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2차전을 앞둔 연습 때 알았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지난 20일 천안에서 열린 OK저축은행과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을 앞두고 주전 센터 신영석(30)으로부터 이상한 감을 느꼈다. 뭔가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 신영석을 불러 세워 그 이유를 묻자 “무릎이 아프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최 감독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신영석은 18일 열린 1차전을 앞둔 연습에서 무릎을 살짝 다쳤다. 하지만 이를 코칭스태프에 숨겼다. 경기에서 빠질 수 없다는 의지 때문이었다. 그러나 다친 무릎은 신영석의 호쾌한 움직임을 방해했다. 그 때문인지 결국 1·2차전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다. 2차전에서는 자주 교체되기도 했다.

최 감독은 신영석을 아예 3차전에서 뺄 생각이었다. 진성태라는 대안이 있었다. 결정적으로 아픈 선수를 무리해 뛰게 할 생각도 없었다. 그러나 신영석은 경기 전 최 감독을 찾아 “엔트리에서 제외하지 말아달라”라고 간청했다. 어찌됐건 마지막까지 팀과 함께 하겠다는 의지였다. 그리고 신영석을 일단 벤치에 대기시켜 놓은 최 감독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됐다.
신영석은 22일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OK저축은행과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맹활약했다. 선발 출전하지는 못했지만 1세트 중반 교체로 들어갔고 이날 경기의 승부처였던 2세트에서 맹활약하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1세트에서 패한 현대캐피탈로서는 2세트마저 내줄 경우 사실상 이대로 무너지는 흐름이었다. 이렇게 그대로 잠들 뻔했던 현대캐피탈을 깨운 선수가 신영석이었다.
2세트 초반부터 연속 속공 3개로 현대캐피탈의 기세를 끌어올린 신영석은 결정적인 순간 블로킹 2개를 잡아내며 도망가려는 OK저축은행의 발목을 끌어 잡았다. 블로킹에서도 맹활약했다. 21-19에서는 송명근이 시도한 회심의 후위공격을 단독으로 잡아내며 사실상 2세트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2세트에서는 팀 내 가장 많은 6득점을 기록하며 공격을 이끌었다.
신영석의 분전 덕에 2세트를 잡아내고 한숨을 돌린 현대캐피탈은 다시 냉정한 모습을 되찾았다. 신영석의 활약도 계속됐다. 3세트에서 공격 시도가 다소 줄었지만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었던 23-22에서는 깨끗한 A퀵을 성공시키며 OK저축은행의 블로커 벽을 뚫었다. 아픈 무릎에도 불구하고 몸을 날리는 투혼 또한 인상적이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9득점 이상의 공헌도였다.
경기 후 신영석은 "전날도 연습을 못했다. 오늘도 오전 연습 때도 뒤에 서 있었다. 경기를 안 뛰는 걸로 알고 있었다"라면서 현재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면서도 "점심 먹고 감독님 방에 올라가서 '오늘 지더라도 제가 들어가서 지겠습니다'라고 말을 했다. 할 수 있는 데까지 하고 나오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책임질 수 있어 감독님께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안산=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