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중 심한 반칙을 당한 김동진(34, 서울 이랜드 FC)이 오히려 의연한 자세로 팬들을 안심시켜 화제다.
서울 이랜드 FC는 27일 서울잠실종합운동장 레울파크에서 열린 2016 K리그 챌린지 개막전서 충주 험멜을 맞아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비시즌 서울 이랜드 FC는 국가대표출신 미드필더 김동진을 영입해 전력을 보강했다. 홈 데뷔전에서 김동진은 풀타임을 소화하며 팀의 무실점에 기여했다.
그런데 전반전 18분 논란의 장면이 나왔다. 충주의 미드필더 김정훈(25)이 전진패스를 받으러 문전으로 쇄도하는 순간 김동진이 몸싸움을 시도했다. 김동진이 아니라면 김정훈과 골키퍼 김영광이 1대1로 맞서는 상황. 김동진은 어깨싸움을 했다.

김동진에게 막힌 김정훈은 슈팅을 시도하지 못했다. 공은 골키퍼 김영광이 잡았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 김정훈은 등을 지고 있는 김동진의 왼쪽 정강이를 그대로 걷어찼다. 선수와 멀찌감치 떨어진 공은 이미 골키퍼가 잡은 상황이라 슈팅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아찔한 장면이었다.
그라운드에 넘어진 김동진은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김정훈은 그대로 돌아서 계속 뛰었다. 멀리 있던 심판은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심판은 파울이나 경고도 주지 않고 그대로 경기를 진행했다. 만일 고의적인 파울이었다면 김정훈에게 퇴장까지 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김동진은 통증을 참고 끝까지 경기를 마쳤다. 서울 이랜드 FC 관계자에 따르면 김동진은 큰 부상을 면해 다음 경기 출전에 지장은 없다. 다만 통증은 남아있는 상태다.
경기 후 해당 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되며 후폭풍이 거셌다. 축구커뮤니티에서 팬들은 ‘진짜 열 받네요. 하필이면 선수생활 내내 부상 때문에 고생한 김동진을..’, ‘어디서 저딴 더러운 플레이를’, ‘심하다... 이건 아닌 듯 싶은데... 사과도 안하고’라며 김정훈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사태가 커지자 김동진은 자신의 SNS에 직접 글을 올렸다. 김동진은 “지난 일요일 치른 시즌 개막전에서 경기 중에 제가 파울을 당했던 영상이 인터넷에 돌고 있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경기 중에는 그런 상황들이 종종 발생할 수 있고 상대선수도 의도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팬 여러분들도 너무 그 선수를 비난하지는 않았으면 좋겠고 김정훈 선수에게도 상처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난 홈경기에 더 좋은 결과를 냈어야 하는데 개인적으로도 많이 아쉽고 오는 토요일 홈경기에서는 꼭 승리할게요! 많이 응원 와주세요!”라며 오히려 상대선수를 배려했다.
파울에 대해 의연하게 대처한 김동진의 성숙한 태도는 칭찬해줄 만하다. 하지만 김동진이 사건을 넘기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 심판이 경기 중 벌어진 사태에 대해 제대로 상황파악을 못했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프로축구연맹차원에서 김정훈의 플레이에 고의성이 없었는지 조사해 정확하게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만약 김정훈의 플레이가 과한 것으로 밝혀진다면, 그는 사후징계 등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서울 이랜드 FC 제공 / 김동진 SNS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