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일승 감독의 ‘포워드 농구’ 우승으로 결실 맺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6.03.29 20: 41

추일승 감독이 마침내 우승으로 ‘명장’ 반열에 올라섰다. 
고양 오리온은 29일 고양체육관에서 개최된 2015-2016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서 전주 KCC를 120-86으로 눌렀다. 오리온은 4승 2패로 챔피언 왕좌에 올랐다. 무려 14년 만에 이뤄낸 구단 역사상 두 번째 우승이다. 
우승이 확정되자 추일승 오리온 감독은 그간 참아왔던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시리즈 내내 냉정한 승부사의 모습을 유지했던 추 감독이다. 하지만 감독데뷔 13년 만에 찾아온 첫 우승의 감격은 너무나 컸다. 추일승 감독은 마침내 프로농구 정상에 섰다. 

▲ 무명선수출신 비주류 감독 
추일승 감독은 소위 말하는 비주류다. 연고대 출신이 주름잡는 농구계다. 추 감독은 지금 해체된 홍익대 농구부를 나왔다. 기아자동차 선수시절에도 그는 허재나 강동희 같은 스타플레이어가 아니었다. 1997년 상무 코치를 시작으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연줄이 없는 그는 항상 실력으로 승부를 해야 했다. 오히려 이런 환경이 지도자 추일승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추일승 감독은 프로농구서 가장 공부를 열심히 하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미국의 원서를 들여다 최신전술을 습득하고, 해외지도자들과 교류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매년 3월이면 미국으로 건너가 대학농구 토너먼트를 직접 관전할 정도로 배움에 열성적이다. 반대로 말해 오리온의 봄 농구 성적이 매년 신통치 않았다는 말이다.   
추 감독은 1999년 상무 감독을 맡으로 본격적으로 제자들을 길러냈다. 코트 위에서 냉철한 지략가로 선수들을 조련했다. 바깥에서는 사람 좋은 ‘형님’ 이미지로 선수들을 대했다. 당시 추 감독의 지도를 받았던 이규섭, 조상현, 임재현 등은 이제 프로농구서 코치로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다. 이제 ‘추일승 사단’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추일승 감독은 많은 제자를 거느린 스승이 됐다. 
▲ 아쉽게 정상등극에 실패한 KTF 
추일승 감독은 2003년 여수 코리아텐더의 지휘봉을 잡으며 프로농구 감독으로 데뷔한다. 부임 2개월 만에 모기업이 KTF로 바뀌고 연고지로 부산으로 옮겨지는 우여곡절이 생겼다. 첫 시즌 KTF는 8위로 아쉽게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다. 2004-05시즌 KTF는 4강에 진출하며 돌풍을 일으킨다. 게이브 미나케, 애런 맥기 콤비가 맹활약하고 현주엽이 포인트포워드로 명성을 떨치던 시절이다. KTF는 6강에서 우승팀 TG삼보에게 패해 탈락한다. 
2005-06시즌도 마찬가지였다. 신기성과 괴물센터 나이젤 딕슨을 영입한 KTF는 4강에 들었지만 6강에서 모비스에 패해 바로 탈락했다. ‘추일승 감독이 큰 경기에 약하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2006-07시즌 마침내 KTF는 정규시즌을 3위로 마친 뒤 챔프전까지 승승장구했다. 챔프전 상대는 유재학 감독과 양동근의 모비스였다. 맥기-리치-신기성 삼각편대를 앞세운 KTF는 잘싸웠다. 하지만 KTF는 7차전서 68-82로 패하며 우승을 내준다. 추일승 감독은 우승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이후 그가 첫 우승을 하기까지 무려 9년이 더 필요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유재학 감독(5회 우승)과 전창진 감독(3회 우승)은 프로농구를 양분하며 우승횟수를 늘려갔다. 김진 감독(우승 1회, 준우승 1회), 허재 감독(우승 2회, 준우승 1회) 등 베테랑 감독들은 저마다 우승이 있다. 하지만 추일승 감독은 유독 능력에 비해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프로농구에서 점차 스타출신 젊은 감독이 늘어나는 추세다. 추일승 감독이 우승 한 번 해보지 못하고 물러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었다. 
올해 우승으로 추일승 감독은 마침내 지도자 생활에서 화룡점정을 찍게 됐다. 
▲ 우승으로 이룬 ‘포워드농구’ 철학 
KTF 시절부터 추일승 감독은 신장이 좋고 슈팅능력까지 겸비한 장신포워드를 주무기로 한 ‘포워드농구’ 철학을 고수했다. 당시 길러낸 선수들이 조성민, 김도수, 박상오, 송영진, 조동현, 김영환 등이다. 2011년 오리온 부임 후에도 그는 비슷한 기조를 유지했다. 김승현과 트레이드로 김동욱을 데려오고, 대형포워드 최진수를 신인으로 뽑았다. KT에서 자리를 못 잡았던 장재석은 오리온 합류 후 살아났다. FA 문태종의 합류와 1순위 신인 이승현의 가세는 오리온 농구를 완성시켰다. 
개막 전만해도 ‘포워드농구’를 바라보는 시선은 부정적이었다. 외국선수까지 애런 헤인즈와 가드 조 잭슨을 뽑았다. 같은 농구인들 조차 정통센터와 포인트가드 없이 우승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현대농구의 트렌드는 계속해서 변하고 발전하고 있다. 오리온의 ‘포워드농구’는 세계적인 대세인 ‘스몰볼’의 한국버전이었던 셈이다. 
이번 챔프전에서 포워드농구의 장점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2미터 장신포워드 네 명이 동시에 슛을 쏘고, 속공까지 가담하자 위력은 배가되고 있다. 수비에서도 장점이 많다. 상대가 미스매치를 유발하려해도 스위치를 하면 그만이다. 장신포워드 군단 앞에 미스매치 자체가 없다. 단신외국선수 제도를 활용해 조 잭슨을 지명한 것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잭슨은 국내가드들을 농락하며 우승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추일승 감독이 뚝심 있게 고집했던 지도철학은 프로농구 데뷔 13년 만에 우승으로 결실을 맺게 됐다. 이제 다른 지도자들이 오리온의 농구를 보고 배워야 할 때가 됐다. / jasonseo34@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