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안드레 에밋(34, KCC)이 14점에 막혔다.
전주 KCC는 21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된 2015-2016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고양 오리온에게 71-99로 대패를 당했다. 1승 1패의 KCC는 3,4차전을 고양에서 치러 위기를 맞았다.
가장 큰 패인은 에밋의 부진에 있었다. 에밋이 특별한 컨디션이 저조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오리온이 에밋의 습성을 잘 분석해 대비하고 나왔다. 에밋이 전처럼 손쉽게 고득점을 올리기는 어려워졌다. 이날 에밋은 2점슛 4/11, 3점슛 1/5로 막혔다. 어시스트 7개를 뿌렸지만 오리온의 막강화력을 뒤집기는 역부족이었다.

추일승 오리온 감독은 “김동욱이 에밋을 잘 잡아줬다”고 호평했다. 구체적인 수비법 설명을 요구하자 추 감독은 “영업비밀인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1차전과 미묘한 차이 있었다. 상당히 본인 표정이 혼란스러웠다. 그 수비를 계속 가져간다”면서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직접 에밋을 상대한 김동욱은 더 많은 이야기를 했다. 김동욱은 “에밋에게 2점도 주고 3점도 주면 못 막는다. 3점슛 타격이 크다. 에밋에게 2점을 주더라도 3점을 안 주는 수비를 한다. 붙어 있으면 애런이 헬프를 들어온다. 1선에서 내가 막고 뚫리면 뒤에서 헬프를 한다. 팀 디펜스가 잘돼서 에밋을 잘 막았다”고 평가했다.
아무래도 에밋은 돌파를 선호하는 선수다. 화려한 개인기의 시발점은 페이크다. 상대가 페이크에 반응하는 사이에 번개 같은 스피드로 허점을 치고 들어온다. 그런데 김동욱은 에밋의 페이크에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일단 돌파가 막히면서 에밋이 할 수 있는 공격옵션이 크게 반감됐다. 설령 김동욱이 뚫려도 다른 선수들이 즉각 도움수비를 들어온다.
함정수비도 두 번째 방법이다. 에밋에게 돌파를 허용하더라도 좋아하는 오른쪽이 아닌 왼쪽으로 방향을 유도한다면 플레이를 예측할 수 있다. 에밋에게 나가는 패스를 차단할 수 있다. 김동욱은 “에밋을 유도하는 방향이 있다. 어느 쪽인지는 뒤에서 몰아주는 대로 한다. 오른쪽 왼쪽을 다 열어주면 막기 힘들다. 에밋이 주로 탑에서 많이 공격하는데 드리블을 많이 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에밋에 대한 수비설명을 하면서 김동욱도 ‘아차’ 싶었다. 다 말해주면 3차전서 그를 어떻게 막느냐는 것. 그럼에도 에밋이 14점으로 막힌 것은 의미가 있었다. 이날 에밋은 플레이오프서 자신의 한 경기 최소득점을 기록했다. 정규시즌 54경기서 에밋이 14점 이하로 막힌 경기는 단 6경기에 불과하다. 가장 최근 지난해 11월 19일 모비스전 11점이 에밋의 14점 이하 경기였다.
김동욱은 “에밋수비를 할 때 볼을 못 잡게 했다. 에밋이 좀처럼 흥분을 잘 안하는 선수인데 공을 못 잡을 때 짜증을 내더라. 헬프도 안가고 에밋만 막았다. 내가 에밋 페이크에 잘 안 속는다. 에밋도 다른 슈터에 비해 미들점퍼는 잘 안 쏘고 계속 치고 들어가는 스타일이다. 내가 반응이 느리다보니 여기에 잘 안 속는다”면서 웃었다.
어쨌든 KCC의 중심은 에밋이다. KCC는 3차전서 에밋을 살려줄 수 있는 새로운 카드를 들고 나와야 한다. 추승균 감독은 “3차전서도 에밋을 믿고 가겠다”면서 에이스에 대한 신뢰를 보였다. 오리온의 ‘영업비밀’이 3차전서도 통할지 관심사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전주=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