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섭의 감독열전]⑤사람 좋으면 꼴찌? 해피엔딩 꿈꾸는 김용희 & 조범현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6.04.01 07: 00

 프로야구 시즌이 돌아왔다. 한국에서 단 10명 뿐인 직업, 프로야구 감독들의 번민도 시작된다. 감독은 팀 상황이 어떻든 성적에 대한 책임이 있다. 2016시즌 개막을 앞두고 10개팀 사령탑들을 고뇌를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김용희(61) SK 감독과 조범현(56) kt 감독이다. 두 감독은 나란히 올해가 계약 마지막 시즌이다. 두 사람 모두 부드러운 인품을 지녔고, '사람 좋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스포츠에서 '사람 좋으면 꼴찌'라는 말이 있다. 과연 두 감독은 해피엔딩을 이룰까.
▲김용희 감독, 시스템 야구는 있다?

지난해 SK 사령탑을 잡은 김용희 감독은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SK는 우승 후보 전력으로 꼽혔으나 최정, 김강민, 박희수 등 주축 선수들의 잔부상과 재활로 온전한 전력을 꾸리지 못했다. 치열한 5위 쟁탈전 끝에 가까스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올랐으나 허무하게 탈락했다.
부상 변수가 있었지만, 오랜 기간 현장을 떠나 있다가 복귀한 김 감독이 한 시즌 동안 보여준 벤치 감각은 무디다는 평가를 들었다. '시스템 야구'라는 새로운 팀 컬러를 제시했지만, 일년 내내 명확한 시스템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그가 보여준 야구는 그의 성격에 비례하지는 못했다. 시즌 후 계약 기간에도 불구하고 그의 입지가 흔들리기도 했다. 어쨌든 계약 마지막 시즌을 맞이했다.
SK는 지난해 부상에 울었다면 올해는 반등의 여지는 있다. 최정, 김강민이 건강하고, 에이스 김광현의 컨디션도 좋아 보인다. 하지만 FA 시장에서 많은 선수들이 팀을 떠나갔다. 불펜과 포수진이 약해졌다. 마무리와 셋업맨(정우람, 윤길현)이 빠진 불펜은 가장 걱정거리다. 재활에서 박희수, 박정배가 돌아왔지만 부상 불안 요소를 안고 있다. 정상호가 LG로 떠나면서 이재원이 혼자 안방을 책임지기엔 부담스럽다.
주위에서 SK와 김 감독을 향한 기대치는 낮아졌다. SK를 5강 전력으로 꼽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치열한 중위권 싸움에서도 한 발 밀리는 형국이다. 즉 지난해와 달리 부담감을 다소 덜고 출발할 수 있다. 이용철 KBS 해설위원은 "스프링캠프에서 SK가 최근 몇 년 동안 본 모습 중에서 가장 분위기가 좋았다"고 하며 다크호스로 꼽았다. 김 감독과 선수단 사이의 교감과 소통은 나쁘지 않다는 의미다.
불펜이 평균 정도 버텨준다면, 최정이 몇 년간 부진을 만회한다면, 기대와 달리 시범경기에서 1할대 타율에 그친 외국인 타자 고메즈가 '제2의 나바로'로 불리게 된다면. 김 감독은 해피엔딩으로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성품 좋은 키다리 아저씨의 시스템 야구가 어떤 야구인지 보여주기를 기대해본다.
▲조범현 감독, 2연속 꼴찌는 없다?
지난해 조범현 감독은 10번째 구단 kt의 사령탑으로 1군 첫 시즌을 무난하게 치렀다. 모든 점에서 열악한 신생 구단으로서 어려움을 겪고, 극도로 부진한 시즌 초반을 넘긴 후에는 기존 구단을 긴장케할 정도로 성장세도 보여줬다.
지난해 후반기의 kt 모습이라면 올해 두 번째 시즌에서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조 감독은 빠르게 kt 전력을 안정시켰고, 요소요소 선수들을 성장시켰기 때문이다. 과거 SK와 KIA 사령탑 시절 보여준 조 감독의 선수발굴, 리빌딩, 통솔 능력이 빠르게 kt 선수단에 스며들고 있다.
모그룹이 지원이 거의 미비했던 첫 시즌과 달리 올해는 외국인 선수 계약이나 FA 유한준을 영입하는데 도움을 받았다. 지난해보다 한층 나아진 외국인 선수 구성이나 유한준, 이진영 등 새로 가세한 선수들까지 지난해와는 출발점이 확연하게 달라졌다.
올해로 3년째 kt를 지위하는 조 감독은 5강에 근접하는 성적을 보여준다면 재계약 가능성도 높다. 외국인 투수들(마리몬, 켈리, 피노)이 선발 마운드를 어느 정도 책임져야 가능하다. 불펜의 김재윤, 조무근, 장시환, 고영표, 홍성용은 필승조 능력을 갖춰가고 있다.
조 감독의 승부수도 필요하다. 특히 넘치는 외야진(유한준, 이대형, 이진영, 김사연, 하준호, 오정복)과 거포형으로 변신하는 내야진(김상현, 마르테, 박경수, 문상철)을 지명타자까지 활용하더라도 유연하게 타순에서 배치해야 한다.
악재도 있다. 선수들의 잇단 일탈 행위로 전력에 차질도 있다. SNS 파문의 장성우는 50경기 출장 정지, 음주운전의 오정복은 10경기 출장 정지로 시즌을 시작한다. 특히 비난 여론이 극심한 장성우는 50경기 출장 정지 이후에도 복귀 시점을 놓고 조 감독이 결단을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 조 감독이 정면돌파를 선택할지는 그 시점에서 팀 상황과 맞물릴 것이다.
조 감독은 SK와 KIA에서 롱런은 하지 못했지만 각각 한 차례씩 재계약은 했다. SK에서 4년, KIA에서 5년을 지휘했다. kt에서도 재계약을 이어갈지 그가 이끄는 마법사들의 능력에 달렸다. /orang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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