다’라는 관념을 깨는 차임에는 확실했다. 한편으로는 과제도 안겼다. 주상복합에서의 삶이 편리한 건 분명하지만, 치러야 할 대가도 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점이 먼저 보이는 차, 그래서 감히 ‘세그먼트 브레이커’라고 불러 본다.

SM6를 타고 며칠을 다녀보니 사람들이 이 차에 대해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지 알 수 있었다. 시승기에 쓸 사진을 찍고 있는데 나이 지긋한 장년의 신사가 다가와서 차의 내외관을 꼼꼼히 살폈다. 승차감과 연비도 물어보고 가격도 궁금해했다. “멋져 보이긴 하네”를 되뇌던 이 신사는 “우리 아들이 이 차를 하도 사고 싶어해서 말이야”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한 쇼핑몰 지하주차장에서는 3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이가 아예 차 주변에서 서성이며 운전자인 기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차가 너무 궁금했는데,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다”며 차에 대한 느낌을 꼬치꼬치 캐물었다. 길거리에서 확인한 소비자들의 기대감은 뜨거웠다.

▲잘생겼다
사람의 외모를 표현하는 문구들은 많다. ‘멋지다’ ‘예쁘다’에서부터 시작해서 디테일 한 매력들을 표현하는 말들이 넘친다. SM6에는 ‘잘생겼다’는 평을 주고 싶다. 중후하면서도 세련되고, 요란스럽지 않으면서도 눈에 띈다. 묘한 이중적인 맛이 이 차로 하여금 오래 보게 만든다. 금방 질리지 않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라디에이터 그릴이 넓어 시원하지만 넓고 낮은 자세로 휑함을 메워준다. 낮은 자세의 매력은 특히 뒷모습에서 도드라지는데 완벽한 수평형으로 자리잡은 풀 LED 테일램프가 그 중심에 있다. 테일램프를 기준으로 상하의 구분이 일어나는데, 위는 좁고 아래는 넓은 삼각 구도가 탄탄한 안정감을 준다. 전면부는 꽤나 공격적이다. 길고 널찍하게 자리잡은 보닛이 스포츠카의 역동성을 보여준다.
인테리어는 전통과 첨단이 공존하고 있다. 대시보드를 덮고 있는 직물 느낌의 마감재, 누비 형식의 나파가죽 시트는 귀부인이 사는 안방에 들어온 듯 품격 있는 전통미를 풍긴다. 그러면서도 센터페시아에는 아이패드 미니 크기의 최첨단 S링크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와 르노본사의 개발진이 공동작업 한 디자인은 어느 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균형감을 준다. 간결하면서도 감각적이다. 한국과 유럽의 미적 감각이 이성적 절제 아래 교감하고 있다.
▲재미있다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운전하는 재미가 생긴다. 눈과 귀, 그리고 허리가 즐겁다. (기자가 탄 차는 SM6 1.6 가솔린 터보 모델이다.)
스마트폰이 보편화 되기 전 시절, 당시에도 온갖 신기능으로 무장 된 최첨단 휴대전화기가 있었다. 그러나 그 대부분의 기기들은 사용안내서를 펼치고 하루 저녁만 만져보고 나면 그냥 전화기로 전락했다. 최첨단 기능들이란 것들은 대부분 일방적이었고, 사용자와 교감할 일이 크게 없었기 때문이다.

SM6는 HD급 해상도의 8.7인치 S링크 모니터로 운전자와 다양한 ‘교감’을 시도하고 있었다. 드라이브 모드와 개인별 맞춤형 프리셋 기능, 5가지 앰비언트 라이팅은 시간이 지나도 운전자에게 처음 같은 새로움을 주고 있었다.
SM6는 드라이브 모드가 5가지나 있다. 스포츠, 컴포트, 에코, 내추럴 그리고 퍼스널 모드다. 각각의 모드는 스티어링, 서스펜션, 엔진/변속기, 공조, 디스플레이 스타일, 엔진 사운드, 앰비언트 라이트, 마사지 등을 조절하게 돼 있다. 스포트/컴포트/에코/내추럴을 선택함에 따라 스티어링/서스펜션/엔진-변속기는 묶음으로 변한다. 드라이브 모드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요소는 선택 모드 내에서 또 조절할 수 있다.

액티브 댐핑 컨트롤, 스티어링 응답력, 엔진과 트랜스미션의 응답성, 엔진사운드, 실내 라이팅, S-Link디스플레이, 시트 마사지 기능, 공조장치 등을 관여하기 때문에 르노삼성자동차에서는 이 기능을 ‘멀티 센스’라 이름 붙였다.
‘퍼스널’ 모드에서는 전 요소를 다 바꿀 수 있다. 예를 들면 스티어링은 ‘콤포트’로, 서스펜션은 ‘스포트’로, ‘엔진/변속기’는 내추럴, ‘엔진 사운드’는 스포트 등으로 조절이 가능하다. 이렇게 선택 된 모드는 6가지 운전자별 프로파일로 지정할 수 있다. ‘엄마’ ‘아빠’ ‘길동이’ ‘철수’하는 식으로 말이다. 각 모드를 조금씩 변화시켜 가며 차가 어떻게 대응하는 지 확인하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엔진 사운드’를 조절하면 운전하는 재미가 입체적으로 변한다. 사운드는 스피커를 동해 운전자에게 전해지지만 차와 하나가 되는 전율은 배기구에서 소리가 날 때와 별반 차이가 없다. 바람 부는 날 컴포트 모드로 달리면 사이드 미러를 스쳐 지나는 바람소리가 들릴 때도 있는데, ‘엔진 사운드’ 선택이 요긴하게 쓰였다.
5가지 모드의 7인치 TFT 계기판, 5가지 색상의 앰비언트 라이팅, 8.7인치 S-Link 시스템, 무손실 디지털 음원 재생 기술이 SM6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
세그먼트를 깨겠다고는 했지만 세그먼트 자체를 뛰어넘지 못한 점도 있었다. 과속방지턱이 많은 한국형 골목에서는 서스펜션에 대한 적응이 필요했다. 차가 출시 되기 전부터 후륜 토션빔 논란으로 시끄럽기는 했지만 그 이유보다 더 근본적인 건 서스펜션의 세팅이 주는 이질감이다.
‘탈리스만’이라는 유럽 이름이 따로 있듯이 SM6는 다분히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차다. 그렇다 보니 규격조차 제각각인 한국형 과속방지턱은 SM6에 대한 기대감을 현실감으로 상쇄시킨다. 유럽 시장에 출시 된 차는 토션빔이, 한국 시장에 팔리는 SM6에는 개선 된 토션빔인 AM 링크가 장착 된 것도 결국은 한국형 도로 사정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운전자는 ‘한국형 과속 방지턱’ 앞에서 약간은 긴장해야 한다. 평소보다 속도를 더 늦추고 둔덕을 자연스럽게 넘을 수 있도록 대비를 해야 한다. 운전자도 적응이 필요한 서스펜션이다.
운전석과 동승석이 고급스러운 반면 뒷좌석은 좁은 편이다. 대신 트렁크는 시원스럽게 크다. 엉덩이에 힘을 준 디자인이 공간 사용에도 영향을 끼친 듯하다.
핸들은 꽤 뻑뻑한 편이고 후진 시 들리는 둥둥거리는 경보음은 많이 거슬린다. 기둥이 많은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주차를 하려면 사방에서 경보음이 울려 정작 어느 쪽이 위험한 지 헷갈린다. 후방 카메라의 시야도 좁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M6는 장점이 많은 차임에 분명하다. 몇 가지 작은 불편함은 차가 주는 더 큰 매력에 비하면 충분히 감수할만하기 때문이다.
▲기본정보
SM6는 1.6 TCe(1600cc 가솔린 직분사 터보 엔진)와 2.0 GDe(2000cc 가솔린 직분사 엔진), 2.0 LPe(2000cc LPG 액상분사 엔진)의 3가지 파워트레인으로 구성 된다. 1.6 TCe와 2.0 GDe 모델에는 변속 반응속도와 연비 개선 효과에 유리한 독일 게트락 7단 습식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적용 됐다.
1.6 TCe 모델은 최고출력 190마력(ps), 최대토크 26.5kg·m, 복합연비 12.8km/ℓ(17인치 타이어 기준), 제로백 7.7초를 보인다. 2.0 GDe 모델은 최고출력 150마력(ps), 최대토크 20.6kg·m, 복합연비 12.3km/ℓ(16인치, 17인치 타이어 기준)이고 2.0 LPe 모델은 최고출력 140마력(ps), 최대토크 19.7kg·m, 복합연비 9.3km/ℓ (17인치 타이어)이다. 2.0 LPe 모델은 일본 자트코사의 무단 변속기가 탑재됐으며, DONUT®탱크 기술이 적용됐다.

랙 구동형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R-EPS), 오토 스탑/스타트 시스템(LPG 모델 제외), 전방 LED 방향 지시등,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좌우 독립 풀오토 에어컨이 전 트림의 기본 사양이다. 상위 모델에는 멀티센스(Multi-Sense, 드라이빙 모드 통합 제어 시스템), 7인치 컬러 TFT 디스플레이 가변형 클러스터, 앰비언트 라이트, S-Link 7인치 미러링 시스템, 마사지 시트 기능이 추가 됐다. 최고급 모델인 1.6 TCe RE에는 LED PURE VISION 헤드램프, 19인치 투톤 알로이 휠, 액티브 댐핑 컨트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 차간거리 경보 시스템 등이 탑재 됐다. 1.6 TCe에는 프리미엄 나파 가죽 인테리어, S-Link 8.7인치 내비게이션, BOSE® 13 스피커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 드라이빙 어시스트 시스템(헤드업 디스플레이 포함)을 선택사양으로 추가할 수 있다.
가솔린 2.0 GDe는 PE 2420만 원, SE 2640만 원, LE 2795만 원, RE 2995만 원이며, 가솔린 터보 1.6 TCe는 SE 2805만 원, LE 2960만 원, RE 3250만 원, 그리고 LPG 모델인 2.0 LPe는 SE 2325만 원, LE 2480만 원, RE 2670만 원(이상 부가세 포함)이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