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현장톡] ‘계획 철저’ 박병호, 준비된 빅리거였다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6.04.06 06: 29

DH 출전 위해 컨디션 유지법 준비
영어는 수년 전부터 꾸준히 학습
 철저한 준비 속에 미국 무대에 발을 내딛은 박병호(30, 미네소타 트윈스)가 빅리그에 연착륙하고 있다.

박병호는 성공적인 빅리그 데뷔무대를 가졌다. 지난 5일(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오리올파크 앳 캠든야즈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시즌 개막전에서 3타수 1안타에 몸에 맞는 볼 하나까지 더해 두 번 출루했고, 동점을 만드는 득점도 자신의 발로 만들었다.
이에 미네소타의 폴 몰리터 감독도 경기 후 “첫 경기였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했다. 스프링캠프부터 좋았고 첫 타석 후 안타와 몸에 맞는 볼이 나왔는데, 누구도 쉽게 하기 힘든 일을 편안하게 잘 해냈다”며 상황이 주는 긴장감에 사로잡히지 않고 본연의 모습을 보인 박병호의 플레이를 칭찬했다.
이날 박병호가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가졌다는 것 외에도 주목할 점 하나는 익숙한 1루수가 아닌 지명타자로 경기에 나섰다는 점이다. 물론 스프링 트레이닝 기간 시범경기를 통해 지명타자를 경험했지만, 한국에서의 경험만 보면 지명타자라는 자리는 박병호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박병호는 큰 문제를 보이지 않았다. 그의 지명타자 적응 여부는 해외 언론도 관심을 가진 부분이다. 개막전 직후 미국 취재진은 클럽하우스 인터뷰에서 박병호를 둘러싼 뒤 지명타자로 타석과 타석 사이에 어떤 준비를 하는지 호기심을 갖고 질문을 던졌다.
박병호는 미국 취재진의 질문에 “(개막전 당시) 날씨가 좋지 않아 타격 후에 (벤치에서) 점퍼를 입고 있었다. 뒤에 있는 배팅 케이지에서 연습도 했다. 몸이 굳지 않도록 시범경기에서부터 준비했다”고 답했다. 철저한 준비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언어 구사능력 역시 서서히 강점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통역인 김정덕 씨의 도움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오래 전부터 스스로 영어공부를 해온 터라 지금도 미국 취재진의 간단한 질문에는 통역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는 된다. 해외 언론 보도를 통해서도 박병호가 동료들과 직접 대화를 나눈다는 소식이 스프링캠프 때부터 들려왔다.
단순히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위해 영어공부를 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일 정도로 그는 지속적으로 학습에 매달렸다. 넥센 시절 박병호는 수년 전부터 꾸준히 외국인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며 외국인 선수들의 KBO리그 적응을 돕고 본인의 공부에도 도움을 받았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KBO리그에서 뛸 때도 스프링캠프에 가면 박병호는 컴퓨터로 메이저리그 경기를 틀어놓고 지켜보며 자신의 기술적인 부분을 점검했다. 또한 시즌 중에 외국인 선수들을 집에 불러 함께 시간을 보냈던 적도 많다는 것이 주위의 증언이다. 메이저리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질 수 없다는 것을 박병호를 통해 다시 느낄 수 있다. 그는 철저한 계획 속에 만들어진 ‘준비된 빅리거’였다. /nick@osen.co.kr
[사진] 볼티모어=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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