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여수, 지금은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가 더 쉽게 떠오르는 곳이지만 이곳 여수는 다양한 매력을 지닌 도시다. 아름다운 섬과 해안선을 갖고 있고, 다양한 먹거리를 품고 있으며, 대한민국 산업의 토대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출시 8년만에 처음으로 풀체인지 한 ‘올뉴 XF’, 시승행사 장소로 재규어코리아가 이곳 여수를 택한 이유가 설득이 된다. 봄 벚꽃이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한 시점의 여수란, 그야말로 매력 덩어리다.
XF는 지난 2007년 콘셉트카 C-XF의 양산형 모델로 출범해 글로벌 베스트 셀링 프리미엄 스포츠세단으로 자리를 잡았다. ‘아름답고 빠른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재규어의 철학이 반영 된 재규어 브랜드 최초의 스포츠 세단이다. 이랬던 차가 ‘올뉴 XF’로 완전변경 되면서 브랜드 내, 위치에도 변화가 생겼다. 스포츠 세단 대신 ‘프리미엄 비즈니스 세단’이라는 수식어를 갖게 됐다. ‘스포츠 세단’의 구실을 아우격인 ‘XE’에게 일부 넘겼기 때문이다.

‘올뉴 XF’의 위치 변화는 달라진 XF의 많은 것을 설명해 준다. ‘빠르기’에 집중하던 차는 안락함을 더할 필요가 생겼고, 도심에서도 활동성을 발휘할 수 있는 차체 설계가 적용 돼야 했다. 하지만 그 어떤 위치 변화에도 ‘아름다운 차’를 만들어야 한다는 철학에는 변함이 없다.
이 같은 이유로 ‘올뉴 XF’의 전장은 전 세대에 비해 약간 줄었다. 그러나 오버행을 짧게 해 휠베이스는 오히려 늘었고 뒷좌석 무릎 공간은 24mm를 키웠다. 동시에 헤드룸은 15mm, 레그룸은 27mm 늘어났다. 헤드룸과 레그룸, 그리고 무릎 공간이 동시에 커지는 것은 뒷좌석 각도가 뒤로 젖혀져야만 가능하다. 덕분에 ‘올뉴 XF’의 뒷좌석은 운전석 만큼이나 각도가 여유있고 안락하다. 이후 재규어는 뒷좌석에도 ‘럭셔리’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했다. 그 동안 뒷좌석이 좁다는 불평이 개발 담당자들에게 전해 진 결과다. 뒷좌석은 비즈니스 세단으로는 드물게 40:20:40 폴딩 시트가 적용 돼 부피가 큰 물건도 쉽게 실을 수 있게 했다.

재규어의 익스테리어 디자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아담 해튼은 재규어 매거진과의 최근 인터뷰에서 “라인업에 XE가 있기 때문에 XF를 더 쉽게 바꿀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동안 XF는 ‘모든 것’을 책임져야 했다. 엔트리 모델이자 비즈니스 세단이며, 스포츠 퍼포먼스를 내보이는 4도어 쿠페였다. 그랬던 XF가 이제 ‘엔트리 급 스포츠 세단의 짐을 내려 놓고 제 모습 찾기에 들어갔다.
시승 구간은 가혹했다. 여수 엠블 호텔을 출발해 한갤러리, 오도재, 남사예담촌을 거쳐 호텔로 돌아오는 330km 거리였다. 한갤러리로 가는 길에는 구례의 아름다운 벚꽃길을 지나갔고, 오도재 정상에 이르는 길에는 국토부 선정,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들어 있는 지안재를 타고 올랐다. 발길을 재촉해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1호로 지정 된 남사 예담촌을 들러는 사이 도로 표지판에 찍힌 행정구역은 순천-구례-남원-함양-산청-진주-여수로 바뀌고 있었다.
‘올뉴 XF’는 ‘아름다운 비즈니스 세단’이 됐지만 ‘재규어’ 혈통의 본질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비즈니스 세단의 덕목을 많이 갖추기는 했지만 초원을 가로지르는 ‘질주 본능’은 여전했다.
‘올뉴 XF’는 모두 7가지 트림을 운용한다. 크게 엔진은 가솔린과 디젤로 나눠지고, 배기량과 사양으로 또 나뉘어 진다. 31일의 시승행사에는 ‘20d’로 이름 붙은 2.0 디젤과 ‘25t’로 불리는 2.0 가솔린 터보 모델이 동원 됐다. 모두 배기량 2000cc 엔진이 장착 됐고, ‘올뉴 XF’에서 중에서도 또 엔트리급에 속한다. 상위트림에는 3.0리터 엔진을 얹은 30d, 35t AWD, S AWD 등이 있다.

기자가 시승한 ‘20d 포트폴리오(Portfolio)’는 가격이 7,180만 원이고 공인 복합 연비는 14.2km/l다.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의 ‘25t 포트폴리오’는 7,290만원에 연비는 10.1km/l이다. 시승을 하지는 않았지만 ‘20d 프레스티지(Prestige)’는 6,380만 원, ‘25t 프레스티지’는 6,490만 원이다.
4기통 디젤 터보 엔진의 20d는 최고출력 180마력(4000rpm), 최대토크 43.9kg.m(1750~2500rpm)의 제원을 갖고 있다. 2.0리터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을 장착한 25t는 240마력(5500rpm), 34.7kg.m(1750~4000rpm)이다. 최상위 트림인 S AWD는 최고출력 380마력(6,600rpm), 최대토크 45.9kg.m(4500rpm)이다.
가솔린과 디젤은 각각의 특성이 뚜렷했다. 부드럽지만 강한 가솔린과 강하면서 거친 디젤은 재규어의 경량화 테크닉을 만나 한껏 기(技)와 예(藝)를 뽐내고 있었다. 디젤과 가솔린은 각기 나름의 장점을 갖고 있지만 대놓고 달리기를 하자면 가솔린 엔진의 쫄깃한 맛을 디젤이 따르기는 어렵다.
힘 좋은 디젤이야 그렇다치지만 가솔린도 4기통 터보 엔진으로 240마력의 출력을 낼 수 있는 기술이 놀랍다. 시승 구간 안에 있는 순천-완주 고속도로, 광주-대구 고속도로, 대전-통영 고속도로의 일부 구간에서 뽑아 본 고속 주행 능력은 ‘찬사’ 수준이다. 요즘 나오는 대부분의 차들이 순간적인 초고속 주행 능력은 갖추고 있다. 그러나 장시간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올뉴 XF’는 가솔린, 디젤 할 것 없이 현재 달리고 있는 속도에 제 몸을 맞출 줄 알고 있었다. 다변하는 고속 상황에서도 바로바로 적응하는 바람에 운전자는 지금 달리는 속도를 잊어 버릴 때가 많았다.
특히 변속기의 ‘스포츠 모드’는 운행에 관여하는 모든 기관들을 즉각적인 대응의 상태로 만들어 놓았다. 변속기 다이얼과는 별개로 ‘에코’ ‘스탠다드’ ‘다이내믹’ 모드로 조절하는 버튼도 있는데, 도로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했다.
8단 자동변속기는 변속 충격을 느낄 새도 없이 속도를 반영하고 있었고, 손에 닿는 패들시프트는 순간적으로 토크를 높여야 할 때 매우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게 했다. 수동 변속기 모드는 없지만 양손을 운전대에서 떼지 않고도 수동 운전이 가능한 패들 시프트가 있으니 아쉬울 게 없다.
지안재를 지나 오도재를 오르는 구간은 헤어핀의 연속이다. 국토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이라니 천천히 음미하며 지나갈만도 하지만 ‘올뉴 XF’의 코너링 능력을 그러한 여유를 허용하지 않았다. 슬로시티의 전형 같은 그 아름다운 길을 순식간에 오르면서 ‘올뉴 XF’가 감당해 내는 코너링 능력에 혀를 내두를수밖에 없었다.

‘올뉴 XF’의 전 모델에 기본 적용 된 ‘토크 벡터링(Torque Vectoring) 이라는 기술을 소개하고 가야겠다. 급격한 코너링에서 안쪽과 바깥쪽 바퀴에 각기 다른 토크를 분배하는 기술인데 ‘올뉴 XF’에는 좀더 개선 된 버전이 장착 됐다. 코너링을 할 때 회전 반경의 안쪽 뒷바퀴에는 제동력을 가하고, 바깥쪽 뒷바퀴에는 동력을 유지해 안전한 코너링이 되도록 돕는다.
재규어의 기술력이 일관되고 추구하고 있는 경량화 작업은 ‘올뉴 XF’도 예외가 아니다. 가볍고 튼튼한 알루미늄 소재를 개발해 적용함으로써 끊임없이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 ‘올뉴 XF’에 적용 된 ’알루미늄 인센티브 모노코크’ 구조는 전 세대 대비 공차 중량을 190kg이나 감량했다. 그러면서도 강성은 28% 이상 강화 돼 2만 2,000Nm의 바디 강성을 유지한다. 초경량 알루미늄은 바디 뿐만아니라 엔진과 일부 서스페션에 개발에도 활용 된다. 50:50에 근접한 최적의 차량 무게 배분은 XE와 동일하게 역대 재규어 중 가장 낮은 Cd 0.26의 공기저항계수를 실현했다.
전통과 첨단은 수미쌍관한다. 81년 역사의 재규어는 이제는 디자인 조차도 쉽게 바꿀 수 없을 정도로 헤리티지가 정립이 됐다. 그런 재규어가 속은 이미 최첨단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었다. 10.2인치 터치스크린, 12.3인처 풀HD 가상 계기반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프리미엄 단계로 끌어 올렸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10.2인치 터치 스크린을 활용하는 정도야 이제는 첨단이라 할 것도 없다. 그런데 12.3인치 풀 HD 가상 계기반은 재규어의 고집에 비하면 꽤나 파격적이다. 이 계기반은 변신의 귀재다. 운전가가 선호하는 스타일에 따라 4가지로 변형 돼 선택 가능하고 운전 모드에 따라서는 속도계와 rpm 게이지가 위치변경을 한다. 또한 계기반 전체가 내비게이션 화면으로 전환돼 인포테인먼트 터치 스크린과 동기화 되기도 한다.
재규어 최초로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적용 됐다. 여기에는 주행속도, 기어변속, 내비게이션 등의 가상 이미지가 윈드 스크린에 투사돼 안전 운전을 돕는다.

디자인은 재규어 고유의 에어로다이내믹 콘셉트를 잇는 가운데, 프런트 엔드가 더욱 가파르게 꺾이면서 부드러움과 강함의 조화를 시도한다. 재규어의 새로운 시그너처가 된 제이(J) 블레이드 주간 주행등과 LED 헤드램프가 개성을 뚜렷이 새기고 있고, 후미의 브레이크 등은 윙크를 하는 눈매를 형상화 해 희화적 요소로 자리했다.
자율 주행의 첫 걸음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상위 모델인 XF S에만 적용 돼 있는 것은 아쉬움이다. 온갖 최첨단 장치로 무장한 S AWD는 9,920만 원이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