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타자인 앤디 마르테를 쓰지 않고도 kt는 웃었다. 그 중심에는 김연훈(32, kt)이 있었다. 깜짝 장타쇼를 선보인 김연훈이 팀의 위닝시리즈를 이끌며 친정팀에 비수를 꽂았다.
김연훈은 1일부터 3일까지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개막 3연전에서 장타 3방과 4타점을 쓸어 담으며 팀의 위닝시리즈를 이끌었다. 말 그대로 깜짝 활약이었다. 올 시즌 내야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김연훈은 수비는 물론 공격에서도 맹활약하며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한 마르테의 공백을 메웠다.
1일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1일 0-0으로 맞선 2회 SK 에이스 김광현을 상대로 선제 우월 2점 홈런을 터뜨리며 올 시즌 kt의 첫 득점을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냈다. 김광현의 리듬을 흔들 수 있는 한 방이었다.

3일에도 2루타 두 방을 터뜨렸다. 사실 이날 kt는 5회 2사까지 상대 선발 박종훈을 공략하지 못하며 단 하나의 안타도 만들지 못했다. 그러나 김연훈이 좌측 담장을 맞히는 2루타를 쳐내며 팀의 안타를 개시했다. 0-2로 뒤진 7회 1사 1,3루에서 맞이한 타석은 하이라이트였다. 김승회의 초구 빠른 공을 그대로 받아쳐 우중간을 가르는 2타점 적시타를 터뜨렸다. 김연훈의 장타력을 무시한 SK는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조범현 감독도 "김연훈의 동점 2타점 2루타가 팀 타선을 깨어나게 했다"라며 이 안타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김연훈은 경기 후 "내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안타는 실투가 들어왔다. 감독님 말씀대로 가볍게 친다는 생각으로 쳤고 이숭용 코치님의 조언도 힘이 됐다"라고 돌아봤다.
사실 김연훈은 SK와 인연이 깊은 선수다. 2007년 KIA의 지명을 받고 프로에 입단한 김연훈은 트레이드로 2008년부터는 SK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화려한 활약은 아니었지만 지난해까지 SK에서 295경기에 뛰었다.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활용성으로 소금 같은 몫을 했다.
다만 군에 다녀온 뒤 좀처럼 페이스를 올리지 못했고 결국 지난해 열린 2차드래프트 때 SK의 40인 명단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kt는 김연훈의 활용성에 주목해 지명권 한 장을 쓰며 새 둥지에서 새 출발을 할 수 있었다. 조범현 감독도 "나이가 서른이 넘었는데 아직 연봉(4700만 원)이 그 정도다. 열심히 해서 돈을 많이 벌으라"고 격려했다. 이를 악문 김연훈은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며 개막 엔트리에 승선했고 개막 3연전에서 맹활약하며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김연훈은 이날 1루수로 뛰며 다방면에서의 kt에 공헌했다. 2일 경기를 앞두고 김연훈에게 “한 시즌 칠 홈런을 다 쳤으니 지나치게 휘두르지 말아라”라고 농담을 건넨 조범현 감독의 얼굴에도 미소가 흐를 법한 한 판이었다. 조 감독은 “어차피 김상현이 한 시즌을 모두 1루수로 뛸 수는 없으니 1루 수비도 준비를 시켰다”라고 설명했고 이날 처음으로 1루수로 선발 출장한 김연훈도 안정적으로 그 믿음에 보답했다.
김연훈은 "1루 수비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백업 요원이다보니 주전 선수들이 다쳤을 경우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라면서 "대수비든, 대주자든 매 경기 나갔을 때마다 팀이 이길 수 있도록 돕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김연훈의 야구인생 2막이 활짝 열렸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