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를 벌이고 있다. 표면적으로 궁지에 몰린 것은 김현수(28)지만 볼티모어도 다급한 것은 마찬가지다. 김현수는 아직도 선택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김현수가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활용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라면서 “에이전트와 상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시간상 조만간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볼티모어의 사정도 다급하다”라면서 양자 사이에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현재 김현수를 둘러싼 상황은 현지 언론에서도 최대 관심사로 뽑을 만큼 화제로 떠올랐다. 올해를 앞두고 볼티모어와 2년간 7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은 김현수는 계약 당시까지만 해도 팀의 주전 좌익수 자리에 무혈입성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시범경기 부진으로 입지가 위태로워졌다.

방법은 문제다. 모두가 공히 인정하고 있다. 댄 듀켓 볼티모어 단장 및 부사장은 “김현수를 개막 25인 로스터에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러나 김현수는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가지고 있다. 볼티모어가 마음대로 신분을 변경하기는 어렵다. 만약 김현수가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활용한다면 볼티모어는 김현수를 개막전 엔트리에 넣어야 한다. 쓰기 싫다면 방출이 유일한 답이다.
이 관계자는 “볼티모어의 행보는 이해할 수 없다. 선수와 합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리 언론에 25인 제외를 공언했다. 김현수를 말도 안 되는 방법으로 압박하는 것이다. MLB 선수노조가 들고 일어나야 할 상황”이라면서 “김현수는 MLB에 도전하겠다는 의사가 뚜렷하지만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쓰지 않겠다고 한 적은 없다. 선수의 순수한 도전 심리를 팀이 악용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시범경기 일정도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볼티모어는 김현수의 상황이 정리되기 전까지는 경기에도 내보내지 않겠다며 압박하고 있다. 볼티모어는 “김현수의 시범경기 성적이 부진했다. 팀은 최선의 25인 로스터를 짜고 있다”라며 겉으로는 팀 사정에 대한 양해를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면에는 ‘돈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볼티모어가 가장 깔끔하게 물러서는 방법은 김현수에게 보장한 700만 달러를 모두 주고 방출하는 것이다. 신분이 자유로워진 김현수는 아쉬움을 접고 다른 팀과의 계약을 통해 MLB에 재도전할 수 있다. 시범경기 성적이 부진하고 각 팀의 전력 구상이 거의 다 끝난 상황이기는 하지만 돈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매력적인 자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볼티모어는 돈이 아깝다.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700만 달러를 그냥 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현지 관계자들은 “김현수를 일단 마이너리그로 내려 협상의 시간을 벌려는 꼼수”로 보고 있다. 일단 시간을 벌면 원 소속팀인 두산이나 KBO 및 NPB 팀들에 팔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볼티모어는 여기서 생기는 이적료로 자신들의 손해를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게 전체적인 관측이다.
볼티모어도 이처럼 사정이 다급한 가운데 벅 쇼월터 감독은 “댄 듀켓 단장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물러섰다. 이 관계자는 “프런트와 현장 사이에도 확실한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김현수 사태가 어떤 방식으로 종지부를 찍을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양자 모두가 곤란한 상황에 놓였다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