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 줄었지만 25인 로스터는 가능
마이너 거부권 스스로 포기할 필요는 없어
미국 현지 언론의 부정적인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김현수(28, 볼티모어 오리올스)에게는 마지막 희망인 마이너 거부권이 있다.

김현수는 현재 미국 진출 후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 28일(한국시간) MLB.com은 그의 불안한 입지에 대해 보도했다. 이 기사에서 벅 쇼월터 감독은 “우리는 며칠 더 지켜본 뒤 힘든 결정을 해야 할 것이다”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김현수는 현재 타율 1할8푼2리(44타수 8안타)로 부진하다. 쇼월터 감독은 최근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원정경기에도 그를 동행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든 이겨내겠다는 생각이다. “부진은 누구에게나 항상 있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최선을 다해 극복하겠다”라는 것이 김현수의 의견.
지난해 12월 볼티모어와 2년 7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은 김현수에게는 마이너리그 거부 조항이 있다. 본인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팀이 마음대로 그를 마이너리그에 보낼 수 없다. 성적이 나빠도 원하기만 하면 계약 조항에 의해 개막전 25인 로스터에는 포함될 수 있다.
따라서 주전 경쟁에서 조이 리카드에 밀렸다 하더라도 25인 로스터 안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는 있다. 25인에 속해 있기만 하면 경기 흐름에 따라 한 타석이 주어지는 것은 쉽다. 단 한정된 기회를 살려야 한다는 부담감은 여전히 남는다. 볼티모어가 그를 전혀 쓰지 않기는 힘들다. 그럴 경우 실질적으로 로스터가 24인으로 줄어드는 단점이 생긴다. 9월 로스터 확장 이전까지 24명으로 시즌을 치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극단적인 경우 볼티모어가 김현수를 방출할 가능성도 100% 배제할 수는 없다. 김현수가 마이너리그행을 거부하더라도 방출하면 볼티모어는 온전히 원하는 선수로 25인 로스터를 채울 수 있다. 단 방출을 선택하면 볼티모어는 700만 달러를 모두 지급해야 하므로 적지 않은 돈을 허공에 날리는 것이 된다.
따라서 볼티모어 프런트 수뇌부와 쇼월터 감독이 김현수의 한국행을 언급하거나 활용도를 줄이겠다는 엄포를 놓는 것은 마이너 거부권이 있는 김현수를 압박해 마이너리그행을 수용하게 만들거나 그에게 관심이 있는 KBO리그 팀과 거래해 손실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계산에서 나온 발언으로 해석된다. 마이너리그로 가면 팀이 원하는 선수로 25인 로스터 구성이 가능하며, 한국으로 보내면 금전적 손실이 줄어든다.
그러나 한 번 마이너에 내려간 선수는 다시 빅리그에 올라오기가 만만치 않다. 특히 마이너 거부권이 있어 구단이 마음대로 다룰 수 없는 선수라면 더욱 그렇다. 둘 중 급한 쪽은 볼티모어인데, 그렇기 때문에 김현수가 먼저 나서 마이너리그행을 택할 필요는 없다. 마이너리그로 가는 것은 혹시라도 방출될 경우 700만 달러를 먼저 챙긴 뒤에나 고려해볼 옵션이다. 다른 구단에도 산하 마이너리그 팀은 있다.
빅리그에 있기만 하면 기회는 온다. 정규시즌에 제대로 써보지도 않은 선수를 포기하며 700만 달러를 잃는 것보단 방출할 때 하더라도 조금이나마 기회를 부여해보는 것이 볼티모어로서도 좋다. 그러다 김현수가 살아나면 팀은 더 좋다. 지금 그를 흔드는 것은 스스로 압박감을 느껴 가진 권한을 포기하게 만든 뒤 구단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히기 위한 전략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700만 달러를 아끼려 시즌 초부터 전력 극대화를 포기한 채 25인 로스터를 사실상 24인 로스터처럼 가동할 팀은 없다. 버티면 타석은 돌아온다. 계약 당시에도 화제가 됐던 마이너 거부권이 시범경기 부진 후 지금과 같은 언론의 압박을 부르는 원인이 되기도 했지만, 동시에 김현수에겐 최후의 보루이기도 하다. 자진 마이너행이나 국내 복귀는 현재로서는 합리적인 선택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