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정규시즌 두산 원정포함 잠실구장서만 80경기
공수 기동력 강조...잠실구장에 맞게 전력구상
LG 트윈스의 이번 시범경기 테마는 ‘무한질주’다. 말 그대로 쉬지 않고 뛴다. 상대의 빈틈이 보이면 뛰고, 뛰어서 상대로부터 빈틈을 만들기도 한다. 시범경기 기간 도루 성공(29개·공동 2위 NC와 넥센은 18개)과 도루시도(44개·2위 넥센 32개)에서 독보적인 1위에 자리하고 있다.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어쩌면 LG는 10개 구단 중 가장 먼저 2016시즌을 준비한 팀일지도 모른다. LG는 지난해 후반기부터 미래를 대비해 퍼즐 조각을 맞춰나갔다. 실패를 각오한 주루플레이를 펼쳤다. 도루와 작전이 난무하는 가운데 허무하게 아웃카운트가 늘어났지만, 코칭스태프는 절대 선수를 나무라지 않았다. 결과를 떠나 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데에 중점을 뒀다.
선수단 구성도 파격적이었다. 후반기 내내 젊은 선수들을 1군에 올렸다. 고졸신인 안익훈과 트레이드로 영입한 임훈이 주전 외야수로 꾸준히 출장했다. 만 23세의 포수 유강남은 이미 주전으로 올라섰다. 1군 선수단 평균연령이 갑자기 낮아졌다. 그러더니 시즌 후에는 국가대표 출신 베테랑 선수 이진영을 40인 명단에서 제외, 2차 드래프트에서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선사했다.
이 모든 것은 잠실구장에서 더 많은 승리를 챙기기 위해서였다. LG는 지금까지 잠실구장의 반만 활용했다. 일단 투수들은 적극적인 투구로 드넓은 잠실구장의 이점을 마음껏 살렸다. 지난 3년 동안 리그에서 가장 적은 투구수(598815개·2위 NC 60057)를 기록하며 평균자책점 2위(4.32·1위 NC 4.17)에 자리했다. 피안타보단 볼넷을 경계했고, 최저실점 경기를 통해 두 차례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하지만 많은 야수들에게 잠실구장은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했다. 특히 장타를 노려온 타자들에게 그랬다. 큰 타구가 펜스 앞에서 잡히곤 했다. 다른 구장이었으면 홈런이 되고도 남을 120m 외야플라이가 꾸준히 나왔다. 더 큰 문제는 수비였다. 오랫동안 외야진의 중심을 잡고 있던 선수들이 30대 중반을 넘어가며 수비범위가 점점 좁아졌다. 그만큼 상대는 2루타와 3루타를 마구 날렸다. LG는 지난 3년 동안 피홈런이 303개로 가장 적은 팀이었음에도 3루타 허용은 73개로 네 번째로 많았다.
결국 LG는 야수진 변화를 통해 잠실구장의 이점을 확실히 챙겨가기로 했다. 부족한 장타력을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로 메우기로 정했고, 외야에는 수비범위가 넓고 다리가 빠른 선수를 배치시키고 있다. 외야수 채은성은 “마무리캠프부터 주루플레이에 대한 연습을 굉장히 많이 했다. 그리고 경기에 앞서 선수들이 자연스럽게 상대 외야수의 수비범위와 송구능력을 체크하는 습관을 갖게 됐다. 한 베이스라도 더 가기 위해선 미리 상대를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타순도 이전과는 다르게 가져갈 계획이다. 양상문 감독은 정성훈의 타순에 대한 질문에 “6번을 생각하고 있다. 2번에 자리할 가능성은 낮다”며 “1, 2번은 빠른 선수들로 가지 않을까 싶다. 시범경기에서 뛰는 것에 대한 효과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성훈이는 2번 보다는 6번 정도에 놓을 생각이다”고 답했다. 정성훈은 지난 3시즌 동안 팀에서 가장 높은 출루율인 4할7리를 기록했다. 도루가 많은 선수는 아니지만 출루율이 높은 만큼 테이블세터로 나선 경우도 있었다. 시범경기만 보면, 잘 뛰는 임훈과 정주현이 2016시즌 테이블세터를 맡을 확률이 높다.
외야진도 강한 수비를 위해 변화를 택했다. 임훈을 일찍이 주전 외야수로 낙점했다. 임훈은 외야 세 자리가 모두 가능하면서도 수비범위가 넓다. 이병규(7번)가 주전 좌익수로 나서는 가운데, 임훈이 중견수나 우익수로 나서 외야진에 안정을 가져오려고 한다. 2년차를 맞이하는 안익훈은 임훈보다도 수비범위가 넓다는 내부평가. 문선재와 채은성도 꾸준히 외야수비력이 향상되고 있다. 이천웅도 경찰청 복무를 통해 타구판단 능력이 군입대전보다 월등히 좋아졌다. 예전과 달리 수비범위가 넓은 외야수들이 상당수 포진했다.
이렇듯 준비는 마무리 단계다. 이제 남은 것은 어떻게 실현하느냐다. LG가 계획대로 적극적 주루플레이와 외야수비 강화가 이뤄진다면, 득실마진은 눈에 띄게 좋아질 것이다. 팀을 이원화하고도 시범경기 성적 5할을 오가는 이유도 ‘열심히 뛰고 열심히 뛰어가 잡아내는 야구’가 되기 때문이다. 총 80번의 잠실경기에서 얼마나 많이 승리했냐에 따라 시즌 전체 성적이 좌우된다.
LG는 26일부터 두산과 잠실더비를 치른다. 발야구와 넓은 수비의 원조이자 라이벌인 두산을 상대로 LG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