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4번 타자‘ 이병규, 최고의 시즌 출발
지난해 부진, 강한 정신력 갖추는 계기
“우리 클린업은 어느 팀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LG 트윈스의 ‘빅뱅’ 이병규(33)가 자신감을 증명했다. 홈런 두 방으로 경기를 지배하며 팀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리그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윙을 갖고 있는 LG의 4번 타자가 2016시즌 부활을 알리고 있다.
이병규는 지난 7일 광주 KIA전에서 LG 공격의 시작과 끝을 장식했다. 6회초 순항하던 KIA 선발투수 지크에게 우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를 작렬, LG는 2-3으로 KIA를 추격했다. 그리고 마지막 공격 이닝이었던 9회초에도 2점 홈런을 쏘아 올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2014시즌 팀 내 최다 홈런과 최다 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던 모습이 그대로 재현된 것이다.
이병규에게 지난해는 악몽이었다. 2015시즌 개막과 동시에 부상악령과 마주했다. 시즌 초반 부상을 안고 경기에 나섰다가 지독한 슬럼프에 빠졌고, 7월말에 옆구리 통증으로 시즌아웃됐다. 4번 타자를 잃은 LG는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며 9위로 시즌을 마감,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LG와 이병규 모두에게 기대만큼 실망이 큰 2015년이었다.
시즌아웃됐지만, 절치부심하며 2016시즌을 바라봤다. 재활 후 시즌이 종료됐음에도 매일 이천을 향했다. 한나한 타격교실 최고령 수강자가 됐다. 당시 이병규는 “작은 것 하나라도 얻고 싶어서 한나한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다. 여기서 나 혼자 30대지만, 배움에 있어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한나한에게 타석에서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집중적으로 배우고 있다. 좋은 시즌을 만들기 위해선 멘탈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박)용택이형을 보면서 확실히 느꼈다. 용택이형도 초반에는 안 좋았는데 끝까지 자신과 싸우며 슬럼프를 극복했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꾸준하려면 강한 멘탈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중순부터 다시 스프링캠프가 시작됐고, 이병규는 그 어느 때보다 건강한 몸으로 2016시즌에 대비했다.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당시 서용빈 타격코치는 “병규가 우리 팀에 입단했을 때부터 8년 동안 나와 함께했다. 그래서 말할 수 있다. 올해가 가장 좋다. 입단 후 최고의 스윙을 한다. 지난해는 중심 이동이 많이 퍼졌었다. 올해는 이전보다 더 간결하고 정확한 타격를 한다. 올해 분명 일을 낼 것이다”고 이병규의 부활을 예상했다.
서 코치의 예상을 틀리지 않았다. 이제 막 4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이병규는 팀에서 가장 뜨거운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개막전부터 멀티히트를 기록했고, 지난 2일 잠실 한화전에선 연장 혈투에 마침표를 찍는 끝내기 3루타를 터뜨렸다. 7일 광주 KIA전까지 18타수 7안타(타율 0.389) 2홈런 7타점 OPS 1.283으로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타점 부문 리그 2위에 자리하며 ‘AGAIN 2014'를 향한 시동을 걸었다.
2014시즌 이병규는 타율 3할6리 16홈런 87타점 OPS 0.956으로 팀 내 최고타자로 올라선 바 있다. 페타지니 이후 가장 완벽한 LG 4번 타자가 됐고, LG는 이병규의 활약에 힘입어 최하위에서 4위까지 점프, 역사적인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뤘다.
이병규는 지난 2일 끝내기 3루타로 팀 승리를 견인한 후 “현재 몸 상태는 좋다. 무엇보다 마음가짐이 달라진 게 좋게 작용할 것 같다. 스스로 욕심을 버리려 하고 있다”며 “작년에는 너무 욕심이 많았다. 하루 못하면 잠도 못 자면서 스스로 슬럼프에 빠졌다. 올해는 못하면 그걸로 끝내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음 경기에 임하려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가을부터 고심했던 강한 멘탈에 대한 해답을 얻은 것이다.
덧붙여 이병규는 시즌 전 LG가 약체로 평가받는 것을 두고 “아니다. 올해 우리 팀은 진짜 좋다. 클린업만 봐도 그렇다. 앞에 용택이형이 있고 뒤에 히메네스가 있다. 내가 안 좋으면 히메네스가 4번 타자 해주면 되는 상황이다. 우리 클린업은 어느 팀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대반전을 향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 drjose7@osen.co.kr
