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목호랑이’ 이승현(23, 오리온)은 끝까지 ‘새끼호랑이’를 챙겼다.
고양 오리온은 29일 오후 7시 고양체육관에서 벌어진 2015-2016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전주 KCC를 120-86으로 누르고 우승했다. 챔프전 120점은 한 경기 최다득점 공동 1위였다. 오리온은 14년 만의 우승감격을 누렸다.
주역은 이승현이었다. 그는 챔프전 내내 평균 14.2점, 5.5리바운드로 활약했다. 특히 이승현은 하승진을 8.7점, 8.7리바운드, 야투율 48.9%로 묶었다. 하승진은 평균 15.8점, 14.8리바운드, 야투율 64.9%를 기록한 4강전에 비해 대부분의 기록이 크게 줄었다. 그만큼 이승현의 수비가 훌륭했다는 말이다. 이승현은 총 87표 중 51표를 얻어 챔프전 MVP에 선정됐다.

이승현의 고속성장은 놀라울 정도다. 불과 지난 시즌 신인왕을 차지했던 이승현이다. 이제 이승현은 선배 김종규, 오세근, 하승진 등을 뛰어넘어 명실상부 프로농구 최고빅맨으로 성장했다. 이승현은 데뷔시즌을 마치자마자 광주 U대회,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에서 태극마크를 달았다. 한시도 쉬지 못하고 큰 무대를 경험했다.
24시간 푹 자고 싶다는 이승현이다. 그는 “국가대표를 갔다 와서 실력이 정말 많이 늘었다. 특히 하다디를 막아본 것이 큰 경험이었다. 막느라고 막았는데 1쿼터에만 8점, 6리바운드를 줬더라. 그렇게 큰 선수가 페이드어웨이 슛까지 쏘는데 다 들어갔다. 정말 방법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하승진을 막느라 몸은 만신창이가 됐지만, 마음만은 뿌듯하다.
다음 시즌 프로농구에 또 다른 괴물센터 이종현(22, 고려대)이 등장한다. 어느 팀이든 무조건 1순위로 국가대표 센터 이종현을 뽑을 것이란 전망이다. 2014 아시안게임 금메달 주역인 이종현은 병역면제 혜택을 받는 장점이 있다. 오리온과 KCC를 제외한 1순위 지명 확률을 가진 나머지 8개 구단이 모두 이종현에게 군침을 흘리고 있다. 이종현이 이승현 또는 하승진과 뛸 일은 일단 없다.
이승현과 이종현은 고려대에서 영광의 시절을 함께 보낸 사이다. 이승현은 “챔프전 기간에 매일 종현이에게 전화가 왔다. ‘형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하더라”며 껄껄 웃었다.
이승현은 이종현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프로에서 빅맨은 강력한 몸싸움 없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 대학무대서 적수가 없는 이종현이다. 다만 이종현이 너무 편하게 농구를 해서 발전이 더디다는 지적도 있다. 하승진을 막았던 이승현처럼 이종현도 프로에서 진흙탕 싸움을 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이승현은 “내가 종현이를 한 번 바꿔보겠다”면서 의욕을 보였다. 프로에서 만나면 절대 봐주지 않겠다는 메시지다.

어느 팀에 가더라도 즉시 전력감으로 평가받는 이종현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을 필요로 하는 팀으로 가는 것이다. 똑같이 1순위로 뽑혔지만, 팀내 역할과 출장시간에서 차이가 큰 고려대 선배 이승현과 문성곤은 대비를 이룬다. 이승현은 “종현이가 꼭 필요한 팀으로 가서 잘했으면 좋겠다”며 벌써부터 맞대결을 머릿속에 그렸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