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대표팀 4번 출신, SK 야수 최대 기대주
1군 데뷔전 깜짝 활약, ‘제2의 최정’ 기대감
2005년 3월. SK는 거대한 가능성에 흥분하고 있었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떡잎이 확실히 달랐다. 또래에서 볼 수 없는 힘이 있었고, 체격 조건은 무궁한 성장의 그릇이 엿보였다. 성격도 남달랐다. 살짝 공에 맞고도 치고 싶어 “맞지 않았다”라고 우겼다. 코칭스태프가 의아하게 생각할 시점, 보란 듯이 2루타를 치고 나가며 혀를 내두르게 했다.

후일 SK는 물론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타자로 성장한 최정(29)의 시작이 그랬다. 그리고 그로부터 11년 뒤. SK는 ‘어디서 많이 본, 많이 느낀 듯한’ 기분을 다시 체감하고 있다. 11년 전 최정을 절로 떠올리게 하는 또 다른 재능의 출현 때문이다. 서울고를 졸업하고 2016년 SK의 2차 1라운드 지명을 받은 임석진(19)이 그 주인공이다. 스카우트 팀도, 퓨처스팀 (2군) 관계자도 “임석진을 보면 최정이 생각난다”라고 말할 정도다.
야수 세대교체가 더딘 SK는 201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고졸 야수들을 대거 뽑았다. 임석진은 가장 앞에 불린 선수였다. SK의 기대감을 엿볼 수 있다. 서울고 시절부터 고교 최고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청소년대표팀에서는 4번 타자로 활약했다. 그런 임석진은 지난해 가을부터 진행된 SK의 전지훈련 캠프에 빠짐없이 참여하며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가고시마, 플로리다, 타이중을 거치는 사이 임석진이라는 미완의 대기는 SK에 점점 더 큰 확신을 주고 있다.
체력적으로는 힘든 시간이었다. 임석진은 “이렇게 캠프에 참여해본 게 처음이다. 체력의 중요성을 느꼈다”라고 미소 지었다. 공교롭게도 가고시마, 플로리다, 타이중 캠프는 모두 훈련량이 많은 캠프였다. 그런 과정 속에서 임석진은 “느낀 것이 많았다”라고 회상한다. 특히 플로리다 캠프가 그랬다. 임석진은 “TV에서나 보던 선수들이었는데 실제 옆에서 함께 하다 보니 야구를 하는 것이 확실히 다르더라”라는 게 임석진의 이야기다. 좋은 배움, 또 좋은 자극제가 됐다.
가장 많이 느낀 것은 정확성의 차이였다. 임석진은 “프로와 아마추어의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 싶다”라고 말한다. 체력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으면서 공격과 수비에서 전체적인 정확성을 높이는 데 주안점을 뒀다. 성격적으로도 많은 것을 고치려고 노력했다. 임석진은 “신인답게, 좀 더 활발하게 훈련하려고 노력했다”라고 이야기했다.
2군 코칭스태프도 적극 지원에 나섰다. 잘못된 것은 고쳐주려고 하고, 그 새로고침을 실전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게 꾸준히 출전 기회를 줬다. “고등학교 때도 이맘때(겨울과 봄 사이) 항상 페이스가 떨어졌다”라고 말하는 임석진이지만 성적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저조한 타격감 속에서도 매 경기 꾸준히 터져 나오는 장타에 주목했다. 고교 시절 3루를 봤던 임석진을 1루에서도 뛸 수 있게끔 전략적으로 조련했다.
그렇게 겨울을 보낸 임석진은 25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NC와의 시범경기에서 깜짝 출전해 맹활약을 선보였다. 0-2로 뒤지고 있던 3회 무사 1,2루에서 NC 선발 재크 스튜어트의 138㎞ 커터를 거침없이 휘둘러 좌측 담장 밖으로 날려 보냈다. 7회에는 우익선상으로 빠져 나가는 2루타, 9회에는 좌중간으로 나가는 잘 맞은 안타를 쳐냈다. 안타보다는 타구질이 좋았다. 테스트 삼아 임석진을 투입했던 1군 코칭스태프도 흠칫 놀랄 만한 활약이었다.
어떠한 부담을 느끼지는 않고 있다. 겸손하게 배우며 하나하나씩 보완한다는 각오다. 주눅 드는 것도 없다. 어쩌면 신인의 특권이다. 오히려 “홈팬들에게 내 이름을 알리게 돼 기분이 좋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뛰겠다”라고 당찬 심장을 숨기지 않는다. 11년 전 최정이 그랬다. 따지고 보면, 스타의 탄생은 임석진의 25일 경기처럼 이뤄진다. SK의 미소가 점점 커지고 있다.
2016년 프리뷰
최정의 신인 시절을 지켜봤던 한 구단 관계자는 “같은 나이 때 모습만 놓고 비교해볼 때, 타자로서의 전체적인 완성도는 오히려 임석진이 조금 더 낫다”라고 말한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타자답지 않은 좋은 매커니즘과 탄탄한 체격 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데는 모두가 공감한다. 재능은 확실한 만큼 결국 앞으로 임석진을 어떻게 조련해 키우느냐가 관건이자 최대 화두다. 임석진은 25일 경기에서 138㎞ 커터를 받아쳐 홈런을 때렸고 137㎞ 빠른 공을 2루타로, 137㎞ 포크볼을 때려 좌중간 안타를 만들어냈다. 고교 시절에도 볼 수 있었던 130㎞대 공은 자신 있게 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런 임석진을 140㎞ 이상을 상회하는 빠른 공과 낙차 큰 변화구까지 칠 수 있게 만드는 작업이 올해 내내 이어질 점은 확실하다. 아마도 1군보다는 2군이 그 무대가 될 것이다. 2군에서는 이미 “4타수 4삼진을 당하더라도 경기에 내보내야 할 선수”로 분류하고 있다. 전략적 움직임이 읽힌다. 1군 콜업 시기와는 별개로, 그 전략 속에 크는 임석진의 성장은 또 하나의 볼거리가 될 것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