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환의 SF통신] ‘NCAA 명장’ 탐 이조가 보는 애제자 그린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6.04.08 06: 35

괴물들이 득실대는 NBA에서 201cm의 작은 신장으로 골밑에서 대활약하는 빅맨이 있다. 주인공은 올스타 포워드 드레이먼드 그린(26,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이다. 
▲ 언더사이즈 편견을 깬 ‘스몰볼 핵심’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하면 스테판 커리(28)와 클레이 탐슨이 가장 먼저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골밑을 포기하는 농구란 이길 수 없다. 자신보다 20cm 더 큰 선수까지 막아내는 그린의 존재감은 엄청나다. 가드 못지않은 그의 패스와 3점슛 능력이 없었다면 골든스테이트의 ‘스몰볼’은 완성될 수 없었다. 그린은 트리플더블을 밥 먹듯 기록하며 워리어스 농구에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린은 명장 탐 이조(61) 감독이 이끄는 명문 미시건주립대를 졸업했다. 이조는 팀을 7회 파이널포에 올려놓으며 ‘토너먼트의 귀재’로 불리는 감독이다. 그는 2000년 미시건주립대를 NCAA 토너먼트 정상으로 이끌었다. 그린은 2008년부터 대학 4년을 다니는 동안 몰라보게 발전했다. 1학년 때 3.3점, 3.3리바운드를 기록했던 선수가 4학년 때 16.2점, 10.6리바운드를 올렸다. 그린은 2012년 빅텐 컨퍼런스 올해의 선수까지 뽑혔다. 
현실은 냉정했다. 언더사이즈인 탓에 그린은 2012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5순위로 골든스테이트에 지명됐다. 그 때만 해도 ‘키가 너무 작아 프로에서 통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편견을 깬 그린은 이제 골든스테이트에 없어서는 안 될 올스타 포워드로 성장했다. 
올 시즌 그린은 13.9점, 9.6리바운드, 7.5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그는 트리플더블을 13회나 달성했다. 가드포지션이 아닌 선수로 1996-97시즌 그랜트 힐(13회) 이후 한 시즌 최다 트리플더블 기록이다. 한 시즌 역대 최다기록은 1967-68시즌 괴물센터 윌트 채임벌린이 세운 31회다. 그만큼 그린이 다재다능하다는 의미다. 
▲ 스승 탐 이조가 보는 애제자 그린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오라클 아레나에서 개최된 2015-2016 미국프로농구(NBA) 정규시즌에서 연장 접전 끝에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에게 117-124로 역전패했다. 골든스테이트(69승 9패)는 남은 4경기서 모두 이겨야 NBA 신기록 73승 달성이 가능해졌다. 
이날 경기장에 명예의 전당 입성을 확정지은 대학농구 명장 탐 이조가 모습을 드러냈다. 취재진과 만난 이조는 제자 그린의 자랑에 바빴다. 그린은 어떻게 성공적으로 NBA에 적응했을까. 이조는 “그린을 겪어봤지만 좋은 점이 많은 친구다. 때로 상당히 감성적인 선수다. 스티브 커 감독에게 대들었다가 사과했다고 들었다. 스티브 커가 그린을 잘 통제하고 있다”며 웃었다.  
구체적으로 그린의 장점을 물었다. 이조는 “그린은 바스켓볼 아이큐가 매우 높은 선수다. 아주 터프한 선수다. 자신보다 상대가 아무리 크더라도 잘 막을 수 있는 선수다. 모두가 승리를 원하지만 그처럼 궂은일에 신경 쓰며 희생하는 선수는 없다. 그린은 한 번도 득점이나 리바운드, 어시스트 수치를 세어가며 플레이 한 적이 없다. 우리 팀이 20점 이기고 있을 때 그린을 뺀 적이 있다. 그린이 와서 ‘감독님 전 더 뛰고 싶어요. 몇 점만 더 벌리고 올게요’라고 애원하더라. 그린은 개인기록보다 팀을 더 신경 쓰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그린이 작은 키로 내로라하는 NBA 빅맨들을 잘 막는 비결은 무엇일까. 이조는 “NBA에 와서 아주 수비를 잘하고 있다. 슛과 집중력도 좋아졌지만 공수에서 더 큰 선수를 잘 상대한다. 대학시절에는 못했던 일이다. 그린이 키는 작지만 앵글과 포지션을 잘 이해해서 상당히 영리한 플레이를 펼친다. 그린은 자신의 바스켓볼 아이큐를 수비에 잘 적용하는 선수”라고 평했다. 
대학시절만 하더라도 그린이 NBA올스타로 클 것이라 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조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그린이 2학년 때 125kg까지 나가서 너무 뚱뚱했다. 지금은 살을 많이 뺐다. 워리어스에서 그린은 러닝백이다. 스위치해서 가드까지 잘 막는 것을 봤다. 아주 현명한 결정을 하는 선수”라며 제자의 활약에 만족했다.  
워리어스가 시카고 불스(72승 10패)의 최다승 기록을 깰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이조는 “워리어스는 누구도 못했던 일에 도전하고 있다. 지금의 워리어스는 정말 훌륭한 농구를 하고 있다. 커리와 그린의 팀이 조던의 팀에 도전하고 있다. 정말 지금까지 해온 업적은 매우 인상적이다. 플레이오프를 두고 봐야겠지만 워리어스가 잘할 것으로 믿는다”고 평가했다. 
▲ 2016년 NCAA 토너먼트 최고의 희생양 
2016시즌은 사실 탐 이조에게 악몽과도 같았다. 미시건주립대는 1라운드서 무명 미들 테네시 주립대에게 81-90으로 패해 발목을 잡혔다. ‘파이널 포’ 단골손님 미시건 주립대의 첫 판 탈락은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다. ‘역대 최고의 이변’이란 말도 나왔다. 경기 후 탐 이조 감독은 “4학년들에게 미안하다. 솔직히 질 거라고 상상도 안 했다. 우리 수비가 좋았지만 상대가 모든 슛을 다 넣었다”면서 눈물까지 흘렸다. 
인터뷰가 진행된 전날 NCAA 토너먼트 결승전에서 빌라노바대학은 종료와 동시에 터진 짜릿한 버저비터 3점슛에 힘입어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을 77-74로 물리쳤다. 빌라노바는 1985년 이후 무려 31년 만에 두 번째 우승에 입맞춤했다. 
취재진들은 이조에게 NCAA 토너먼트 결승전을 재밌게 봤는지 짓궂은 질문을 했다. 이조는 “아니다. 전혀 재밌지 않았다.(웃음) 두 감독과 팀을 다 좋아한다. 정말 존경한다. 최고의 수비팀이 이기는 것을 봤다. 이번 슈퍼볼에서도 수비가 좋은 덴버 브롱코스가 이겼다. 가장 수비가 좋고 터프한 팀이 빌라노바였고, 가장 재능이 풍부한 팀이 노스캐롤라이나였다. 대학농구 질문을 해줘서 고맙다”면서 농담으로 긴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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