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는 개막을 일주일 남겨놓은 지난달 23일 삼성에서 내야수 채태인을 영입하는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경험있는 강타자 채태인의 가세로 넥센은 타선의 구멍을 메우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타선의 무게감에 있어 채태인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다르기 때문. 그러나 채태인이 차지하게 된 자리에서 밀려나게 된 타자들에겐 충격이었다. 특히 올해 처음으로 주전 1루수를 맡은 윤석민에겐 그럴 법했다.
윤석민은 2013년 트레이드 후 지난해까지 1루수와 3루수 백업, 지명타자 자리를 오가며 하위타선을 든든하게 받쳐줬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2년 동안 고생한 만큼 올해 석민이에게 주전 자리를 주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1루 수비가 뛰어난 채태인이 가세한 뒤에는 "1루를 둘이 절반씩 보게 될 것"이라고 계획을 바꿨다.

위기의 윤석민이 보여줄 것은 자신의 강점인 타격이었다. 윤석민은 개막전에서 3타수 2안타 1볼넷을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개막 3연전에서 모두 안타를 기록하며 12타수 5안타 1타점 1득점으로 활약했다. 개막전 실책과 2차전 주루사 등 좌충우돌 실수도 있었는데 모두 그의 넘친 욕심이 부른 미스플레이였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 빛을 발했다. 윤석민은 지난 3일 고척 롯데전에서 5-5로 맞선 9회말 1사 1,2루에서 윤길현을 상대로 좌익선상 2루타를 날리며 팀의 6-5 끝내기 승리를 이끌었다. 윤길현과 풀카운트 싸움 끝에 슬라이더를 당겨친 윤석민은 팀에 위닝시리즈를 가져다 주며 두 배의 기쁨을 맛봤다.
타구를 바라보며 '제발 라인 안쪽으로 들어오라'고 빌었다던 윤석민은 경기 후 "원래 올해 풀타임이 목표였다. (채)태인이 형이 오긴 했지만…. 그래도 제가 잘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드리면 감독님이 기회를 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계속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윤석민 뿐 아니라 박윤, 장영석 등 많은 1루수 후보들이 날벼락을 맞았다. 그런 면에서 더 많은 신뢰를 얻고 있는 윤석민은 비교적 마음이 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자신이 행운아가 아닌 준비된 타자임을 스스로 증명해나가며 기회를 만들고 있다. 윤석민의 '각성'에 넥센 타선도 힘을 받고 있다. /autumnbb@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