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승부처] 차포 뗀 kt, SK 틈 놓치지 않았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4.03 17: 28

왜 kt 타선이 전문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는 한 판이었다. 이름값보다는 집중력이 돋보였다. 차포가 없어도 상대의 빈틈을 파고 드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투수 교체 타이밍에서 틈을 보인 SK는 이 집요한 공세를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졌다.
kt는 3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0-2로 뒤지고 있던 7회 단번에 전세를 뒤집은 끝에 5-4로 역전승했다. 개막전 승리에 이어 또 한 번 역전승으로 개막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장식하고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사실 이날 타선 전망은 다소 어두웠다. 팀의 3·4·5번 타자가 모두 부상으로 빠졌기 때문이다. 유한준과 김상현은 전날(2일) 경기에서 발목을 다쳐 이날 정상적인 대기가 어려웠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1일 결장, 2일 대타 출전에 그친 외국인 타자 앤디 마르테 또한 다시 선발 명단에서 빠졌다.

대신 경험이 부족한 문상철을 4번 타자로 기용해야 할 만큼 kt 타선은 여유가 없었다. 조범현 감독도 문상철의 4번 기용에 대해 “넣을 타자가 마땅치 않았다”라고 고민을 드러낼 정도였다. 이런 고민은 6회까지 현실이 되는 듯 했다. 상대 선발 박종훈에게 단 1안타로 묶이며 끌려갔다. 팀 타선의 무게감과 짜임새가 모두 떨어졌다. 사실 김사연까지 주전 4명이 빠진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SK가 한 번의 틈을 보이자 이를 놓치지 않는 무서운 집중력을 과시했다. SK는 6회까지 105개의 공을 던진 박종훈을 7회에도 마운드에 올렸다. 투구수가 많기는 했지만 6회 투구 내용이 워낙 좋다는 것을 참고한 듯 했다. 7회까지 박종훈이 책임진다면 8·9회 필승조를 쏟아 부어 2점 리드를 지킬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채병룡 박정배의 등판이 어렵다는 것도 고려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kt 타선의 집중력은 이 계산을 산산조각냈다.
선두 윤요섭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에 성공했다. 그러자 kt는 좌타자 김민혁을 대타로 냈다. 이날 박종훈이 좌타자를 상대로 제구가 잘 잡히지 않는다는 것을 계산한 선택이었다. 그리고 김민혁은 그 기대대로 풀카운트 승부를 벌인 끝에 볼넷을 골라 나갔다.
첫 타자가 나갈 때까지만 해도 미동조차 없었던 SK 벤치는 동점 주자가 나가자 다급해졌다. 김승회를 올려 버티기에 들어갔다. 그러나 1사 1,3루에서 김연훈이 우중간을 가르는 2타점 적시타를 치며 동점을 만들었다. 분위기가 완전히 kt로 넘어갔다. kt는 이어 2사 2루에서는 하준호가 SK 내야의 빈틈을 놓치지 않고 기습번트 안타로 살아나갔다. 하준호의 집중력과 센스가 돋보였다.
2사 상황이라 SK가 여기서 kt의 기세를 저지한다면 남은 이닝 판도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kt는 분위기를 잡고 놓지 않았다. 후속 타자 이진영이 신재웅의 143㎞ 빠른 공이 가운데 몰린 것을 그대로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역전 3점 홈런을 때렸다. kt가 승기를 굳히는 순간이었다. SK는 막판 분전에도 분루를 삼켰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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