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메이저리그 최고의 수비력을 갖춘 포수로 평가받을 만했다. 노련한 리드와 기술로 오승환(34, 세인트루이스)의 위기탈출을 도왔다. 베테랑 포수 야디어 몰리나가 진가를 드러냈다.
오승환은 4일(이하 한국시간) 미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의 PNC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와의 2016년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0-3으로 뒤진 7회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사실 내용이 아주 완벽한 편은 아니었다. 피안타는 없었지만 볼넷 2개를 내주며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냈다. 그러나 삼진 2개를 잡아내며 스스로 불을 껐다.
꿈에 그렸던 MLB에서의 첫 등판이었다.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선두타자로 나선 대타 맷 조이스에게 볼을 연달아 세 개 던졌다. 스트라이크존과 적잖은 차이가 있었고 결국 풀카운트 접전 끝에 볼넷을 내줬다. 존 제이소를 2루 땅볼로 잡아내긴 했지만 앤드루 매커친과의 승부에서도 역시 볼넷을 허용하며 1사 1,2루에 몰렸다. 여기서 몰리나의 능력이 빛을 발했다.

매커친 타석 때부터 우타자에게는 철저히 바깥쪽 승부를 요구한 몰리나였다. 이날 주심의 성향이 바깥쪽에 비교적 관대하다는 것을 계산에 넣은 듯 했다. 오승환의 제구도 조금씩 안정을 찾은 가운데 바깥쪽 꽉 차는 빠른 공이 주심의 손을 들게 만들었다. 이에 몰리나는 프리즈의 타석 때도 역시 바깥쪽 일변도의 승부를 했고 이는 오승환과 좋은 궁합을 이루며 위기 탈출의 도우미가 됐다.
프리즈에게 던진 1구째 91마일 커터는 사실 바깥쪽으로 약간 빠진 공이었다. MLB.com의 게임데이에서도 스트라이크존 바깥에 들어간 공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리그 최고의 프레이밍 기술(볼을 스트라이크로 둔갑시키는 기술)을 가진 몰리나는 이를 스트라이크 판정으로 바꿔 버렸다. 프리즈는 답답해 하는 표정이었다.
이어 7구째 83마일 슬라이더도 역시 바깥쪽으로 들어갔다. 존에서 조금 빗나가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었던 궤적이었다. 프리즈도 볼임을 확신하고 배트가 따라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역시 주심의 판정은 스트라이크였다. 관중석에서 야유가 나왔다. 간발의 차이였고 몰리나의 기술은 빛을 발했다.
다음 타자 스탈링 마르테와의 승부도 역시 바깥쪽 위주였다. 급하게 볼 카운트를 잡으려 하지 않고 철저히 수 계산을 했다. 빠른 공과 바깥쪽으로 도망가는 슬라이더를 섞었다. 그리고 풀카운트에서 바깥쪽에 85마일 슬라이더를 던지게 해 마르테의 헛스윙을 유도해냈다. 볼배합의 승리였다. 요구대로 잘 던진 오승환도 대단했지만 한 시즌에도 수많은 실점을 막는다는 몰리나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한 판이었다. /skullboy@osen.co.kr
[사진] 피츠버그=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