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트러블도 이승현(24, 오리온)을 막지 못했다.
고양 오리온은 21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된 2015-2016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전주 KCC를 99-71로 제쳤다. 오리온은 1승 1패 동률을 이뤘다. 두 팀은 고양으로 장소를 바꿔 3,4차전을 이어간다.
이승현은 하승진을 수비하는 최적의 카드로 오리온 수비의 핵심이다. 장신 외국선수가 없는 오리온은 빅맨수비에 어려움이 크다. 장재석과 최진수가 있지만 신장에 비해 체중이 적고 수비요령이 부족하다. 이승현이 없으면 하승진을 제어할 선수가 없다.

추일승 감독은 “이승현 밖에 하승진을 막을 선수가 없다. 이승현이 몸으로 버티던가 협력수비로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현과 하승진은 초반부터 치열했다. 1쿼터 종료 3분을 남기고 이승현과 하승진은 엄청난 몸싸움을 펼쳤다. 이승현이 등 뒤의 하승진을 밀며 견제하자 하승진이 오른팔을 써서 이승현을 밀어제쳤다. 거구의 이승현이 초등학생처럼 넘어졌다. 그만큼 하승진의 완력이 대단했다. 하승진에게 파울이 주어졌다.
하승진은 1쿼터 종료 4분을 남기고 다시 이승현을 밀었다. 파울선언은 없었다. 하승진이 밀고 들어가자 진로를 방해하던 허일영도 허무하게 넘어졌다. ‘진격의 거인’ 앞에 서 있다가 봉변을 당하기 일쑤였다.
이승현도 197cm지만 하승진은 221cm의 거인이다. 자신보다 5cm 작은 상대를 쉽게 요리할 수 있는 것이 농구다. 무려 24cm차이는 쉽게 극복하기 힘든 장벽이다. 이승현의 머리는 하승진이 어깨밖에 닿지 않는다. 하승진이 어깨로 밀면 이승현은 얼굴을 부딪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인 충돌이 다반사였다.

이승현은 영리했다. 하승진의 느린 발을 노리고 외곽에서 끊임없이 점프슛을 꽂았다. 신장은 작지만 하체가 강하고 중심이 낮아 버티기에 능한 이승현이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 8강서 아시아 최고센터 하메드 하다디(218cm, 이란)을 막아본 경험도 이승현에게 큰 도움이 됐다.
문제는 파울트러블이었다. 이승현은 1쿼터 종료 9초를 남기고 두 번째 파울을 지적당했다. 돌파하던 김민구를 막으려던 이승현이 파울을 의식해 몸을 틀어 접촉을 피했다. 하지만 심판이 이승현의 파울로 김민구의 바스켓카운트를 선언했다. 이승현이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번복은 없었다. 이승현은 1쿼터 종료 1.5초전 신명호에게 세 번째 반칙을 했다. 기둥 이승현이 2쿼터 전체를 뛸 수 없는 상황. 오리온의 위기였다.
하승진은 2쿼터 덩크슛 두 방을 터트리며 6득점을 몰아넣었다. 장재석이 막아봤지만 한계가 있었다. 이승현의 빈자리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 오리온은 막강한 외곽슛 화력으로 이승현의 수비공백을 어느 정도 상쇄했다. 이승현이 없을 때 리드를 지켰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이승현은 3쿼터 6득점을 쏟아내며 맹활약했다. 하승진의 느린 발을 적극 활용한 점프슛과 속공가담이 주효했다. 이승현은 종료 7분 50초전 81-61로 점수 차를 벌리는 쐐기 3점포를 꽂았다. 이날 이승현은 19점을 쏟아냈다. 2쿼터를 통째로 쉬었음을 감안할 때 엄청난 활약이었다.
이승현은 그야말로 공수에서 보물과 같은 존재였다. 석연치 않은 판정에 따른 파울트러블도 이승현을 막지 못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전주=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