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개막전 선발의 중책을 맡은 슈가 레이 마리몬(28)이 첫 등판에서 승리를 따냈다. 전체적으로 100% 합격점을 주기는 어려웠지만 힘 있는 공, 그리고 변칙 템포는 주목할 만했다.
마리몬은 1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6이닝 동안 76개의 공을 던지며 7피안타(1피홈런) 2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실점 이하)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팀 타선의 지원을 받았다. 첫 등판의 중압감과 실점 과정을 생각하면 그렇게 나쁜 결과는 아니었다.
자신의 강점을 잘 보여준 한 판이었다. 최고 148㎞까지 나온 포심, 그리고 투심패스트볼의 조합에 구속은 비슷하지만 궤적이 다른 체인지업과 슬라이더까지 섞어 던지며 SK 타자들의 방망이를 피해갔다. 시범경기 17이닝에서 14개의 볼넷을 내주며 제구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지만 이날 변화구 제구는 그렇게 나쁜 편이 아니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것은 변칙 템포였다. 주자가 없을 때 투구 템포를 한 박자 빠르게 가져가는 패턴으로 재미를 봤다.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도 마리몬은 와인드업보다는 셋포지션에서 공을 던졌다. 그리고 그 셋포지션의 템포를 달리 하는 전술로 SK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었다.
보통 긴 호흡으로 던지다 어느 순간 빠른 템포로 전환하는 마리몬의 투구에 SK 타자들은 좀처럼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제대로 폼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던지는 느낌이라 이 경우 제구가 다소 흔들리는 점은 있었지만 허를 찌르는 데는 좋은 효과를 발휘했다. 이날 SK는 마리몬이 빠른 템포로 공을 던질 때 빗맞은 타구들이 많이 나왔다.
이에 SK는 김용희 감독이 2회 직접 나광남 주심에 항의했다. 이중 동작이 아니냐는 항의였다. 셋포지션에서는 홈으로 발을 내딛기 전 확실한 멈춤 동작이 있어야 한다. 마리몬은 그런 동작이 생략된다는 것으로 보크를 선언하는 것이 맞다는 게 SK의 항의였다.
그러나 나광남 주심은 마리몬의 패턴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으로 김 감독의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3회초가 시작되기 전 심판들이 모여 다시 의견을 나누는 모습이었으나 그 후에도 특별한 제재는 없었다. 앞으로도 인정된다면 의외의 무기가 될 수도 있다.
한편 마리몬은 이날 초반 다소 흔들려 위기가 있었다. 3회에는 김성현 이명기에게 연속 안타를 맞은 데 이어 고메즈에게 좌월 3점 홈런을 맞았다. 4회에도 2사 후 박재상에게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 김성현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고 추가 실점했다. 그러나 2-4로 뒤진 5회 팀 타선이 대거 5점을 내며 힘을 냈고 그 후로는 안정감을 찾으며 특별한 위기 없이 마운드를 지켰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