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이후 처음으로 원정 개막전 치르고 돌아와
구장 안팎 체질개선으로 '구도' 부활 이끌까
롯데 자이언츠는 그동안 개막전 설명에 ‘홈’이라는 글자를 붙일 필요가 없었다. 전년도 혹은 2년 전 정규리그 성적을 토대로 하는 KBO의 개막 일정에 따라 줄곧 홈인 사직구장에서 시즌의 출발을 알렸다. 리그가 지정한 날에 공식 개막전을 홈에서 갖는 것은 성적에 대한 일종의 특권이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서 2009년부터 2014년까지 홈에서 치를 수 있었다. 지난해의 경우는 신생팀 kt의 합류로 10개 구단으로 늘어난 수혜를 봤다. 포스트시즌 진출엔 실패했지만 5위에 올랐던 2013년 성적을 기준으로 홈에서 개막전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를 끝으로 롯데는 공식 개막전을 홈에서 맞이하는 특권도 사라졌다. 이젠 집중된 관심에서 멀어진 채 따로 ‘홈 개막전’을 갖는다.
롯데가 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SK 와이번스와 홈 개막 3연전을 치른다. 롯데가 개막전을 원정에서 치른 뒤 홈에서 따로 개막전을 갖는 경우는 지난 2008년(대전 한화전) 이후 8년 만이다.
개막전은 통상 주말에 열렸기 때문에 관중 동원에서 유리했다. 포스트시즌에 나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던,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의 잠깐의 시기 동안 ‘구도’ 부산의 열기는 개막전부터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롯데의 2016시즌 개막전은 주말이 아닌 화요일, 주중이다. 야구 열기를 뿜어내기엔 좋은 여건은 아니다.
아울러 최근 몇 년간, 개막전에서 뿜어져 나온 야구 열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2013년부터 롯데의 경기 당 평균 관중은 1만5000명 이하로 뚝 떨어졌다.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총 관중은 77만731명, 경기 당 평균 1만2043명이었다. 이후 2014년 83만820명(경기 당 1만2982명), 지난해는 80만962명(경기 당 1만1124명)이 야구장을 찾았다. 감소 추세는 계속됐다.
일각에서는 부산 지역 불황의 장기화로 인한 소비 침체를 이유로 들기도 한다. 그러나 야구만 잘 한다면 부산의 야구팬들은 망설임 없이 야구장을 찾는다. 구단 안팎으로 시끄러웠던 사건사고들도 부산 야구팬들의 관심을 멀어지게 했다.
롯데 이창원 대표이사는 올해 신년사에서 그동안 롯데 야구의 침체에 대해 강도 높은 자기반성을 보였다. 이 대표는 당시 “롯데는 과거 최고의 인기 구단이었지만 이제는 흘러간 과거일 뿐이다. 과거의 영광에서 깨어나 재도약해야 한다. 2016년을 롯데가 명문구단으로 발돋움하는 원년으로 삼자”고 말하면서 “속는 셈치고 올해도 롯데를 응원하겠다는 팬들이 있다. 그 분들의 믿음이 헛되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표의 말처럼 롯데 야구의 영광은 과거였고 한 때였다. 2000년대 초반의 암흑기가 다시 도래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이제 롯데는 심기일전의 자세로 구단 안팎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고 있다. 일단 이창원 대표의 의지로 야구장을 찾는 팬들의 관람 편의를 위해 화장실을 전면 개보수했다. 아울러 불규칙 바운드의 원흉이었던 내야 흙을 교체했고 밝은 구장을 만들기 위해 조명탑도 LED로 바꿨다. 야구를 잘 할 수 있게끔, 야구를 잘 볼 수 있게끔 사직구장의 인프라 개선에 힘썼다.
이제 야구로 보여주면 된다.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 히어르즈와의 개막 3연전에서 롯데는 1승2패를 거두고 홈으로 돌아왔다. 득점력에서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였지만 끝까지 포기 하지 않는 근성과 저력, 그리고 주장 강민호부터 허슬 플레이를 보여주는 투지를 보여줬다.
과연 롯데가 홈 개막전에서 구도 부산의 열기를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그 시작은 8년 만에 따로 치르게 되는 홈 개막전이 시작이 될 것이다. /jhra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