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차가 출시되기까지에는 만만찮은 개발 비용이 투입 된다. 많은 사람들의 열정과 노력이 새 제품 안에 녹아 든다. 그래서 새롭게 출시 되는 차를 소개하는 현장에는 항상 설렘과 긴장감이 넘친다. 동시에 온갖 화려한 수사(修辭)도 동반 된다. ‘최고’ ‘최상’ ‘최대’ 라는 어휘들이 곳곳에서 춤을 춘다. 찬란한 ‘낱말의 잔치’ 속에 새겨 들어야 할 말이 숨어 있다.
21일 경기도 양평에서 미디어 출시 행사를 가진 ‘2016 쉐보레 캡티바’도 그랬다. 엄청난 형용사가 난무하는 속에 귀에 꽂히는 단어가 있었다. “직관성과 실용성을 잡아 사양을 단순화 했다”는 데일 설리번 한국지엠 영업·서비스·마케팅부문 부사장의 말이다.
‘2016 쉐보레 캡티바’가 출시 된 배경을 먼저 보자. 쉐보레의 중형 SUV는 작년 11월 판매가 중단 됐던 차다. 강화 된 배기가스 배출 기준인 ‘유로6’가 발효 되면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차는 더 이상 팔 수 없었다.

‘2016 캡티바’가 출시 됐다는 것은 유로6가 요구하는 배출가스 기준을 통과했다는 얘기다. 유로6가 요구하는 수준으로 배기가스를 감축 시키는 방법으로는 LNT(배기가스를 질소산화물 촉매에 흡착했다가 불완전 연소시 발생하는 일산화탄소를 이용해 질소산화물을 분해하는 시스템)와 SCR(배기가스에 요소수를 분사해 질소산화물을 물과 질소로 분해하는 방식)이 있는데 캡티바는 SCR을 선택했다.
캡티바가 선택한 SCR은 질소산화물(NOx) 감축 효과가 뛰어난 반면, 장착에 따른 추가 비용부담이 크고 주기적으로 요소수를 보충해줘야 하기 때문에 유지비가 추가로 발생한다. 2만km를 주행할 때 요소수 충전 비용으로 약 2만 5,000원 정도의 돈이 든다. ‘2016 캡티바’는 요소수 주입구를 앞 범퍼 모서리에 도드라지지 않게 달아놓았다. 현대차 신형 모하비는 연료 주입구 옆에 요소수 주입구를 설치했다.

일반적으로 LNT 방식은 차량 하중과 출력이 적은 차에, SCR 방식은 고하중 고출력 차에 적용하고 있는데, 쉐보레도 트랙스에는 LNT 방식을, 캡티바에는 SCR 방식을 썼다.
디자인은 전면부가 가장 크게 바뀌었다. 쉐보레 브랜드의 시그너처 디자인인 ‘튜얼포트 라디에이터 그릴’을 더욱 뚜렷하게 강조했다. 듀얼 포트는 상하로 나뉜 두 개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일컫는데 2016 캡티바의 아래쪽 그릴이 훨씬 커지고 시원해졌다. 헤드램프와 안개등도 최근 트렌드에 맞춰 손질을 했다.
내부의 변화는 역시 애플 ‘카플레이’의 도입이라고 봐야겠다. 한국지엠은 캡티바 출시와 동시에 간단한 시승행사도 가졌는데 시승행사에 동원 된 차들은 애플 카플레이 연결을 위해 구형 아이폰을 하나씩 달고 나왔다.

애플 아이폰 사용자들은 전화기를 USB 커넥터를 통해 꽂기만 하면 7인치 정전식 터치 화면에 익숙한 아이폰 앱 디자인이 뜨고, 운전자는 아이폰을 조작하듯이 전화, 메시지, 지도, 음악 같은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아이폰 사용자가 아닌 경우는 내비게이션 앱인 브링고(BringGo)를 다운 받아 사용할 수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2016 쉐보레 캡티바’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그러나 심장을 들여다보면 한국지엠이 대규모 시승행사까지 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유로6에 대응하기 위해 엔진과 변속기를 바꿔 달았다. 2016 캡티바는 2.0리터 CDTi(Commonrail Diesel Turbo Injection) 엔진에 차세대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가 짝을 이뤘다. 양평에서 용인을 돌아 서울로 돌아오는 시승코스에서 새 파워트레인은 부드러운 주행성능을 보였다. 초정밀 고압 커먼레일 연료 분사방식을 통해 최고 출력 170마력, 최대토크 40.8kg.m을 발휘하는 캡티바는 저중속 구간에서 반응력이 좋아졌고 고속 구간에서는 안정성이 더해졌다.
그러나 달라진 파워트레인만 갖고 ‘풀체인지급 부분 변경’을 느끼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운전자가 차와 교감하는 감각은 달리는 능력뿐만 아니라 오감이 다 동원 되고 있었다. 데일 설리번 부사장이 말한 ‘직관성’과 ‘실용성’만이 강하게 와 닿았다. 꼭 필요한 요소들만 갖추다 보니 새 차인데도 마치 오래도록 곁에 있었던 차 같았다.

연비도 썩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국도를 약 55km 가량 주행하고 얻은 트림상 연비는 9.7km/l. 캡티바의 공인 복합연비는 11.8km/L(고속주행연비 13.5km/L, 도심주행연비 10.6km/L, 5인승 기준)이다.
독립 현가식 멀티링크 방식의 후륜 서스펜션, 랙(Rack) 타입 속도 감응형 스티어링 시스템(R-EPS), 최첨단 전자식 주행안정 제어장치(ESC: Electronic Stability Control system) 등은 차의 주행 안정성을 높이는 장치로, 사각지대 경고시스템, 후측방 경고시스템 등은 안전 편의 사양으로 장착 돼 있다.
시트를 손쉽게 접고 펼 수 있는 이지 테크(EZ-Tech), 분할 시트 폴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1,577리터의 최대 적재용량은 이 용도의 이용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편의 사양이다.

트림별 가격 차가 크지 않다는 것도 설리번 부사장의 ‘실용성’에 해당 된다. 4월 판매를 개시하는 2016 쉐보레 캡티바의 가격은 LS 2,809만 원, LS 디럭스 패키지 2,863만 원, LT 2,997만 원, LT 디럭스 패키지 3,129만 원, LTZ 3,294만 원이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