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앞에 모든 것이 행복했다. 누가 상을 받는지는 크게 중요치 않았다.
고양 오리온은 29일 오후 7시 고양체육관에서 벌어진 2015-2016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전주 KCC를 120-86으로 이겼다. 오리온은 14년 만에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기자단 투표에서 이승현은 총 87표 중 51표를 얻어 동료 김동욱과 조 잭슨을 제치고 챔프전 MVP에 선정됐다. 사실 이번 챔프전 MVP는 조 잭슨, 김동욱, 이승현의 3파전이었다. 잭슨은 평균 23점, 7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공격력에서 단연 돋보였다. 김동욱은 상대 에이스 안드레 에밋을 잘 막으며 평균 12.7점을 넣었다. 고비 때마다 터트린 3점슛은 48.1%의 성공률을 자랑했다. 이승현은 하승진을 8.7점, 8.7리바운드, 야투율 48.9%로 틀어막았다.

세 선수의 공헌도는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였다. 다만 잭슨의 활약이 가장 두드러진 것은 사실. 잭슨은 이승현이라는 벽을 넘지 못했다. 경기 후 이승현이 MVP로 발표되자 잭슨은 살짝 아쉬운 표정을 짓기도 했다.
경기 후 만난 잭슨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오늘 아침에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우승만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홈팬들이 많이 와서 약간 부담이 됐다. 신기록을 달성하면서 우승을 했다. 기분 좋다”고 했다. 이승현의 MVP에 대해서는 “내가 무슨 말을 하겠나? 우승해서 행복하다. 한국에 왔을 때 목표였던 우승해서 기쁘다. 그것만 원했다. 난 팬들이 준 MVP를 받았다. 괜찮다”며 웃었다. 실제로 한 팬은 마치 잭슨이 MVP를 받지 못할 것을 예상한 듯 ‘잭슨 MVP’라고 써진 카드를 잭슨에게 선물했다.
김동욱의 의견도 마찬가지였다. MVP가 누구든 크게 개의치 않았다. 김동욱은 “난 그 동안 6강 4강서 보여준 것이 없다. 난 우승 트로피와 반지에 의미를 둔다. 우리 팀 선수가 MVP를 받아 기분 좋다. (이)승현이가 상금으로 술 한 잔 사주면 맛있게 잘 먹겠다. 승현이를 축하한다. 승승장구하길 바란다”며 후배를 응원했다.

이승현은 “개인적으로 동욱이 형을 MVP로 꼽고 싶다. 정말 동욱이 형이 에밋 선수를 잘 막았다. 끝나고 내게 정말 축하한다고 하셨다. 미안한 마음도 있었는데 짐을 덜었다. 경기를 보셨듯이 김동욱 형이 에밋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며 선배에게 예의를 다했다.
잘 되는 집안의 형제들은 우애가 좋다. 그것이 오리온 농구가 강한 비결이었다. 이승현은 김동욱과 잭슨에게 거하게 술을 한 잔 사야할 것 같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고양=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