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대성, 솔직담백한 매력 여전
유희관 몰라도 야구열정 최고
"야구를 할 때도 야구를 안 봐서…".

지난 5일 한화의 홈 개막전 깜짝 시구자로 6년 만에 고향 대전을 찾은 '대성불패' 구대성(47). 지난 1999년 한화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MVP로 한화팬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한 레전드였다. 팬들 못지않게 한화에 오래 몸담은 선수 및 관계자들도 늘 구대성을 그리워했고, 이날 6년 만에 의미있는 시구 행사를 마련했다.
구대성은 한화 관계자들의 추억담에서 가장 자주 거론된 인물이다. 신용카드 없이 현금만 들고 다니며 후배들의 밥값을 해결한 것이나 슬리퍼에 흰양말을 한껏 치켜 올린 패션, 외국인 투수가 등판을 거부하자 나머지 투수들에게 전원 불펜 대기를 지시한 사연 등은 구대성만의 독특한 스타일과 강한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일화들이다.
모처럼 구대성을 만난 사람들은 한결같이 "6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예전 그대로"라고 입을 모았다. 한화에서 뛰던 시절부터 구대성은 '자연인'으로 통했다. 주위 눈치를 보거나 무언가 포장하는 가식보다 자신의 있는 그대로 모습을 거리낌없이 보여줬다. 그만큼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고, 당당함으로 무장한 것이 그만의 매력이었다.
6년만의 대전 홈구장 방문도 구대성답게 이뤄졌다. 한화 구단에서 2주 전 비밀리에 깜짝 시구를 추진할 때부터 흔쾌히 수락했다. 한화 구단이 초청 명목의 체제비와 차량 지원을 제의했지만 구대성은 이 모든 것을 사절했다. 스스로 공항에서 대전까지 부인과 운전을 해서 내려오며 VIP 대우를 마다한 것이다. 소탈한 자연인, 그 모습 그대로였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도 구대성만의 솔직담백한 매력이 이어졌다. "(구단이) 너무 빨리 불러주시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야구할 때도 야구를 안 봤지만 지금도 그렇게 관심 있게 보지는 않는다", "언제든지 어느 팀이든 지도자로 콜하면 올 생각이 있다" 등 숨기거나 빼지 않고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했다.
특히 KBO리그 대표 투수로 자리매김한 '느림의 미학' 유희관(두산) 이야기가 나오자 "누구요?"라면서 머리를 긁적이기도 했다. 그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변화구와 제구가 좋으니 18승을 했을 것이다. 4개국에서 야구를 해봤지만 역시 제구가 제일 우선이다. 아무리 볼이 빨라도, 200km 던지지 않는 이상 제구가 먼저"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구대성은 지금도 현역 선수다. 호주리그에서 최고령 선수로 뛰고 있다. 그는 "한국에 있을 때나 호주가 있는 지금도 계속 공 던지고, 아이들 가르쳐주는 게 재미있다. 볼 스피드가 130km 밑으로 떨어지기 전까지 계속 던져야 할 것 같다. 지금도 137km까지 나온다"고 자신했다.
이날 구대성은 시구를 앞두고 오랜만에 한화 선수들과 만났지만 아는 선수가 얼마 없었다. 클럽하우스 앞에서 몇 발자국만 움직이고 쑥스러웠는지 나왔다. 클럽하우스 복도에 걸려있는 우승 순간 사진 주인공을 알아본 윌린 로사리오가 격하게 반가워했지만 후배들에게 특별한 말을 전하지 않았다.
구대성은 취재진을 통해 "이제 한화도 우승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선수들이 한 발 더 뛰고, 어떻게든 막으려 해야 한다. 경기할 때 항상 최고라는 생각을 갖고 하면 훨씬 나을 것이다"는 당부를 전했다. 구대성은 한화가 역전에 성공한 6회까지 경기를 지켜본 뒤 야구장을 떠났다. 한화의 첫 승 소식에 그 역시 아마도 뿌듯했을 것이다. /waw@osen.co.kr

[사진] 대전=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