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까지만 해도 넥센 유니폼을 입고 한솥밥을 먹었던 박병호(30, 미네소타)와 강정호(29, 피츠버그)가 반갑게 재회했다.
박병호와 강정호는 20일(이하 한국시간) 미 플로리다주 브래든턴의 메케니 필드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미네소타와 피츠버그의 경기를 앞두고 마주했다. 현지 언론에 의하면 두 선수는 경기가 시작되기 전인 오전에 타격 훈련이 이뤄지는 그라운드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두 팀은 플로리다주에 캠프(피츠버그-브래든턴, 미네소타-포트 마이어스)를 차렸지만 서로 다른 일정 속에 만남의 기회는 많지 않다. 이에 현지 언론도 관심을 보였다. 피츠버그 및 미네소타 지역 언론들은 두 선수의 만남을 전하며 적잖은 의미를 부여했다. 피츠버그 공식 SNS 계정은 두 선수의 사진까지 올리며 반가웠던 시간을 전했다.

두 선수 모두 기분이 좋은 상황에서 만남이 성사됐다. 박병호는 올해 시범경기 11경기에 나서 타율 3할2푼3리, 장타율 0.645, 3홈런, 9타점을 기록하며 미네소타 관계자들 및 팬들의 눈도장을 확실히 받았다. 팀 내 홈런과 타점에서 선두권을 유지하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 시즌 막판 무릎 부상을 당해 아직 재활 중인 강정호도 회복이 순조롭다. 19일에는 마이너리그 경기에 나서 네 타석을 소화하기도 했다. 주루 훈련이 부족해 아직 몸 상태가 100%가 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구단의 예상보다 더 빠르게 복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두 선수는 넥센의 강타선을 이끈 주역들이다. 박병호가 4번, 강정호가 5번에 위치하며 거대한 시너지 효과를 냈다. 두 선수가 함께 뛴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4년에는 박병호가 52홈런-124타점, 강정호가 40홈런-117타점을 올리며 상대 마운드의 공포로 군림했다.
그런 두 선수는 1년의 시차를 두고 나란히 메이저리그(MLB) 무대에 도전했다. 강정호는 2015년 시즌을 앞두고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었다. 우려도 있었으나 지난해 126경기에서 타율 2할8푼7리, OPS(출루율+장타율) 0.816, 15홈런, 58타점을 기록하며 최대 히트작으로 떠올랐다.
이런 강정호의 성공은 1년 뒤 MLB 무대를 노크한 박병호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박병호는 1285만 달러라는 야수 최고 포스팅 금액을 기록하며 미네소타 유니폼을 입었다. KBO 리그의 역사에서는 꽤 큰 의미를 갖는 인물들이다. 두 선수의 만남을 단순한 옛 동료의 재회라고 볼 수만은 없는 이유다.
한편 20일 열릴 예정이었던 두 팀의 경기는 비로 취소됐다. 이날 플로리다 지역에는 비 예보가 있었으며 브래든턴의 경우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세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결국 경기 개시 20분을 앞두고 취소가 결정됐다. 미네소타는 21일 홈구장에서 뉴욕 양키스와 상대한다. /skullboy@osen.co.kr
[사진] 강정호와 박병호가 20일 시범경기 전에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피츠버그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