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人]이것이 인간승리! 곽정철, 감동의 터프세이브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6.04.02 20: 19

KIA 우완투수 곽정철(30)이 1792일만에 세이브를 따내며 완벽한 소방수로 돌아왔다. 
곽정철은 2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원정경기에 위기의 순간에 등판해 네 타자를 퍼펙트로 처리하고 팀의 4-3 승리를 이끌었다. 5년만의 첫 1군 등판에서 팀에 시즌 첫 승을 안기면서 첫 세이브의 주인공이 됐다. 
곽정철은 힘겨운 상황에서 등판했다. 4-1로 여유있게 앞서던 8회말 마운드에 오른 심동섭이 2사까지 잘막고 테임즈를 볼넷으로 내보냈고 박석민에게 좌월 투런포를 맞았다. 한 점차까지 쫓기자 심동섭을 내리고 불펜에서 대기중인 곽정철을 올렸다. 

2011년 6월 3일 문학 SK전 이후 첫 등판이었다. 심장이 쪼이는 순간이었고 실제로 긴장감이 얼굴에 감돌았다. 상대타자는 전날 홈런포를 기록한 이호준이었다. 한 방이면 동점이었지만 3구째 볼이 빗맞으면서 좌익수 뜬공이 되었다. 
9회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곽정철은 까다로운 첫 타자 이종욱을 변화구-직구-직구를 던져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어 대타 지석훈은 6구만에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이어 마지막 타자 용덕한은 볼 3개를 잇따라 던졌으나 흔들리지 않고 스트라이크를 던졌고 결국 1루수 파울플라이로 처리했다. 
지난 2011년 5월 7일 SK전 이후무려 1792일만에 올린 세이브였다. 투구수는 18개였다. 무엇보다 절묘한 제구력이 인상적이었다. 간결한 투구폼으로 원하는 곳에 볼을 쏙쏙 집어넣었다. 공 하나 하나에 네 번의 수술로 힘겨웠던 과거의 순간을 담아 던졌다.   
곽정철은 2009년 우승의 주역이었지만 2011년 시즌 도중 팔꿈치 통증을 일으켜 길고긴 재활터널에 들어갔다. 군복무까지 마치고 돌아왔으나 양쪽 무릎이 고장나는 통에 2년 동안 1군 등판을 못했다. 이 정도면 포기할 수도 있었지만 훈련에 훈련에만 매달렸다. 
누구보다 성실한 그에게 빛줄기가 내렸다. 29경기에 나가면서 가능성을 보인 것이다. 오키나와 가을훈련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대신 함평에서 몸을 만들었다. 김기태 감독은 오키나와에서 귀국해 함평에서 피칭을 보고 희망을 얻었다. 대신 지난 1~2월 1군 전지훈련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의욕과잉으로 인한 부상을 막기 위했다. 
대만 2군 전지훈련을 마치자마자 1군 시범경기조에 포함시켰다. 그리고 시범경기에서 6경기에서 등판해 단 1실점도 주지 않았고 필승조에 포함이 됐다. 제구력과 변화구 구사력이 달라졌다. 직구의 스피드는 150km에 미치지 못했지만 볼끝은 여전했다. 김기태 감독은 아예 소방수로 등판시켰고 곽정철은 보란듯이 응답했다. 가슴 뭉클한 세이브였다. 
승리를 확정지은 곽정철은 더그아웃 앞에서 김기태감독에게 큰 인사를 했다. 자신에게 기회를 준 배려에 감사함을 전했다. 이어 "세이브, 승리를 생각하면 긴장한다. 순간 순간 집중했다. 연습하는대로 스케치하는대로 옮기려고 노력했다. 앞으로 점점 더 좋아질 것이다. 오늘처럼 1구1구 신경쓰면 목표는 그림자처럼 찾아온다. 몸이 너무 좋아 조절을 해야 할 정도다. 무엇보다 지금 2군 선수들이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sunny@osen.co.kr
[사진]마산=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