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지난해보다는 낫지 않겠나”
조범현 kt 감독은 팀의 전력이 부쩍 강해졌다는 말에 손사래를 친다. 전력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 타선에도 변수가 많고, 젊은 투수들의 성장세에도 여전히 “기복이 심하다. 지켜봐야 한다”라고 잘라 말한다. 그러나 딱 한 가지 부분은 지난해에 비해 긍정적인 어투를 읽을 수 있다. 바로 외국인 투수 3인방이다.
뚜껑을 연 kt의 외국인 투수 3명은 첫 경기에서 모두 무난한 경기를 펼쳤다. 슈가 레이 마리몬(28)은 1일 인천 SK전에서 6이닝 7피안타(1피홈런) 2탈삼진 4실점으로 승리를 따냈다. 2일 인천 SK전에 나선 요한 피노(33)는 6⅔이닝 5피안타 3탈삼진 2실점, 그리고 5일 수원 삼성전에 나선 트래비스 밴와트(30)는 5이닝 1실점(비자책)으로 역시 승리를 따냈다.

아직 첫 경기이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내용에서 기대를 품어볼 만한 구석이 있었다. 2014년 후반기 리그 최고의 투수 중 하나였던 밴와트는 당시의 좋았던 모습을 상당 부분 간직한 모습이었다. 밴와트는 원래 페이스가 다소 늦게 올라오는 슬로 스타터에 가깝다. 그러나 올해는 좀 더 빠르게 시즌을 준비했고 시범경기에서도 좋은 피칭을 보여준 끝에 홈 개막전 승리까지 이르렀다.
새롭게 선을 보인 마리몬과 피노도 각자 다른 장점으로 무난하게 이닝을 잡아갔다. 마리몬은 150㎞에 이르는 빠른 공이 장점. 힘으로 상대 타자를 찍어 누를 수 있는 자질이 있다. 여기에 셋포지션 상태에서 템포를 달리 하면서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는 능력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제구만 좀 더 안정을 찾는다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피노는 제구력과 공 움직임이 장점이다. 빠른 공 최고 구속은 145㎞ 남짓이지만 좌우 코너워크를 잘 활용하는 모습으로 승리투수 목전까지 갔다. 땅볼보다는 뜬공 유도형의 투수라 다소간 불안감은 있지만 와르륵 무너지지는 않을 정도의 제구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조 감독이 세 외국인 투수의 활약에 반색하는 이유는 지난해 외인 투수들이 너무 부진했기 때문이다. 시스코는 17경기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6패2홀드 평균자책점 6.23의 성적으로 일찌감치 방출됐다. 미국에서의 경력이 나름 괜찮아 기대를 모았던 어윈 또한 12경기에서 1승7패 평균자책점 8.68이라는 최악 성적으로 역시 중도 퇴출됐다. 그나마 크리스 옥스프링이 에이스 몫을 하며 12승10패 평균자책점 4.48을 기록했지만 역시 상대를 압도하는 에이스급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조 감독은 “그래도 지난해보다는 올해 외국인 투수들이 낫지 않겠나. 지난해 외국인 투수들이 3~4회에 이미 7실점을 하고 들어가니 방법이 없었다”라고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물론 세 선수가 에스밀 로저스(한화)나 헥터 노에시(KIA)처럼 리그 대표 에이스급은 아니지만 지난해 이상의 안정감만 보여준다면 타선의 힘으로 해볼 만한 경기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