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시즌이 돌아왔다. 한국에서 단 10명 뿐인 직업, 프로야구 감독들의 번민도 시작된다. 감독은 팀 상황이 어떻든 성적에 대한 책임이 있다. 2016시즌 개막을 앞두고 10개팀 사령탑들을 고뇌를 살펴본다.
지난해 초보 감독은 2명이었다. 김태형(49) 두산 감독과 이종운(50) 전 롯데 감독. 김태형 감독은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만끽한 반면, 이종운 감독은 한 시즌 만에 경질됐다. 그 후임으로 조원우(45) 감독이 롯데 사령탑에 올랐다. 그는 올 시즌 유일한 초보 감독이다. 김태형 감독과 조원우 감독은 코치 시절부터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형님 리더십으로 선수들의 신임을 얻고 있다.
▲송일수 넘은 김태형 감독, 2년차 징크스는?

2014시즌이 끝나고 두산 프런트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옳은 판단이었다. 송일수 감독을 1년 만에 경질하고 두산에서 21년을 몸담다 잠시 SK 코치로 떠나있던 김태형을 불러 사령탑에 앉혔다. 김 감독은 정규 시즌 갖은 부상 악재를 딛고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에서 올라가 드라마틱한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냈다.
2013년 한국시리즈 우승 문턱까지 갔던 두산은 2014년 송일수 감독 체제에서 한없이 뒤로 밀려났다. 6위라는 기대이하의 성적. 리더가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할 때 조직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였다. 무엇보다 두산 특유의 팀 컬러도 많이 잃어버렸다. 끈끈함이 사라졌고, 허슬두의 투지도 빛을 바랬다.
김 감독은 1990년 OB(두산의 전신)에 입단해 선수 은퇴 후 코치로 오랫동안 베어스 조직에 몸 담았다. 두산 선수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선수 시절부터 유명했던 카리스마로 흐트러졌던 선수단을 하나로 묶어 나갔다. 전임 감독 아래 무너졌던 팀 기강과 팀 컬러를 빠른 시간내에 회복시켰다. 뽑는 선수마다 '꽝'이었던 외국인 타자의 부진에도 두산 특유의 '화수분 야구'에서 뛰어나온 젊은 선수들이 '허슬두'를 재현해냈다. 두산 전력 자체가 좋았다고 하지만, 한번 밑으로 내려간 팀을 단번에 정상까지 끌어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 그 어려운 걸 해냈다.

이제 2년차다. 원년을 제외하고 감독에 오르자마자 단번에 우승한 이는 선동열 전 삼성 감독과 류중일 삼성 감독 뿐이었다. 세 번째 기록을 세운 김 감독은 앞서 세웠던 두 사람처럼 2년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2년차 징크스라는 단어가 따라붙기 마련이다. 더구나 두산은 과거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다음해에 부진했던 징크스가 있다. '형님 리더십'으로 선수들이 안주하지 않고, 동기부여를 갖게끔 이끌어가야 한다.
김 감독은 지난 28일 개막전 미디어데이에서 호기로운 멘트를 이어갔다. 삼성에 강한 천적 니퍼트를 선발 예고하면서 "니퍼트인데 괜찮겠어요"라고 상대를 자극했다. 정상의 팀은 나머지 9개 팀으로부터 공공의 적이 된다. 초보 감독의 연속 우승을 견제하려는 팀들은 많다. 견디어낼 뚝심이 있을지 올 시즌이 끝나면 결과는 나올 것이다.
▲ 이종운 넘어야 할 조원우 감독, 비책은?
지난해 시즌 종료 후 롯데만이 유일하게 사령탑을 교체했다. 조원우 신임 롯데 감독은 과거 롯데에서 뛴 경험은 없다. 부산에서 초∙중∙고를 나왔지만 쌍방울, SK, 한화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2011~12년 2년간 수비, 작전코치로 뛴 것이 롯데와 인연이다.
조원우 감독은 지난해 SK 코치로서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끝나고 롯데의 연락을 받았다. 그는 "처음에는 농담으로 놀리는 줄 알았다"고 했다. 롯데는 진지했다. 전임 프런트 시절 곪았던 사건들이 터진데다 이종운 전 감독 체제에서 팀은 더욱 모래알이 돼 버렸다. 팀을 되살릴 수장으로 조 감독을 주저없이 선택했다.
다양한 코치경험으로 쌓은 지도력, 선수들과의 소통 능력 그리고 일체감이 부족한 롯데의 팀 분위기를 바꿔 팀을 하나로 단결시키는 리더십을 갖춘 적임자로 판단했다. 조 감독은 "끈기와 투지, 근성이 있는 팀을 만들겠다"고 했다. 모래알을 단단한 벽돌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조 감독을 잘 아는 정민철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조 감독의 카리스마와 능력이 기대된다"고 했다.
롯데의 선수구성은 그리 나쁘지 않다. 투수력이 불안했지만 타력은 상위급은 된다. 손아섭, 황재균, 아두치, 최준석, 강민호는 팀 타선의 중심으로 공격력을 이끈다. 외야 한 자리와 1루가 불안하지만 다들 한 두 군데 아쉬운 자리는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불안했던 투수진은 스토브리그에서 FA 손승락과 윤길현을 영입해 뒷문을 보강했다.

시범경기에서 조 감독이 보여준 롯데 모습에 실망할 필요는 없다. 타선의 집중력은 별로였고, 불안한 수비는 여전했다. 하지만 승패 숫자에 집착한 것이 아닌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 백업, 2군 선수들까지 두루 기용하면서 선수들을 테스트했다. 27명 주전들로 경기를 풀어나갈 정규시즌과는 다르다.
시범경기는 시범경기일 뿐이지만, 내부적으로 준비된 것이 없다면 시범경기 10위는 시즌 초반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조 감독은 준비된 자의 여유를 보여줬다.
그는 지난 28일 미디어데이에서 "본 경기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정규시즌은 단기전이 아니라 길다"며 "팀 컬러가 지금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1년 뒤에 평가를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조원우 감독도 김태형 감독처럼 전임 감독을 넘어서는 새로운 팀 컬러를 만들어갈지 한 시즌을 길게 지켜볼 일이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