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내준 투런홈런 이후만 놓고 보면 한국시리즈 4차전에 버금가는 호투였다. 노경은(32, 두산 베어스)이 부활을 알렸다.
노경은은 19일 잠실구장에서 있었던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6이닝 5피안타 7탈삼진 3실점했다. 기록보다 좋은 내용을 보이며 퀄리티 스타트(QS)를 해낸 노경은은 팀의 6-3역전승 속에 승리투수가 됐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1회초 노경은은 선두 오준혁을 초구에 좌전안타로 출루시켰다. 그리고 후속타자 김원섭 타석에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았으나 2구째 던진 몸쪽 포심 패스트볼(148km)이 공략당해 우측 펜스를 넘어가는 선제 투런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후 투구는 한 마디로 언터처블이었다. 1회초 3번타자 김주찬을 상대로 3구째에 루킹 삼진을 잡은 것을 시작으로 5회초 선두 나지완에게 외야 우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를 내주기 전까지 노경은은 12타자를 연속 범타 처리했다.
단순히 결과만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불리한 볼카운트에 슬라이더를 던져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제구가 뒷받침됐고, 변화구 중 가장 많이 구사한 포크볼은 타자들의 방망이를 피해가기 좋았다. 포심 패스트볼의 최고 구속이 151km에 달할 정도로 구위도 빼어났다.
무엇보다 자신감을 찾은 피칭으로 빠르게 타자들과 승부한 것이 효과적으로 먹혀들었다. 피해가지 않고 유리한 승부를 전개한 노경은은 6이닝을 막는 동안 단 67구밖에 던지지 않았다. 정규시즌처럼 100개를 던진다고 가정하면 8이닝, 더 나아가서는 완투도 가능한 페이스였다.
12타자 연속 범타가 끊어진 직후에도 빠르게 자신을 재정비하며 대량 실점을 막은 것이 QS의 원동력이었다. 5회초 선두 나지완과 김주형의 연속안타에 1, 3루 위기를 맞이했던 노경은은 이홍구를 유격수 땅볼 유도해 병살로 엮어 단번에 아웃카운트 2개를 벌어들였다. 1점은 내줬지만 그 이상은 주지 않았다.
지난 두 번의 시범경기 등판에서 5이닝 7실점으로 주춤했던 노경은에 대해 경기 전 김태형 감독은 “컨디션은 좋은데 내용은 썩 좋다고 볼 수 없다. 부담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김 감독의 기대는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이 됐다. 가을의 영웅이 됐던 한국시리즈 4차전 이후 141만에 다시 오른 잠실 마운드에서 노경은이 부활의 기지개를 켰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