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28, SK)과 양현종(28, KIA). 류현진(29, LA 다저스)이 미국 메이저리그로 떠난 이후 국내 최고 투수 자리를 다투는 투수들이다.
닮은꼴도 많다. 동갑내기인데다 나란히 좌완 투수다. 올 시즌을 마치면 FA(프리 에이전트) 자격을 얻어, 대박 계약이나 해외 진출을 노릴 수 있다. 지난 겨울 연봉을 놓고도 양현종이 7억5000만원을 받자, 김광현은 8억5000만원으로 넘어섰다.
여러모로 의미가 남다른 2016시즌을 앞두고 김광현과 양현종은 준비 과정이 다소 상반된다. 김광현이 '퀵'이라면, 양현종은 '슬로우'다.

김광현은 24일 현재 시범경기 3경기에 나서 2승무패, 12⅓이닝을 던지며 7피안타 1볼넷 1실점(비자책)을 기록 중이다. 평균자책점 '0'다. 지난 10일 KIA전 2이닝 무실점, 16일 넥센전 5이닝 무실점, 22일 두산전 5⅓이닝 1실점(비자책)으로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
스프링캠프를 거쳐 시범경기에서 실전 감각이 올라온 모양새다. 개막전부터 풀파워와 풀스피드로 치고 나가려는 듯 하다. 현재의 몸 상태나 로테이션 간격을 보면 개막전 선발로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 기존의 주무기 슬라이더와 커브 외에도 새롭게 장착한 체인지업까지 안정적인 피칭을 보이고 있어 올 시즌 기대감을 품게 한다.
반면 양현종은 마치 슬로우 모션으로 144경기 페넌트레이스를 준비하는 듯 하다. 양현종은 현재 시범경기 1경기에만 나섰다. 지난 12일 넥센전에서 가볍게 2⅔이닝 1실점을 기록했다. 이후 등판은 타의로 무산됐다.
지난 19일 잠실 두산전에 등판하려 했으나 감기 증세로 무산됐다. 컨디션이 회복되면 이번 주 한 차례 등판하며 개막전 준비를 할 것으로 보인다. 김기태 KIA 감독은 24일 롯데전에 앞서 "양현종의 감기는 다 나았다"고 전했다.
여름철 체력 저하로 매 시즌 후반기에 부진했던 양현종은 지난해부터 페이스를 의도적으로 늦게 끌어올렸다.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 한 차례도 공을 던지지 않았다. 올해는 그나마 오키나와 캠프에서 딱 1경기 2이닝(3피안타 1실점)을 던졌다. 그런데 감기로 인해 시범경기에서 페이스를 조금 늦추게 됐다. 지난해는 시범경기 3경기(10이닝)에 출장해 컨디션을 점검했다.
양현종은 지난해 15승6패 평균자책점 2.44를 기록하며 가장 좋은 시즌을 보냈다. 한 시즌 개인 최다승에는 1승이 적었지만, 데뷔 후 처음으로 2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슬로우 스타트에 대한 보답을 받았다. 올해도 이같은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
김광현은 지난해 14승6패 평균자책점 3.72로 에이스 노릇을 했다. 잔부상 없이 풀타임을 뛰며 176⅔이닝을 던졌다. 커리어하이였던 2010년(17승7패 193⅔.2이닝 평균자책점 2.37) 이후 가장 많은 이닝을 던졌고, 가장 많은 승수를 기록했다.
FA를 앞두고 다시 한번 개인 최고의 성적을 꿈꾸는 두 좌완 에이스들의 상반된 시즌 준비가 개막전 이후 어떤 결과를 나타낼지 흥미롭다. /orange@osen.co.kr
[사진] 지난해 양현종이 김광현의 개인 통산 1000탈삼진 달성을 축하하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