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에서와 달리 유쾌한 모습
포수 몰리나도 담당기자와 같은 의견
진지하고 말수가 적은 이미지로 알려져 있지만, 오승환(34,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생각보다 유쾌한 사람이다. 주변 사람들이 증언하고 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지역 언론인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의 칼럼니스트 벤자민 호치먼은 오승환을 만나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점점 그의 성격을 파악해가고 있다. 가까이서 본 오승환의 성격이 어떤지 묻자 그는 “몇 번 대화를 해봤다. 재미있는 성격이다”라고 간단히 말했다.
오승환이 한국에서 과묵한 이미지로 통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다시 물었을 때 호치먼은 그런 점까지 알고 있다는 듯 활짝 웃었다. 실제로 인터뷰를 해보면 오승환은 논리적인 언변으로 자신의 생각을 잘 전달한다. 그리고 때때로 적절한 농담까지 섞으면서 대화를 리드해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오승환이 꽤나 재미있는 성격이라는 것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다. 배터리로 호흡을 맞추는 야디에르 몰리나 역시 “그와 대화하는 것이 즐겁다. 마운드에서는 좀처럼 변화가 없고 진지하지만 마운드 밖에서는 유쾌하고 잘 웃는 성격이다”라는 말로 이를 뒷받침했다.
오승환 역시 부인하지 않았다. 몰리나에게 들은 얘기를 오승환에게 전하자 그는 “(동료들과) 잘 지내고 있다. (옛날부터) 원래 그랬다”며 웃었다. 메이저리그라는 새로운 무대에 적응하기 위해 행동을 바꿔보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아니었다.
낯선 땅에서 미국 기자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도 궁금해졌다. 이에 호치먼에게 어떤 주제를 가지고 말을 했는지 질문했더니 “미국 음악을 좋아한다고 해서 미국 음악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넬리 이야기를 했던 것이 기억난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호치먼은 이어 “넬리는 세인트루이스 출신의 유명한 래퍼다”라는 설명을 추가했다. 넬리는 고향에 대한 애정을 자주 드러내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에미넴이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를 사랑하듯 넬리는 카디널스의 열혈 팬이다.
세인트루이스는 오승환의 적응을 돕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한 번은 구단에서 오승환을 위해 김치를 만들어준 적도 있다. 호치먼은 “플로리다에서 하루는 팀의 요리사가 한국 음식을 해줬다. 이름이 김치가 맞나?”라고 했다. 빨간색이라면 아마도 맞을 것이라고 말해주자 그는 “그럼 김치였던 것 같다. 오승환이 ‘최고’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기뻐했다”고 덧붙였다.
친절한 자세로 어디서든 돕는 통역 구기환 씨도 오승환에게는 큰 힘이다. 호치먼은 “유진(구 씨의 영어이름)도 정말 좋은 친구다”라는 말로 선수는 물론 통역을 맡고 있는 구 씨에게도 짧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