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 스타터를 탈출하기 위한 최용수 감독의 치밀한 계획이 잘 맞아들고 있다.
지난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FC 서울은 '이진법 축구', '슬로 스타터'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갖고 있었다. 조직력이 완벽하지 않아 골이 제대로 터지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던 것을 빗대어 말한 것.
최용수 감독은 특히 슬로 스타터를 달가워 하지 않았다. 복잡한 심정이었지만 최 감독은 "이진법 축구 보다 슬로 스타터가 더 기분 좋지 않다"며 아쉬운 심정을 나타내곤 했다.

그런데 올 시즌 완전히 달라졌다. 경기력이 예전과 다르다. 안정된 주전멤버를 바탕으로 잘 짜여진 축구를 펼치면서 공격력도 살아나고 있다. 그 결과 서울은 20일 열린 상주와 2016 K리그 클래식 2라운드 경기서 4-0의 완승을 챙겼다.
오스마르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세트피스 상황에서 2골을 넣었고 또 팀 플레이를 바탕으로 2골을 추가했다. 완승을 거두는 동안 서울은 다양한 득점 분포를 기록했다. 이로써 서울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포함 5경기서 18골을 터트리는 폭발력을 선보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슬로 스타터를 탈피하겠다는 최용수 감독의 가장 큰 의지가 그대로 실현됐다.
최근 몇 년간 서울은 시즌 초반 조직력이 완전하지 못했다. 선수 구성이 초반에 완전히 이뤄지지 않아 팀을 꾸리는데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하지만 최용수 감독은 일찌감치 팀을 만들었다. 국내로 복귀한 데얀을 시작으로 중원의 주력 선수들이 일찍 팀에 합류하면서 여유가 생겼다.
지난 1월 8일 서울은 괌으로 1차 전지훈련을 떠났다. 2012년부터 5년째 괌에서 전지훈련을 펼치는 서울은 따뜻한 기후에서 체력훈련과 전술훈련을 병행했다.
날씨가 좋은 곳에서 서울은 지옥훈련을 펼쳤다. 단내나는 강훈련이 이어졌다. 데얀을 시작으로 주세종, 신진호, 유현, 조찬호 등 새로운 선수들이 대거 합류했다. 2차례 이어지는 전지훈련에서 최용수 감독은 사실상 베스트 멤버를 구축했다.
조직력을 끌어 올리기 위해 훈련에 강도를 높였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불만을 표출하지 않았다. 물론 박주영과 아드리아노가 부상 및 개인사정으로 합류하지 못했지만 최용수 감독의 계획은 큰 변화가 없었다.
물론 베스트 멤버를 미리 선정한 것은 아니다. 김정환, 임민혁, 이민규 등 신인 선수들과 고광민, 고요한, 김치우 등 기존멤버들도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현재 서울은 전지훈련부터 큰 틀에서 변화가 없다. ACL 포함 5경기서 선발 명단이 한번도 바뀌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동안 준비했던 조직력을 끌어 올리기 위함이다.

최용수 감독의 뜻대로 팀의 경기력이 이어지고 있다. 특급 선수들이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조직력이라고 판단한 최용수 감독의 의지대로 수비 안정 뿐만 아니라 공격력까지 살아나고 있다.
최용수 감독은 "현재 멤버 뿐만 아니라 항상 준비하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 그들의 능력도 주전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앞으로도 더 큰 힘을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