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의 무한경쟁이 시작됐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지난 24일 오후 안산 와 스타디움서 열린 레바논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7차전서 후반 추가시간 이정협의 극적인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A매치 7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와 함께 8경기 연속 무실점이라는 대기록을 동시에 달성했다.
레바논전은 새로운 경쟁의 막을 올린 한 판이었다. 주인을 알 수 없던 포지션마다 우위를 점한 이들이 나타났다. 덩달아 뒤쳐지는 경쟁자에게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생겼다.

원톱 공격수는 돌아온 '황태자' 이정협(울산)이 한 걸음 앞서갔다. 7개월 만에 부상을 털고 돌아온 그는 후반 25분 황의조(성남)와 바통을 터치해 추가시간 극적인 결승골을 뽑아냈다. 뛰어난 위치선정과 감각적인 마무리로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반면 선발 출격한 황의조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전후반 70분을 뛰며 가장 많은 찬스를 잡았지만 소득을 올리지 못했다. 특히 후반 구자철의 결정적인 크로스가 빗맞으며 아쉬움의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황의조는 "경쟁 관계가 중요하다기 보다는 우리의 승리에 만족하고 있다"면서 "내가 못 넣어도 다른 공격수들이 넣고 이길 수 있어 기쁘다"라고 선의의 경쟁을 반겼다. 감독의 배려 속 막판 출격한 석현준(포르투)까지, 3인방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셈이다.
좌측 풀백 자리도 주인공을 가늠하기 어렵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김진수(호펜하임)에게 선발 출격의 기회를 줬다. 김진수는 지난달 1일 바이에른 뮌헨전 이후 두 달여 만에 실전에 투입됐다. 결국 감각이 문제였다. 수장의 기대에 보답하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무언가 안정감이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볼키핑과 패스도 불안했다. 소속팀서 5~6주 연속 명단에 들지 못한 상황이 경기력으로 반영됐다"고 아쉬워했다. 김진수는 "체력과 경기력을 체크해보고 싶었다"며 말을 아꼈다.
김진수의 부진은 곧 경쟁자에겐 기회를 뜻한다. 슈틸리케 감독의 시선은 김진수처럼 소속팀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박주호(도르트문트)에게로 향한다. 박주호는 지난 1월 24일 묀헨글라트바흐전 이후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오는 27일 태국과의 친선전서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높다. 김진수와 박주호의 경쟁이 다시 막을 올린 셈이다./dolyng@osen.co.kr
[사진] 안산=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