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전서 시원한 3점포, 장타력 입증
희생번트 감소 가능성, SK 스타일 바꿀까
김용희 SK 감독은 상대적으로 선이 굵은 공격 야구를 추구한다. 희생번트보다는 쳐서 주자를 진루시키는 방향을 선호한다. 기동력 야구는 야구관의 핵심이기도 하다.

그러나 SK를 맡은 지난해는 그런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김 감독의 성향이 바뀐 것은 아니었다. 팀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타자들은 집단 슬럼프에 빠졌다. 여기에 뛸 수 있는 선수도 한정되어 있었다. 20개 이상의 도루를 성공시킨 주전 선수는 이명기 뿐이었다. 정상적인 흐름으로는 좀처럼 득점이 나지 않았다. 성적은 급하다보니 자연히 희생번트가 많아졌다.
핵심인 ‘강한 2번’의 부재와도 연관이 있었다. 그 임무를 줬던 김강민은 시범경기에서 부상을 당했고 결국 떨어진 컨디션을 시즌 내내 끌어올리지 못했다. 때문에 올해도 그 2번을 찾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선택은 새 외국인 타자 헥터 고메즈였다. 그리고 SK는 개막전에서 그 실마리를 찾았다.
고메즈는 1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kt와의 경기에서 시즌 마수걸이포를 터뜨렸다. 0-2로 뒤진 3회 무사 1,2루에서 kt 선발 슈가 레이 마리몬의 슬라이더(134㎞)를 잡아 당겨 좌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역전 3점포를 터뜨렸다. 비록 팀이 역전패해 빛은 바랬지만 ‘강한 2번’에 대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홈런이었다.
SK의 리드오프인 이명기는 안타를 생산하는 능력이 빼어나다. 최다안타 타이틀을 놓고 경쟁할 수 있는 자원이다. 최정 정의윤으로 이어지는 3·4번 라인은 부상만 없다면 제 몫을 할 수 있는 선수들. 그 연결고리인 2번이 중요한 이유다. 김 감독은 장타력이 있는 고메즈를 2번에 배치해 강공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심산이다.
상황에 따라 물론 희생번트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처럼 기계적이고 도식적인 희생번트 작전이 나올 확률은 크게 줄어들었다. 오히려 장타력이 있는 고메즈로 하여금 상대 마운드를 압박하게 한다는 생각이다. 그 과정에서 범타도, 삼진도, 병살타도 나올 수 있지만 루상에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달려드는 중장거리 타자는 희생번트 이상의 압박을 줄 수 있다.
시범경기에서는 타율이 1할대까지 추락하며 부진했던 고메즈지만 김 감독은 여전히 기대를 걸고 있다. 김 감독은 “외국인 선수의 경우는 시범경기와 정규시즌에 임하는 태도가 확 다르다”라면서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할 줄 아는 선수다”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SK가 고메즈에게 바라는 것은 3할 이상의 고타율보다는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20개 이상의 홈런, 그리고 안정적인 유격수 수비다. SK 타선의 스타일 변화를 이끌 주역이 될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