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시즌이 돌아왔다. 한국에서 단 10명 뿐인 직업, 프로야구 감독들의 번민도 시작된다. 감독은 팀 상황이 어떻든 성적에 대한 책임이 있다. 2016시즌 개막을 앞두고 10개팀 사령탑들을 고뇌를 살펴본다.
세 번째는 양상문(55) LG 감독과 김기태(47) KIA 감독이다. 전∙현 LG 감독이라는 인연도 있는 두 감독은 올 시즌 완성된 팀이 아닌 진행형 팀을 이끌어 간다. LG는 지난 시즌 중반부터 팀 체질 개선을 주요 화두로 잡았다. KIA는 내∙외야 주요 포지션에서 지난해부터 리빌딩이 이어지고 있다.
▲양상문의 마이 웨이

2000년대 중반 롯데 감독 시절 암흑기를 끝낼 토대를 마련했던 양상문 감독은 2014시즌 도중에 LG호를 맡았다. 그해 최하위에서 4강 기적을 일궜으나, 지난해 LG는 역대 가장 낮은 순위(9위)까지 추락했다.
양상문 감독은 커다란 도전에 나섰다. 팀 체질 개선이다. 향후 10년을 위한 토대마련이라고 한다. 지난해 중반 팀 체질 개선을 밝힌 양상문 감독은 사석에서 "자리에 욕심은 없다. LG 감독으로 남은 기간에 꼭 이것 하나는 하고 싶다"며 "신구 조화를 이룬 새로운 팀 컬러를 만들어놓고 떠난다면 의미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선수에 의해 팀 문화가 좌지우지되는 것을 가장 경계했다. 자신이 총대를 메더라도 '뉴 LG'로 탈바꿈시키는 것에 사명감을 갖고 있었다. 그리곤 칼을 빼들었다. 이진영은 2차 드래프트 40인 보호 선수 명단에서 제외돼 kt로 이적했다.
지금 LG는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의 장이 열렸다. 임찬규(24), 이승현(25), 이준형(23, 이상 투수), 정주현(26), 강승호(22), 양석환(25, 이상 내야수), 서상우(27), 채은성(26), 이천웅(28), 안익훈(20, 이상 외야수) 등 1군 자리에 이름을 내미는 20대 선수들이 즐비하다. 서상우(타율 0.471), 정주현(0.375), 이천웅(0.378), 채은성(0.368)은 시범경기에서 자신을 어필했다. 2년차인 안익훈은 외야 수비 하나는 스페셜리스트다. 이들이 1군에 연착륙한다면 양 감독의 그리는 그림은 수작이 될 것이다. 1~2년보다 더 먼 미래의 LG는 더욱 강해질 수 있다.

LG의 10년 암흑기를 끝내고 2013~14년 가을잔치로 이끌었던 '베테랑'은 서서히 젊은 선수들에 밀려간다. 시범경기에서 타율 2할7푼3리(22타수 6안타)를 기록한 이병규(42, 9번)의 활용도는 제한적이 될 것이다. 양 감독은 팀 케미스트리를 깨뜨리지 않으면서 세대교체를 이뤄가야 한다. 불협화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체질개선을 확실하게 방향으로 고수해야 한다.
성적과 리빌딩을 동시에 잡을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 성적을 담보하지 않고선 자신의 자리가 흔들릴 수 있다. 감독의 계약 기간은 보장성 보험이 아니다. 양 감독은 쉽지 않는 '마이 웨이'를 선택했다. 그에게 남은 기간(2년)이 온전하게 보장된다면 '뉴 LG'의 모습은 빨리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기태의 마이 웨이
2013년 LG의 10년 암흑기를 끝내고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던 김기태 감독은 2014년 4월 갑작스레 LG 감독 자리를 던졌다. 짧은 야인 생활을 한 그는 고향팀 KIA 사령탑으로 컴백했다. 지난해 몇 차례 기발한 행동으로 주목을 받았던 그는 전력 이상의 성적을 냈다.
김기태 감독의 고민인 KIA의 약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고스란히 동일하다. 투수진은 괜찮지만 타선은 물음표가 많다. 지난해 팀 타율 최하위(0.251)인 야수진을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 지난해 바닥까지 떨어졌던 나지완의 회생 방안, '유리몸' 김주찬의 건강 프로젝트도 마련해야 한다.키스톤 콤비는 최대 불안요소. 김 감독은 캠프와 시범경기에서 다양한 실험을 했다.
창의적인 발상의 김 감독은 10년 가까이 거포 재능을 터뜨리지 못하는 김주형(31)을 유격수로 변신시키고자 한다. 지난해 유격수 자리를 뛰었던 박찬호, 강한울 등이 워낙 물방망이였기 때문이다. 주로 1루수와 3루수로 출장해 온 188cm 109kg인 김주형이 좌우 움직임이 많고 활동 영역이 폭넓어야 하는 유격수 자리는 말그대로 도전이다. 시범경기에서 유격수를 비롯해 1루수, 2루수, 3루수로도 출장한 김주형은 수비 부담에도 타율 4할7푼1리(36타수 16안타)로 적응기를 보냈다. 시즌에서 유격수로 몇 경기나 뛸 지는 미지수다.

더불어 필이 2루수로 나서는 경기 수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필은 지난해 2루수로 15경기(선발 1경기)에 출장해 31⅓이닝을 2루수로 뛰었다. 지난해 KIA 2루수 자리는 주로 김민우와 최용규였다. 김민우가 69경기에 선발 출장, 최용규가 47경기로 뒤를 이었다.
필도 캠프와 시범경기를 치르면서 미트가 아닌 내야 글러브를 끼고 2루수로 나서는 장면이 많았다. '유격수 김주형'과 '2루수 필'은 공격력 극대화를 위한 포지션 변경이다. 필이 2루수로 나서게 되면, 타자들의 활용도가 훨씬 높아진다. 김주찬, 나지완 등 수비력이 약하거나 대타 자원들을 1루수나 지명타자로 쓸 수 있다.
윤석민의 선발진 복귀로 다시 숙제가 된 마무리는 강경책으로 해결했다. 해외 불법 도박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임창용을 품에 안았다. 공개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임창용 영입을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요구한 이가 김 감독이다.
이로써 다크호스가 될 전력과 구색은 갖춰졌다. 수준급 외국인 투수를 영입한 선발진은 최상위권이다. 기나긴 재활을 마친 한기주와 곽정철이 복귀, 불펜진도 두터워졌다.
지난해 선수들과의 유연한 소통, 필요할 때는 뿜어내는 카리스마로 팀을 변화시켰다. 전력이 업그레이드된 올해 자신의 길을 확실해야 보여줘야 한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