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SK 프리뷰21] ‘찢어진 장비’ 김민식의 겨울과 각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3.23 17: 10

“한국에 들어가면 다시 장비를 준다고 했어요. 지금은 일단 이걸로 쓰는 수밖에 없어요”
지난 SK의 오키나와 2차 캠프 당시, 박경완 SK 배터리코치의 재촉에 훈련을 준비하던 김민식(27, SK)은 거의 반사적으로 장비를 몸에 착용하기 시작했다. 포수는 기본적으로 챙겨야 할 장비가 많다. 그 장비를 소중하게 다루고 정비하는 것도 하나의 일이다. 그런데 김민식의 장비는 만신창이였다. 프로텍터, 레가드가 모두 성하지 않았다. 프로텍터는 찢어져 있었다. 김민식은 “훈련을 하다 보니 어느새 이렇게 되어 있었다”라고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사람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비인 만큼 웬만하면 찢어지거나 부서지는 일이 없는 포수 장비다. 그러나 김민식의 장비 상태는 육안으로 봐도 처참했다. 혹독한 훈련을 했다는 것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실제 지난해 가고시마 특별캠프부터 김민식은 하늘보다는 땅과 더 친숙한 선수였다. 구르고 또 굴렀다. 한국으로 전송되는 사진을 본 아내의 말수가 줄어들기도 했을 정도다.

그럴수록 투지는 강해졌다. 김민식은 “이렇게까지 훈련을 했는데, 한 것이 억울해서라도 해야 한다”라고 이를 갈았다. 그리고 그렇게 조금씩 성과는 보이고 있다. 자신도, 주위에서도 뚜렷한 성장세를 느끼고 있다. 공·수 모두에서 만만치 않은 기량이다. 수비력은 많이 향상됐고 시범경기 7경기에서 타율 4할1푼7리로 방망이 또한 상승세다.
마산고와 원광대를 졸업하고 SK의 2012년 2라운드 11순위 지명을 받은 김민식은 대학 정상급 포수 자원으로 각광을 받았다. 포수 세대교체를 준비해야 했던 SK의 눈에 들어왔다. 타격도 좋고, 발도 비교적 빠르다는 점 등도 장점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정작 ‘포수’로서의 능력에서 번번이 벽에 가로 막혀야 했다. SK에는 좋은 포수들이 많았고, 김민식의 자리는 없었다. 지난해에도 거의 대부분을 시간을 2군에서 보냈다.
고등학교 2학년 때야 포수로 전향한 김민식은 기본기가 부족했다. 박경완 SK 배터리코치는 이런 부분에 주목했다. 지난해 가고시마 특별캠프부터 혹독한 기본기 훈련을 받았다. 플로리다에서도, 오키나와에서도 박 코치의 엄한 과외는 계속됐다. 주위에서는 “도망치고 싶을 것”이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나 선수 경력의 기로에 놓은 김민식은 피하지 않았다. 힘들어도 참았고, 캠프를 특별한 부상 없이 완주했다.
그 결과 기본기 측면에서 뚜렷한 향상이 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경완 코치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라고 잘라 말하면서도 “늦게 포수를 시작한 만큼 성장세는 가장 빠르다”라고 흐뭇한 미소를 숨기지 않았다. SK의 지난 전지훈련에서 가장 상승세를 탄 선수 중 하나로 뽑히기도 했다. 이제는 같이 훈련을 하며 동고동락한 이현석과 함께 1군 엔트리 진입을 놓고 경쟁 중이다.
김민식은 “이런 기회가 처음이다”라고 이야기한다. 그간 계속해서 2군에만 있었던 김민식이다. 1군 진입을 놓고 시작부터 경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랜 2군 생활을 한 김민식은 그런 기회조차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고 있다. 김민식은 “앞으로 이런 기회가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 무조건 잘해야 한다”라고 전의를 다진다. 지난 겨울 흘렸던 땀은 어느덧 자신감으로 김민식의 가슴을 채우고 있었다.
김민식은 2군에 있을 때 1군 투수들의 공을 받는 꿈을 자주 꿨다고 했다. 신분은 2군이지만 “만약 내가 1군에 올라가면 볼 배합을 어떻게 할까”라는 남모를 연구를 많이 했다. 1군 무대에 누구보다 목이 말라 있다. 김민식은 “박 코치님으로부터 볼 배합에 관련된 점을 많이 배웠다. 경기를 복기하면서 계속 배워가는 중이다”라면서 “블로킹 등 수비의 기본적인 것부터 착실히 하는 포수가 되고 싶다”라고 의지를 다졌다. 노력의 성과를 체감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16년 프리뷰
SK의 주전 포수는 누가 뭐래도 이재원이다. 김용희 감독은 포수 백업은 하나를 두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김민식은 이현석과 함께 치열한 1군 진입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당초 포수 경험이 더 풍부한 이현석이 조금 앞서 나가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지만, 스펀지처럼 쑥쑥 빨아들이는 김민식의 상승세에 이제는 누가 낫다고 얘기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시범경기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쟁이 이어질 전망. 장타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좌타자에 발이 느리지 않고 컨택 능력이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근성과 투지도 합격점을 받았다. 1군에서 시즌을 시작할 수 있다면 기본적인 목표는 달성하는 셈이 됐다. 이미 군 문제는 해결된 터라 제한된 기회에서 더 많은 경험을 쌓는다면 SK 포수진에 확실히 이름을 새겨넣을 수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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