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프전에서 가장 빛나는 별은 누가 될까.
2015-2016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3승 1패로 앞선 고양 오리온은 남은 시리즈에서 1승만 추가하면 14년 만에 우승을 확정짓게 된다. 3경기 연속 대패를 당한 KCC는 반전카드가 단 하나도 없다. 이미 분위기는 오리온으로 크게 기울었다.
4차전까지 활약상을 놓고 보면 챔프전 MVP후보는 조 잭슨, 이승현, 김동욱으로 압축된다. 공격력만 놓고 보면 단연 잭슨이 돋보인다. 잭슨은 4차전까지 경기당 평균 20점, 4.3리바운드, 6.5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시즌 초반만 해도 약점으로 지적됐던 3점슛까지 경기 당 2개(성공률 40%)를 넣고 있다. KCC는 잭슨의 대활약에 맥을 못 추고 있다. 수비의 달인이라는 신명호조차 전혀 잭슨을 못 막고 있다.

한 번 터지면 걷잡을 수 없는 폭발력은 잭슨의 매력이다. 2차전 3쿼터 11점, 3차전 후반 17점, 4차전 4쿼터 11점 등 잭슨은 득점이 가장 중요한 순간에 폭발하고 있다. 잭슨 덕분에 오리온은 거의 접전 없이 3연승을 달릴 수 있었다. 그의 존재감은 달아나야 할 때 확실하게 튈 수 있는 스포츠카나 마찬가지다.
4차전 후 잭슨은 “해외리그가 처음이다. MVP를 준다면 이력서에 한 줄을 추가할 수 있을 것 같다. 기분이 매우 좋을 것 같다”면서 웃었다.

관건은 MVP를 뽑는 기자단 투표다. 역대 19회 챔프전에서 외국선수 MVP는 2002년 마르커스 힉스, 2003년 데이비드 잭슨 단 두 명만 나왔다. 기자단은 활약상이 비슷하다면 국내선수에게 표를 주는 경향이 있다. 잭슨이 아무리 잘해도 ‘외국선수’라는 이유로 표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잭슨이 진짜 싸워야 할 대상은 KCC가 아니라 외국선수라는 편견이다. 잭슨이 MVP를 타기 위해서는 누가 봐도 전혀 이견을 제시하지 못할 정도로 압도적인 활약을 펼쳐야만 한다.
국내선수 중에서는 이승현과 김동욱에게 표가 분산될 전망이다. 이번 시리즈에서 이승현은 하승진을 완벽하게 봉쇄하며 팀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기록상으로 돋보일 수는 없지만, 이승현의 진가는 누구나 인정하는 부분. 챔프전에서 하승진은 평균 9점, 10.3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야투율. 하승진의 슛 성공률은 42.4%에 불과하다. 하승진이 KGC인삼공사와 4강전서 평균 15.8점, 14.8리바운드, 야투율 64.9%를 기록했음을 감안하자. 이승현이 하승진을 얼마나 잘 막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승현은 어린 나이에도 멘탈이 ‘부처님’ 수준이다. 2차전 하승진은 수비하는 이승현을 내동댕이쳤다. 그만큼 수비가 짜증났다는 말이다. U파울을 줘도 무방했지만 심판은 뒤늦게 그것도 일반파울만 줬다. 이승현은 1쿼터 3파울을 지적당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결국 이승현은 2쿼터를 통째로 쉬고도 19점을 넣어 하승진을 넘었다. 4차전서도 이승현은 4파울에 걸린 상태서 하승진을 끝까지 잘 막았다.

이승현은 “경기 중에 그런 상황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유독 챔프전에 많이 맞고 뒹굴고 있다. 그렇게 해서라도 이기면 난 내 몫을 다했다고 한다. 워낙 넘어지는 것도 잘 넘어진다. 신경 쓰지 않는다”며 성숙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김동욱은 챔프전에 와서 갑자기 공수에서 빛나고 있다. 추일승 감독은 김동욱에게 에밋 전담수비를 맡겨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다. 에밋은 2차전 14점에 묶이는 등 혼자 하는 공격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김동욱이 1차로 에밋을 막고, 애런 헤인즈가 언제든 도움수비를 들어간다. 장재석, 최진수 등의 도움도 크다. 오리온의 팀 수비가 에밋을 잘 막고 있다.
김동욱은 “에밋이 워낙 페이크와 스텝이 좋다. 흔들고 들어갈 때 페이크가 워낙 좋다. 오늘도 점수를 많이 줬다. 득점력 하나는 인정해줘야 할 것 같다”면서 상대를 인정했다.
오리온의 3연승에 김동욱의 공격도 절대적으로 기여했다. KCC가 쫓아갈만 하면 하나씩 터트리는 3점슛이 백미다. 1차전 단 3점에 그쳤던 김동욱은 2차전부터 평균 14.3점, 3점슛 3.3개(성공률 58.8%)를 기록 중이다. 잭슨이 흥분할 때 고참으로서 팀을 잡아주는 역할까지 김동욱이 해준다. 그는 오리온이 이긴 경기서 평균 3어시스트, 1.7스틸을 기록하고 있다.

잭슨, 이승현과 달리 김동욱은 2006년 신인시절 삼성에서 우승을 경험해봤다. 김동욱은 “신인 때 삼성에서 우승을 했지만 경기당 3~4분 정도 뛰었다. 농구선수라면 누구나 자신이 주역이 돼서 우승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5차전 마지막 휘슬이 울려야 우승한 기분이 들 것 같다. 아직 게임이 많이 남았다. 우승까지 몇% 왔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 방심을 경계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