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섭의 감독열전]① '압박감' 김성근 & '부담감' 김경문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6.03.28 06: 05

 프로야구 시즌이 돌아왔다. 한국에서 단 10명뿐인 직업, 프로야구 감독들의 번민도 시작된다. 감독은 팀 상황이 어떻든 성적에 대한 책임이 있다. 2016시즌 개막을 앞두고 10개팀 사령탑들의 고뇌를 살펴본다.
첫 번째는 김성근(74) 한화 감독과 김경문(58) NC 감독이다. 현역 감독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라이벌' 관계이자, 올해는 대대적인 투자에 대한 성과를 내야 하는 한화와 최강 전력이라는 평가로 우승 후보로 꼽히는 NC의 사령탑으로서 처한 위치가 닮기도 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서는 서로 넘어서야 할 벽이다. 
▲김성근의 압박감...FA 464억 원 투자

김성근 한화 감독은 10개팀 감독 중 단연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사령탑이다. 지난해 프로야구판에 복귀하면서 각종 이슈가 만들어졌고, 확대 재생산되면서 늘 뉴스의 주인공이었다.
연륜이 쌓였지만, 김성근 감독 스타일은 변함이 없다. 특유의 강도높은 훈련량, 카리스마 넘치는 팀 운영으로 만년 하위권이었던 한화는 환골탈태했다. 비록 팀을 맡은 첫 해 어김없이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던 과거 이력이 한화에서는 실패했지만, 전년도 최하위에서 포스트시즌 출전 문턱까지 가는 발전을 이뤄냈다. 정규시즌 마지막 144경기에서 가을잔치 희망이 아쉽게 좌절됐다.
올해는 확실한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포스트시즌 진출은 기본, 우승에 근접하는 성적을 내야 한다. 한화는 최근 막대한 투자로 FA를 영입, 선수층을 보강했다. FA 시장에 쏟은 금액이 3년간 무려 464억 원이다.
3년간 2명-3명-2명의 외부 FA를 영입했고, 이를 위해 321억 원(보상금액은 제외)을 썼다. 4번타자 김태균(84억원) 등 내부 FA(6명)를 잡는 데도 143억 원을 투자했다.
어느덧 한화는 선수 구성과 숫자로는 크게 아쉬운 처지가 아니다. 올해 연봉 규모만 보더라도 팀 전체 연봉(신인, 외국인 제외)은 역대 최고인 102억 원이다. 팀 내 상위 27명(1군 엔트리 숫자)의 연봉 총액만 해도 약 90억 원, 다른 9개 구단의 팀 연봉을 뛰어넘는다.
프로는 투자에 대해 성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김성근 감독이 뜻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위해 구단은 물론 모그룹에서부터 대대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3년 연속 외부 FA를 2명 이상씩 영입한 팀은 전례가 없다. FA 역사에 빠지지 않는 삼성, LG도 못해본 베팅이다. FA 외에도 전력 보강을 위해 제도의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대표 테이블세터 이용규-정근우의 존재와 4번타자 김태균-외국인타자 로사리오의 장타력은 무게감이 있다. 김경언, 최진행, 조인성 등이 뒤를 받친다. 3루수와 유격수 포지션이 약하지만 모든 팀들이 약점은 있기 마련이다. 지난해 센세이션을 일으킨 로저스가 개막전부터 등판이 불투명하며 선발진이 불안요소다. 김성근 감독은 "선발진 구상이 매일 바뀐다"고 했다.
정민철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한화가 선발이 약하다고 하지만, 어차피 김성근 감독의 야구는 불펜의 힘으로 끌고 간다"고 했다. 선발이 3회까지만 던져도 정우람, 권혁, 박정진, 윤규진, 송창식 등이 있는 불펜의 물량공세는 언제든지 가능하다.
70대인 김성근 감독은 자신의 제자뻘인 젊은 후배 감독들 속에서 외롭다. 더불어 자신만의 야구 스타일로 인해 후배 감독들의 압박도 받는다. 지난해 프로야구로 복귀하면서 일부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했다. 40~50대 감독들과 1대다자의 경쟁을 펼쳐야 한다.
미디어는 여론의 반응이 뜨거운 김성근 감독을 집중 조명한다. 엄청난 투자와 김성근의 이름값에 어울리지 못하는 성적이 나오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180도로 변하게 된다. 지난해 빈볼 논란, 금지약물 복용 등으로 홍역을 치렀고, 어김없이 '투수 혹사'로 압박을 받았다.
3년 계약의 두 번째 시즌, 안팎의 기대치에 걸맞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야신'의 명성이 흔들릴 수 있는 시즌이 될 수 있다.
▲김경문의 부담감...최강 전력 & 우승 후보
김경문 NC 감독에게 확실한 자랑거리는 있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대표팀을 이끌고 9전 전승, 올림픽에서 야구 금메달을 따낸 유일한 한국 감독이다. 그러나 프로야구에서는 최정상에서 한 발이 모자라기를 반복했다.
2005년, 2007년, 2008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으나 번번이 준우승에 머물렀다. NC 사령탑을 맡고서 지난해 개인적으로 4번째 정규시즌 2위를 달성했으나 이번에는 한국시리즈에 오르지 못했다.  어느 누구보다 한국시리즈 우승에 목말라 있는 이가 김경문 감독이다.
2016시즌을 앞두고 전문가들은 NC를 우승 후보로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지난해 엄청난 성과를 낸 외국인 선수 3명(테임즈, 해커, 스튜어트) 모두 재계약했다. 여기에 FA 박석민을 영입해 10개 구단 중 최강 타선으로 꼽힌다. 기동력과 장타력, 하위타순까지 짜임새가 좋다. 2년 연속 팀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한 마운드도 탄탄하다. 지석훈, 조영훈, 김성욱 등 백업도 괜찮다.
NC는 박석민이라는 큰 전력보강을 한 반면, 지난해 상위권이었던 삼성과 두산, 넥센은 저마다 전력 공백이 생겼다.
하지만 시즌을 앞두고 주위에서 '우승 후보', '최강 전력'이라는 말은 감독이나 선수단 처지에선 무조건 반갑지만은 않다. 스포츠에서 이변은 늘 일어나기 마련이다. 144경기 장기레이스에서 변수는 늘 도사린다. 또 전문가들의 예상은 어긋나는 경우도 많기에 더욱 신경쓰이기 마련이다. 자칫 선수들이 주위의 평가에 휩쓸려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지 못하면 시즌을 망칠 수도 있다.
경험이 풍부한 김경문 감독은 이러한 상황의 대처법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시범경기 초반 팀 타선이 부진하자, FA와 고참 선수들부터 일일이 특타를 지시했다. 선수단에 긴장을 불어넣었다 다독이기를 누구보다 잘 하는 사령탑이기도 하다.
김경문 감독은 "우승후보라고 높이 평가해주는 것은 좋지만, 선수들이 부담을 가질까 걱정도 된다”며 "신경 쓰지 말고 우리가 하던 대로 해야 한다. 감독은 감당해야 하지만 선수들까지 쫓길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부담감을 극복하고 시즌 전체를 평상심을 유지하며 통과해야 한다. 시즌을 치르면서 잘 나가는 팀도 한 두 차례 고비가 오기 마련이다. 만약 초반 생각보다 슬로 스타트가 된다면 '우승 후보'라는 주위 평가에 대한 무게감이 가중될 수 있다. 그럴 때 사령탑은 조급하거나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우승이라는 것이 한번 잡으면 쉽게 하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지만, 기회를 놓치면 자주 오는 것도 아니다.
프로야구에서 1000경기 이상 지휘한 역대 감독 중 김경문 감독만이 유일하게 한국시리즈 우승 경력이 없다. 강병철, 김성근, 김영덕, 김응용, 김인식, 김재박, 선동열, 이광환, 조범현 감독까지 1000경기를 넘긴 감독은 모두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김경문 감독은 그만큼 절실하고, 올해는 그 아쉬움을 풀 수 있는 시즌이 될 수 있다. 역설적으로 마음을 비우는 것이 첫 걸음이다. /orang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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