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잭슨(24, 오리온)이 강력한 챔프전 MVP후보로 떠올랐다.
고양 오리온은 25일 고양체육관에서 전주 KCC를 상대로 2015-2016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을 치른다. 2,3차전 잇따라 대승을 거둔 오리온이 2승 1패로 시리즈를 리드하고 있다. 오리온이 4차전마저 제압한다면 시리즈의 무게가 오리온으로 크게 기울게 된다. KCC는 사력을 다해 반드시 2승 2패를 만든 뒤 전주로 향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
아직 오리온의 우승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 현재까지 상황을 고려할 때 오리온에서 가장 돋보이는 선수는 조 잭슨과 김동욱이다. 오리온이 우승한다면 두 선수 중 챔프전 MVP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조 잭슨은 폭발적인 득점에서 단연 눈에 띄는 선수다. 1차전 잭슨은 3쿼터 12점 포함, 20점을 터트렸으나 어시스트는 두 개에 그쳤다. 동료들을 살려주는 플레이는 부족했다. 2차전부터 잭슨은 달라졌다. 자신이 직접 속공을 주도하며 KCC의 느린 발을 집중 공략했다. 3쿼터 터진 잭슨의 3연속 3점슛 성공은 오리온이 대승을 거둔 계기였다. 동료들이 비면 곧바로 패스도 내줬다. 2차전 잭슨은 18점, 9어시스트로 살아났다.
3차전도 마찬가지였다. 잭슨은 첫 5개의 슛을 놓치고도 20점, 7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후반전에만 17점을 넣은 잭슨을 아무도 제어하지 못했다. 수비귀신이라는 신명호도 잭슨 앞에서 무기력했다. 잭슨은 “신명호가 한국선수 중 가장 수비가 좋다. 하지만 난 누가 막는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잭슨은 시즌 초반과 비교해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3점슛이 부족하고, 마음이 급해 지역방어 공략에 애를 먹었던 그다. 하지만 잭슨은 챔프전에서 19.3점, 6어시스트, 3점슛 42.1%를 기록 중이다. 거리를 두고 잭슨의 돌파만 집중적으로 견제했던 KCC는 소나기 3점슛을 얻어맞고 ‘멘붕’에 빠진 상태. 추승균 감독은 “선수들에게 잭슨에게 거리를 두고 막으라고 했는데 붙었다. 잭슨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다”고 토로했다. 3점슛이 들어가면서 잭슨의 돌파는 더욱 막기 어려운 무기가 됐다.
농구팬들도 잭슨을 절대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그는 폭발적인 드리블과 3점슛, 덩크슛 등 농구의 진기명기를 모두 보여주고 있다. 특히 2차전 막판 김태홍을 앞에 두고 터트린 ‘인 유어 페이스’(in your face) 덩크슛은 두고두고 회자될 백미였다. 3차전서도 잭슨은 노마크 속공상황에서 리버스 덩크슛을 작렬했다. 조용한 관전으로 유명했던 고양체육관이 뜨겁게 달아오른 이유였다.
KBL은 정규리그 MVP 후보를 국내선수로 한정하고 있다. 외국선수는 아무리 기량이 좋아도 외국선수상에 만족해야 한다. 올 시즌 KCC를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끈 안드레 에밋이 실질적인 MVP였다. 하지만 수상은 양동근이 했다. 국내선수와 외국선수 구분이 따로 없는 챔프전 MVP는 조 잭슨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잭슨의 활약이 대단하다.
역대 19시즌 챔피언결정전 중 외국선수 MVP는 2002년의 마르커스 힉스, 2003년의 데이비드 잭슨 단 두 명만 나왔다. 활약상이 비슷하다면 국내선수에게 상을 주는 경향이 짙다. 외국선수가 상을 타려면 누가 봐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결정적 활약이 필요하다.
2002년 힉스는 챔프전 평균 31.3점, 11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특히 2승 3패로 뒤진 시점에서 그가 6차전 33점, 7차전 34점을 넣은 것이 수상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2003년 데이비드 잭슨은 신들린 3점슛으로 MVP를 차지했다. 특히 그는 2승 2패로 맞선 5차전 후반에만 24점을 몰아치며 TG삼보의 우승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잭슨은 시리즈 평균 20.8점, 3점슛 3개를 기록했다.

챔프전에서 잭슨의 활약은 눈부시다. 김동욱 역시 안드레 에밋을 잘 막으며 고비 때마다 결정적 3점슛을 터트리고 있다. 잭슨이 확실하게 MVP를 타려면 남은 시리즈에서 승리에 결정적인 활약을 더 보여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