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를 몰랐던 현대캐피탈도 첫 판의 중압감을 완벽하게 극복하지는 못했다. 파죽의 18연승 행진도 조금은 허무하게 끝났다.
2007-2008 시즌 이후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꿈꾸는 현대캐피탈은 18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NH농협 V-리그’ OK저축은행과의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세트스코어 2-3으로 무너졌다. 결과적으로 1,2세트 난조가 뼈아팠다. 5세트 역전패도 두고두고 남을 아쉬움이었다.
이로써 현대캐피탈은 지난 1월 2일 우리카드전부터 시작된 18연승 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물론 연승이야 언제든지 끊길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마지막 순간 역전을 당하며 무너진 것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었다. 우승 전선에도 일단은 노란불이 들어왔다.

부상자는 없었다. 이승원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이 모두 건재했다. 컨디션이 특별히 나쁜 선수도 없었다. 그러나 실전감각은 아무래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정규시즌 최종전이었던 3월 6일 우리카드전 이후 11일 만의 경기였다. 여기에 선수들의 표정에도 긴장감이 감돌았다. 한창 좋을 때의 경기력에 비하면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경험도 다소간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점진적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진 현대캐피탈은 챔피언결정전의 중압감을 경험해본 선수가 부족하다. 플레잉코치인 리베로 여오현 정도가 그 압박감을 자주 느껴봤을 뿐이다. 주장인 문성민과 국가대표 주전 센터인 신영석도 경기 경험은 풍부한 선수들이지만 챔피언결정전의 중압감을 제대로 느껴볼 기회는 많지 않았다. 노재욱 등 신인급 선수들은 더 그랬다.
이에 팀 플레이가 전체적으로 흔들렸다. 리시브와 토스가 흔들릴 때가 적지 않았고 키 포인트 중 하나인 2단 연결에서도 정확도가 떨어졌다. 특히 주전 세터 노재욱은 자신의 장점을 모두 살리지 못했다. 2세트에는 한정훈으로 교체되기도 했으나 한정훈 또한 이 승부에 부담을 느끼기는 마찬가지였다.
3세트부터는 살아났다. 특유의 빠른 플레이가 좋아졌다. 기세를 가져온 현대캐피탈은 5세트도 8-5로 앞서며 대역전승을 눈앞에 뒀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흔들렸고 확실한 해결사 시몬을 앞세운 OK저축은행의 추격을 허용했다. 결국 듀스 접전 끝에 역전패를 당했다. 5세트는 분명 유리한 흐름이었다는 점에서 다 잡은 경기를 놓쳤다고도 볼 수 있다.
반면 OK저축은행은 주전 거의 대부분이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의 중압감을 이겨내고 정상에 선 경험이 있었다. 그리고 외국인 선수 시몬과 송명근이 확실하게 매듭을 지어주며 경기를 쉽게 풀어 나갔다. 삼성화재와의 플레이오프에서 분위기와 체력 비축까지 모두 잡은 OK저축은행의 맹렬한 기세는 챔피언결정전 첫 판까지 집어 삼키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결국 현대캐피탈은 2015년 12월 19일 이후 90일 만에 패배를 맛봤다. 익숙하지 않을 법한 느낌이었다. 공교롭게도 그 마지막 패배의 상대도 OK저축은행이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천안=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