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KIA-NC전이 열린 마산구장. KIA 투수 곽정철이 무려 1792일만의 세이브를 기록하며 감동의 물결을 이룬 날, 그의 활약에 가려졌지만 또 한 명의 '인생극장'이 있었다. 바로 NC의 투수 박민석(27)이다. NC팬들에게도 생소한 선수일거다.
박민석은 2일 KIA전에서 3-4로 뒤진 9회초 2사 후 구원 등판했다.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2009년 8월 2일 잠실 SK전 이후 1군 복귀전이었다. 무려 6년의 시간이 지났고 날짜로는 2435일이었다.
박민석은 경기 후 "너무 긴 시간을 돌아와 오랜만에 1군 등판의 감회보다는 (마운드에 오르자) 막아야 된다는 생각 뿐이었다"며 "초구 포크볼로 카운트를 잡자고 용덕한 선배가 자신있게 말해서 자신감을 갖고 던진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그는 포수의 주문대로 초구 포크볼을 자신있게 던졌고, 김주찬은 초구를 때려 3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그렇게 6년만의 1군 복귀전은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스스로에겐 크나큰 감격을 준 시간이었다.

박민석은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7라운드로 두산에 입단했다. 하지만 별다른 성적없이 2014년 5월 방출됐다. 1군 통산 성적은 20경기 1패 평균자책점 3.63이었다.
방출된 후 2014년 12월, 옛 스승 김경문 감독이 있는 NC에 테스트를 받았고 육성 선수로 입단했다. 지난해 퓨처스리그 26경기에서 2패 2홀드 평균자책점 7.74를 기록했다. 김경문 감독은 당시를 회상하며 "신인 때 자신있게 던지던 기억이 있었다.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했다.
지난해 2군에서 보낸 그는 스프링캠프에서 착실하게 훈련을 했고 개막 엔트리에 승선했다. 올 시즌 개막 엔트리에 포함된 것도 극적이다. 사실 그는 27인 엔트리 중 27번째 선수나 마찬가지다. 김경문 감독은 "불펜에서 사실 김선규와 경쟁이었다. 김선규는 초반에 좋았다가 조금 안 좋았다. 반면 박민석은 시범경기에서 테스트를 해보고 안 좋으면 2군으로 내려보낼 생각이었다. 그런데 등판 때마다 좋은 피칭을 해서 결국 끝까지 살아남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곤 2일 감격스런 1군 등판 기회를 잡았다. 비록 한 타자였지만, 엄청난 부담감을 극복하고 성공적인 복귀전을 치렀다. 남들은 모를 엄청난 시련과 의미를 담은 복귀전이다. 이제 앞으로 그의 피칭이 기대된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