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의 반등 조짐, kt 선택 적중하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4.04 16: 00

3일 SK전 결승포, 신체능력 건재 과시
팀 분위기 메이커까지, 조범현 ‘흐뭇’
kt는 1군 진입 2년차를 맞이하는 KBO 리그 막내 구단이다. 사람으로 따지면 이제 걸음마를 뗀 정도다. 팀을 구성하는 선수들도 비교적 젊고 연차도 낮을 수밖에 없다. 실제 팀 평균 연령에서는 리그 최하위권이다.

그러나 타순을 보고 있으면 꼭 그렇지도 않다. 여러 경로로 영입한 베테랑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올해는 그 색채가 더 강해졌다. FA를 통해 외야수 유한준을 영입했다. 여기에 2차 드래프트에서는 LG의 40인에서 제외된 외야수 이진영을 전체 1번으로 찍었다. 베테랑 야수들의 가세 속에 팀 전력도 짜임새를 더해가고 있다.
SK와의 개막 3연전은 그런 힘을 느낄 수 있었던 시리즈였다. 유한준은 2경기에서 타율 3할7푼5리, 출루율 5할을 기록하며 kt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해보였다. 이진영은 3일 2-2로 맞선 7회 결승 3점 홈런을 기록하며 팀의 위닝시리즈를 이끌었다. 특히 이진영의 활약은 고무적이었다. “하락세가 뚜렷하다”라는 세간의 시선을 뒤집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이진영은 한때 국민 우익수로 불렸던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중장거리 타격에 수비력까지 갖춘 자원으로 각광받았다. 통산 타율이 3할3리에 이르는, 꾸준히 3할을 쳐온 검증된 타자이기도 했다. 지난해까지 1군 통산 출전 기록만 1832경기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은 하락세였다. 잦은 부상에 시달리면서 팀 내 입지가 좁아졌다. 지난해에는 103경기 출전에 그쳤고 타율도 2할5푼6리까지 떨어졌다.
무엇보다 신체 능력은 사실상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LG가 이진영을 40인에서 제외한 것도 이러한 판단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이진영은 이번 3연전에서 그런 평가가 잘못된 것임을 보여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홈런을 쳤고, 1일에는 도루도 기록했다. 우익수 수비도 무리 없이 소화했다. 조범현 kt 감독은 “생각보다 잘 뛰어 다니더라”라고 껄껄 웃었다.
새 팀에서 새 야구 인생을 시작한 이진영도 각오를 단단히 먹었다. 훈련을 열심히 했다. 그 과정 속에서 옆구리 부상을 당해 아직 컨디션이 정상적이지는 않지만 필사적인 몸부림을 쳤다는 것이 주위의 전언이다. 이진영도 “뜻하지 않게 부상을 당했지만 그것은 운동을 열심히 하다 다친 것이다”라면서 “부상 치료에 중점을 뒀다. 감독님이나 코치님께서 시즌에 맞춰 준비하라고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구심점 역할도 kt가 흐뭇해 하는 지점이다. 이진영도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이진영은 “내가 kt가 창단할 때부터 있었던 멤버는 아니다. 이적해 온 선배다. 그래서 더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다”라면서 “고참이지만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후배들이 보고 따라올 것이라는 생각에 앞장 서 솔선수범하려고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조범현 감독이 가장 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조 감독은 “이진영이나 유한준은 경기장 안은 물론 바깥에서도 후배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라고 인정했다. 워낙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보는 것만으로도 후배들이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조 감독은 “이진영이 그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라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실력뿐만 아니라 팀 분위기까지 책임진다면 kt의 선택은 나무랄 곳이 없는 한 수가 될 수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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