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KCC가 고양 오리온을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제압했다. 기분 좋은 승리다. 하지만 KCC는 흔들림을 보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높이의 우세라는 장점을 확실하게 보여주지 못했다. 하승진이 높이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한 영향이 크다.
KCC는 오리온과 싸움에서 높이의 우세를 점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승진이라는 특급 센터에 허버트 힐까지 가세하면 상대는 리바운드를 따내는 것은 쉽지 않다. 오리온의 장점이 다수의 장신 포워드이지만, 하승진은 넘기 쉽지 않은 존재다. 밀릴 것이라고 점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오리온은 KCC와 높이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박빙을 넘어 오히려 앞서는 모습이었다.
기록에서도 오리온의 높이 우세가 드러난다. KCC는 리바운드 36개를 잡았고, 오리온은 43개를 잡았다. 오리온이 앞선다. 주목할 점은 오리온의 공격 리바운드다. 오리온의 리바운드 43개 중 공격 리바운드가 23개다. KCC의 수비 리바운드가 22개다. 오리온이 공·수를 가리지 않고 KCC와 높이 싸움에서 이긴 셈이다.

기록만 보면 하승진은 제 몫을 했다. 10득점 11리바운드다. 공격 리바운드도 6개를 잡았다. 그러나 실제로 필요한 상황에서 위협적이지 못했다. 하승진은 자신을 막기 위해 오리온이 내세운 이승현과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이승현은 하승진을 상대로 11득점 8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결코 하승진이 앞섰다고 할 수 없는 기록이다.
하승진이 이승현에 밀린 대표적인 시간대가 1쿼터다. 하승진은 이승현에게 밀려 1쿼터 동안 9분 14초를 뛰고 리바운드 1개를 잡는데 그쳤다. 득점도 없었다. 이승현은 2득점 3리바운드. 이승현의 활약 속에 높이의 우세를 점한 오리온은 1쿼터에 16-7로 앞섰다. 경기 내내 KCC를 괴롭힌 박빙의 승부가 1쿼터에서 비롯된 셈이다.
물론 KCC는 82-76로 승리하며 결과를 챙겼다. 1쿼터에서 남긴 아쉬움을 4쿼터에 만회했기 때문이다. 하승진은 4쿼터에만 6득점 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허버트 힐이 뛸 수 없어 약해진 높이 싸움에서 그나마 힘을 보탠 셈이다. 그러나 이날의 하승진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은 주저할 수밖에 없다. 하승진의 이와 같은 활약이 1쿼터에서부터 나왔다면, KCC는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보다 쉽게 승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sportsher@osen.co.kr
[사진] 전주=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