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환의 SF통신] 워리어스, '충격의 홈 2패' 현장을 가다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6.04.06 15: 42

NBA 최다승을 노리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젊은 늑대들에게 일격을 당했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오라클 아레나에서 개최된 2015-2016 미국프로농구(NBA) 정규시즌에서 연장 접전 끝에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에게 117-124로 패했다. 최근 홈 3경기 중 2패를 당한 골든스테이트는 69승 9패를 기록, 남은 4경기서 모두 이겨야 NBA 최다승 경신이 가능해졌다. 문제는 그 중 숙적 샌안토니오 스퍼스와 두 경기가 남았다는 점.  
OSEN은 역사적인 70승 대기록이 수립될 것으로 예상하고 현장에 출동했다. 누구도 의심치 않았던 승리였다. 하지만 믿었던 커리마저 팬들을 실망시켰다. 충격에 빠진 워리어스의 생생 현장분위기를 전한다. 

▲ 경기시작 3시간 전부터 인산인해 
오라클 아레나는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차로 30분가량 떨어져 있다.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NFL 오클랜드 레이더스가 농구장과 나란히 붙어 있다. 스포츠의 메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중 요즘 최고 인기팀은 단연 워리어스다. 
경기가 열리는 현지시각 오후 7시 30분보다 세 시간 빨리 경기장을 찾았다. 오라클 아레나에 벌써부터 팬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팬들은 경기시작 한 시간 30분 전부터 입장이 가능하다. 일찌감치 와서 경기장 분위기를 즐기려는 팬들이 많았다. 한 시간이 넘는 기다림은 그들에게 지루함이 아닌 설렘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 어디를 가더라도 워리어스 모자나 티셔츠를 착용한 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워리어스 경기는 돈이 많아도 입장권을 구하기 매우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많다. 가장 싼 좌석이 150달러(약 17만 원)정도인데 그마저도 매진돼 두 배 이상 웃돈을 주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는 분위기였다. 경기장에 온 팬들 자체가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온 셈이다. 워리어스 관계자는 “티켓가격은 상대팀에 따라 다르다. 스퍼스 등 강팀과의 경기는 300달러(약 34만 원)부터 시작한다. 그마저도 구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밝혔다. 
경기장 앞에서 한 명의 팬들이라도 더 붙잡기 위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 대기업들의 광고경쟁이 치열했다. 무조건 상품을 사라고 강요하지도 않았다. 흥미로운 이벤트에 참여하면 워리어스 레전드 앤트완 재미슨 등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인기가 높았다. 경품으로 워리어스 색깔의 다이어리도 줬다. 
팬들이 경기장에 와서 쓰고 가는 돈도 천문학적이었다. 주차비 20달러를 내지 않으면 경기장에 출입도 할 수 없다. 티셔츠 한 장에 35~40달러(약 4만 원)는 지출해야 한다. 워리어스 용품은 없어서 못 살 정도로 인기였다. 경기 전 팀스토어에 들어가기 위해 30분 이상은 줄을 서야 한다니 말을 다했다. 팬들은 저마다 한손 가득히 유니폼과 모자, 커리 인형 등을 사고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여기에 경기 도중 먹고 마시는 간식거리 등을 포함하면 4인 가족이 적어도 1000달러(약 115만 원) 이상은 쓰고 나온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런 열성팬 1만 9596명이 경기장에 있었다.  
▲ 신흥종교 ‘커리교’에 빠진 사람들   
워리어스에서 스테판 커리(28)의 존재감은 엄청났다. 그저 그런 하위 팀이었던 워리어스를 단숨에 세계적 인기구단으로 만든 장본인이 커리다. 팬들에게 커리는 스포츠 영웅을 초월한 하나의 종교에 가까웠다. 2만 여명이 노란색 티셔츠를 입고 커리의 일거수일투족에 열광했다. 마치 신흥종교집단의 부흥회와 비슷한 분위기였다. 커리가 등장하자 너도 나도 사진촬영을 하느라 바빴다. 
커리는 경기시작 두 시간 전부터 코트에 나와 몸을 풀었다. 가볍게 스트레칭 하는 정도가 아니었다. 그는 기초적인 드리블부터 고난도 슈팅까지 약 한 시간 동안 코트에서 열심히 땀을 흘렸다. 커리 한 명이 훈련하는데 리바운더, 패서, 수비수 역할을 해주는 전문코치까지 세 명이 항상 따라다녔다. 제한된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슈팅을 해보기 위함이었다. 의미 없는 슈팅은 단 하나도 던지지 않았다. 스크린을 돌아서 나오는 상황, 1대1에서 한 명을 따돌리고 쏘는 슛, 공격제한시간에 쫓겨서 던지는 장거리 슈팅 등 커리는 여러 가지 상황을 설정해놓고 슛을 던졌다. 세계최고의 슈터가 ‘경기 전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열심히 훈련했다. 
커리가 훈련하는 모습 자체가 팬들에게 엄청난 서비스였다. 훈련을 마무리하는 하프라인 슈팅은 10개 중 6개 정도가 림에 꽂혔다. 커리는 선수들이 퇴장하는 복도에서도 슛을 던졌다. 족히 10미터는 되는 거리가 자유투처럼 느껴졌다. 어린이 팬들을 위한 사인도 빼놓지 않았다. 여기에 잘생김으로 여심까지 잡았다. 도저히 미워할 수가 없는 캐릭터였다. 
▲ 충격의 홈 2패, 최다승 달성 빨간불 
워리어스는 1쿼터부터 25-10으로 크게 앞서나가며 손쉽게 이기는 듯 싶었다. 워리어스가 너무 쉽게 이기다보니 경기는 싱거울 정도였다. 하지만 홈팬들은 이미 일 년 내내 이런 분위기에 익숙했다. NBA에서 도저히 적수를 찾아보기 어려운 압도적인 경기력이다. 1쿼터 하프라인에서 던진 커리의 패스를 앤드류 보거트가 앨리웁 덩크슛으로 연결하자 경기장이 떠나갈 듯했다. 70승 달성을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문제는 커리의 컨디션이었다. 커리는 전반전에만 10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동료들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커리는 전반전 던진 5개의 3점슛을 모두 놓쳤다. 자신의 슛이 워낙 좋지 않아 동료들의 기회를 봐준 것. 
3쿼터 커리가 3연속 3점슛을 넣었을 때 팬들은 “MVP”를 연호하며 안심했다. 워리어스 선수들이 3점슛을 넣을 때마다 구단은 500달러씩 심장병을 앓는 어린이들을 위해 기부했다. 워리어스가 팀 3점슛 1000개를 돌파했으니 벌써 50만 달러 이상이 적립된 셈이다. 
 
‘신인왕’ 앤드류 위긴스, ‘올 시즌 최고신인’ 칼 앤서니-타운스, ‘덩크왕’ 잭 라빈 등 미래의 슈퍼스타들이 포진한 팀버울브스는 만만치 않았다. 4쿼터 팀버울브스가 89-90으로 추격하며 식었던 경기가 달아올랐다. 스티브 커 감독도 벤치에 있던 커리를 다시 부를 수밖에 없었다. 커리는 신기에 가까운 왼손 더블클러치로 워리어스에 6점차 리드를 안겼다. 하지만 위긴스와 샤바즈 무하메드의 기세가 만만치 않았다. 
4쿼터 종료 1분 6초를 남기고 타운스가 커리에게 바스켓카운트를 얻었다. 심판이 오심을 인정하며 타운스의 공격자파울을 선언했다. 이 때만 해도 워리어스가 이길 수 있었다. 하지만 연장전을 내준 워리어스는 결국 힘없이 무너졌다. 믿었던 커리도 끝까지 터지지 않았다. 커리는 21점을 넣었지만 장기인 3점슛이 4/14로 부진했다. 
▲ 허탈한 심정의 커리, 라커룸에서 생긴 일
경기 후 커리를 만나기 위해 라커룸으로 향했다. 이미 많은 수의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샤워를 마치고 몸에 수건 한 장만 두른 커리를 방송카메라들이 포위했다. 커리가 속옷을 갈아입는 장면마저 많은 사람들이 지켜봤다. 방송에는 물론 나가지 않지만 사람이라면 보여주기 싫은 상황인 것이 사실. 이 또한 슈퍼스타가 짊어져야 하는 숙명이다. 오늘 같이 중요한 경기를 패한 날에는 커리도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 커리도 관계자들에게 하소연을 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드레이먼드 그린이 커리의 엉덩이를 두드렸다. 
결국 워리어스 미디어 담당관은 이례적으로 인터뷰룸에서 커리의 공식인터뷰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커리는 “내 슈팅이 정상이 아니었다. 4쿼터 턴오버가 쏟아져 졌다. 목표는 우승이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더 성숙한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반성했다. 
실망한 워리어스 팬들은 연장전 중반에 이미 다수가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최다승 달성에 대한 기대감이 크기에 패배의 충격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워리어스는 8일 스퍼스와 홈에서 붙는다. 커리가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계속 지켜보자. / jasonseo34@osen.co.kr
[사진] 샌프란시스코=서정환 기자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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